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面渡江(무면도강)
뚜르 2023.01.24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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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面渡江(무면도강)

 

無:없을 무, 面:낯 면, 渡:건널 도, 江:강 강.

어의: 목적한 바를 기필코 이루어 금의환향토록 하라. 강을 건널 면목이 없다는 뜻으로, 하려던 일을 이루 지 못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음을 일컫는다.

출전: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


 

항우(項羽)는 진(秦)나라 말기의 무장이다. 초(楚)나라 전통적인 무신집안에 태어나 키는 8척이었고 힘은 능히 정(鼎:솥)을 들어 올렸다.

 

항우는 어려서 글을 배웠으나 발전이 없었고 검을 익혔으나 역시 진전이 없었다. 숙부 항량(項梁)이 화를 내자 항우는 “글은 성명을 기록하면 족할 것이요, 검은 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므로 배울 것이 없습니다. 만인을 상대로 하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항량은 항우에게 병법(兵法)을 가르쳤다. 항우는 크게 기뻐하며 즐겨 배웠으나 대의만을 익힌 뒤 곧 싫증을 느껴 그만두었다. 진시황(秦始皇)이 회계(會稽)를 거쳐 절강(浙江)을 건너왔다. 항우는 그 행차를 보고 “저자를 들어내고 내가 대신할까 보다.”라고 했다.

 

그러자 항량이 항우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큰일 날 소리하지 마라, 족주(族誅)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항량은 내심 항우의 큰 뜻을 은근히 기뻐했다.

 

한편 조고(趙高)가 진나라 2세 황제 호해(胡亥)를 업고 국사를 전단하자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지방 각지에서는 진섭(陳涉), 유방(劉邦) 등 군웅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항우도 숙부 항량과 함께 몸을 일으켜 천하 경영에 참여했다. 이때 항우는 24세였고, 3년 만에 제(齊), 조(趙), 한(韓), 위(魏), 연(燕) 등 다섯 제후를 거느리고 진나라를 멸망시켰으며, 스스로 서초(西楚)의 패왕(覇王)이 되었다.

 

항우는 그 후 한패공(漢沛公) 유방과 천하를 다투어 승승장구 승리를 굳히는 듯하다가 마지막 싸움에서 대패하여 많은 장병을 잃고 해하(垓下)로 달아났다. 군사는 적고 식량은 떨어졌다. 항우는 이날 밤 시름을 달래기 위해 사랑하는 우미인(虞美人)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중 삼중으로 포위한 한나라 군중(軍中)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왔다. 이른바 사면초가(四面楚歌)였다. 항우는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며 “한나라 군대가 벌써 초나라를 점령했단 말인가? 초나라 사람이 이리도 많은가!” 하고 깊이 탄식했다. 항우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음을 판단하고 그 밤에 수하 장병 800여 명을 거느리고 포위망을 뚫고 남쪽으로 달렸다. 회수(淮水)를 건너기까지 따르는 장병은 100여 명이었다.

 

항우는 음릉(陰陵)에 이르러 길을 잃었다. 한 농부에게 물으니 고의로 왼쪽을 가리켰다. 왼쪽에는 호수가 가로막고 있었다. 다시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이 한나라 추격병이 다가왔다. 항우는 할 수 없이 동쪽으로 달아나 동성(東城)에 이르니 따르는 자는 28명이었다. 항우는 더 이상 한나라 군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한나라 군대와 싸워 백수십 명을 죽이고 달아나 오강(烏江)으로 갔다. 오강의 정정(亭長)이 배를 대기시켜 놓고 항우에게 배에 오르라 권했다.

 

“강동은 비록 작으나 지역이 천리요, 민중은 수십만이 되어 족히 왕을 할 수 있습니다. 신만이 배를 가지고 있어 한나라 군대가 온다 하더라도 그들은 강을 건널 수 없습니다.”

 

항우는 웃으며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데 건넌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또 내가 강동의 자제 8000명과 강을 건너 서쪽으로 향했다가 지금은 한 사람도 돌아가지 못했으니 강동의 부형이 나를 어여삐 여겨 왕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무슨 면목이 있어 그들을 대할 것이며, 비록 그들이 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 어찌 마음속에 부끄러움이 없겠는가! 내가 탄 이 말은 다섯 살로서 천리준총(千里駿驄)이다. 차마 죽일 수 없어 공에게 준다.”

 

그러고는 달려드는 한나라 군사와 싸워 다시 수백 명을 죽이고 항우도 10여 군데 창상을 입었다. 항우는 달려오는 한나라 사마(司馬) 여마동(呂馬童)을 보고 “자네는 나의 옛 친구가 아닌가! 내가 들으니 한나라는 천금으로 나의 머리를 사들이고 얻는 자에게 만호(萬戶)의 읍을 봉한다 하던데, 마지막으로 자네에게 덕이 되게 하리라.” 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고 말았다.

(홍혁기 지음. 지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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