허브 토마스로 맛 낸 소스에 찍어먹는 감칠맛!
이지데이 2007.12.18 17: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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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사람에게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음식도 첫인상이 중요하다. 첫 입맛이 맘에 들면 그 음식은 평생 내편이 된다. 반면 첫 느낌이 별로였다면 당장 기피음식 블랙리스트로. 그런 음식은 나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웬만큼 잘하는데 아니고서는 맛있게 먹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낯선 음식과의 첫 대면은 무조건 제대로 하는 곳, 맛있게 하는 곳에서 가지는 게 좋다.

맛객에게 있어 바비큐는 그닥 당기지 않은 음식 중에 하나이다. 고기보다는 회를 즐기는 식습관도 원인이지만 토속풍 위주로 한 섭취에 이유가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바비큐에 대한 첫인상이 좋지 않아서이다. 말 그대로 허접한 바비큐가 첫인상을 결정지은 것이다.

삼겹살바비큐, 아주 얇으면서 딱딱하기까지 할 정도의 바비큐를 언제 어디서 먹었는지 기억은 없다. 다만 맛이 없는 음식으로 낙인찍혀있다. 구수한 육즙이 살아있는 우리네 삼겹보다 맛없었음은 물론이다.

그때부터 바비큐는 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 되었다. 아니, 바비큐는 미각 둔한 미국인이나 먹게 난 입에 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약, 즉석에서 구운 두툼한 바비큐에 쌉싸름한 맥주 한잔 곁들인 게 바비큐와의 첫 만남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바비큐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쩌면 벌써부터 맛객의 맛집에 바비큐전문점 몇 곳이 소개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뒤늦게나마 바비큐의 맛에 빠져들기 시작했다는 사실. 바로 이집 덕분이다. 광릉 수목원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을 소개한 고향친구가 바비큐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솔직히 기대는 없었다.

뭐야 바비큐? 흠… 그래 바람이나 쐰다 하고 가자 이 마음이었다. 더군다나 나들이길목 길가에 있는 집이라니.

맛객은 북한강변 주변 식당처럼 길가에 있는 집은 별로 쳐주지 않는 개똥원칙 같은 게 있다. 외관 치장할 여력 있으면 음식이나 맛을 신경 써야지 하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던 까닭이다. 실제 음식을 먹고 나서 만족한 경험도 별로 없고.

3만원하는 바비큐모둠을 주문했다. 목살, 삼겹살, 윙. 양도 제법, 600g이라니 셋이서 먹기에 부족함은 없겠다. 여기에 감자 파인애플 토마토 등 채소나 과일이 따라 나온다. 뿐인가? 질좋은 채소로만 담은 샐러드까지. 동식인이 한마디 한다.



“바비큐 정석으로 나오네.”

이게 정통 미국식이라고 한다. 촌놈 출세했다. 바짝 마른 삼겹살바비큐만 먹던 입이 이제야 제대로 된 바비큐를 경험하게 되는구나. 이 집의 바비큐용 고기는 모두 직접 훈제시켰단다. 수제 바비큐라는 얘기이다. 자 그럼 구워 볼까나~

테이블마다 있는 그릴을 이용해 바비큐용 차콜(숯)에 구워먹으면 된다. 그릴 위에 올려진 고기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자글자글 익어간다.

잘 익은 목살을 접시에 올려놓고 칼질을 했다. 그럴싸한 폼이 난다. 한 점 입으로 가져갔다. 부드럽지만 식감은 살아있다. 거기에다 육즙이 맛을 내뿜는다. 적당한 염도에 불맛, 연기맛이 골고루 배들었다. 이번엔 갖가지 허브와 토마스로 맛을 낸 소스에 찍어먹으니 고기 맛을 한층 살려준다.

김치와 함께 먹는 삼겹살바비큐는 맛의 포인트라 할 만하다. 어릴 적 시골에서 삶은 돼지고기를 장작불 아궁이에서 구워 잘 익은 김장김치와 먹는 그 맛이다. 바비큐에서 토속적인 맛을 떠올리다니. 바비큐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바비큐에 맥주가 빠져서는 안 되겠지? 시원한 맥주를 곁들이니 바비큐의 맛이 아주 그만이다. 이처럼 술안주로도 좋지만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맛은 아이들이 더 좋아할 맛이다. 때문에 이집의 현은주 사장은 식재료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고 한다.



맛객은 듣도 보도 못한 알데스 소금을 고기 간으로 사용한단다. 샐러드도 양배추 같은 걸 쓰면 원가절감을 할 수 있지만 보다 나은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더 값나가는 재료를 내 놓는다. 이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바비큐도 600그램이나 내 놓지 않는가. 그것도 폭립(등갈비) 같이 무게만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닌 순 살코기로 말이다.

바비큐를 다 먹고 나니 음식의 맛은 외관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 꾸미지 않은 외관으로 인해 그냥 지나 칠 수도 있는 집. 하지만 한번 맛을 본 손님 중엔 단골이 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맛객 역시 지리적으로 가까이 있다면 종종 들러 바비큐에 맥주 한잔 하고픈데. 글을 쓰다 보니 다시 바비큐에 맥주가 생각나니 어이하면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