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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호소다 마모루

더빙 : 나카무라 카호, 사토 타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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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의 마지막 보루,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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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2013년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비록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만행을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어서 결국 관람을 포기했었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은퇴로 이제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일본 애니메이션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만 남아 버렸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영화는 2007년 [초속 5센티미터]를 시작으로 2013년 [언어의 정원], 2017년 [너의 이름은.], 2019년 [날씨의 아이]를 극장에서 관람했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는 2007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시작으로 2009년 [썸머 워즈], 2012년 [늑대아이], 2019년 [미래의 미라이]를 관람했다. 비록 몇몇 영화는 극장에서 결국 관람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보려고 노력 중이다.

지난주 롯데 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 [용과 주근깨 공주]를 보기 위해 집에서 제법 먼 부천까지 가야 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으로 어린 시절 사고로 엄마를 잃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스즈(나카무라 카호)가 가상 유니버스 'U'를 통해 벨이라는 새로운 자아를 얻으며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다. 얼핏 내용만 놓고 본다면 사이버 가상 세계 'OZ'의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막아야 하는 천재 수학 소년 겐지(카미키 류노스케)의 모험을 다룬 [썸머 워즈]가 연상된다. [썸머 워즈]를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용과 주근깨 공주]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솔직히 [용과 주근깨 공주]는 나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확실히 벨이 'U'에서 부르는 노래는 압도적이다. [썸머 워즈]보다 진일보한 가상 세계를 시각화한 장면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U'의 세계에서 질서를 어지럽히는 빌런으로 지목받는 용(사토 타케루)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부터 내용은 억지스러워진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부터 [미래의 미라이]까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주특기가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임을 감안한다면 확실히 [용과 주근깨 공주]는 내 개인적으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라 할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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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녀, 슈퍼스타 벨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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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스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엄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더 이상 노래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스즈의 엄마는 스즈와 물놀이를 갔다가 폭우로 인하여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고립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가 결국 스즈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부터 스즈는 매일 엄마를 원망했다. 왜 엄마는 나와 함께 사는 것보다 이름도 모르는 아이를 구하는 것을 선택한 것일까? 엄마에 대한 원망은 물놀이를 가지고 조른 자신에 대한 원망으로 변했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혐오하며 스즈는 자기 안에 숨어 버린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겉돌기만 하는 스즈. 그런 스즈를 위해 스즈의 유일한 친구인 히로카는 가상 유니버스 'U'의 초대장을 보내준다.

'U'는 전 세계 등록 계정 50억 명을 돌파한 사상 최대의 인터넷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As라 불리는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새로운 삶을 살 수가 있다. As는 현실 세계와 생체 정보를 연동한 보디셰어링 기술로 만들어지는데 유저의 외면과 내면이 반영되어 숨겨진 능력을 'U'에서 발휘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트라우마에 걷혀 있는 소심한 소녀일 뿐이지만 'U'에서 스즈는 벨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U'에서 벨은 현실의 스즈와는 달리 자유롭게 노래를 할 수가 있었고, 벨의 노래는 순식간에 다른 As들을 매료시킨다. 더 이상 소심한 소녀는 없다. 'U'에서 벨은 히로카의 도움을 받으며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난다.

요즘 메타버스가 유행이다. 현실이 힘들수록 그러한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고, 메타버스 안의 가상 현실은 완벽한 도피처가 된다. 스즈도 마찬가지이다. 엄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스즈에게 현실은 지옥과도 같다. 하지만 'U'에서는 다르다. 'U'에서의 스즈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소심한 소녀가 아닌 수많은 대중 앞에서 멋지게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벨이라는 이름의 슈퍼스타이다. 거칠 것이 없다. 어차피 벨이 누구인지는 히로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를 테니까. 현재 메타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한다. 하지만 조만간 [용과 주근깨 공주]의 'U'처럼 국가와 인종, 언어를 초월한 거대한 메타버스가 열릴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벨의 성공담은 그저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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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등장과 함께 갑자기 [미녀와 야수] 분위기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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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U'에서 새로운 시작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벨의 대규모 콘서트가 있는 날 갑자기 콘서트장에 난입한 용은 'U'의 자경단을 자처하고 나선 저스틴이 이끄는 저스티스에게 쫓기고 있다. 저스틴은 용이 'U'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용을 언베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언베일이란 현실 세계의 오리진의 모습을 강제로 드러내게 하는 것으로 'U'에서 현실 세계의 모습이 드러난다는 것은 As라는 새로운 자아를 통해 자유롭게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U'에서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과도 같다. 모두가 용을 손가락질하며 언베일을 주장하지만 벨은 이상하게 용에게 마음이 쓰인다. 용의 눈빛에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스즈의 아픔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대체 용은 누구이길래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U'에서조차 아픔을 감추지 못하고 이렇게 드러내고 있는 것일까?

벨이 용의 성을 찾아가는 장면에서부터 [용과 주근깨 공주]는 갑자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로 변한다. 그러고 보니 스즈의 'U'에서의 이름이 벨인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기억할지 모르지만 [미녀와 야수]에서 여주인공 이름은 벨이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미녀와 야수]를 참고하여 벨과 용의 관계를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굳이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스즈의 As 이름을 벨로 설정한 것, 그리고 용의 성에서 벨에게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쳐다보지 말라고 울부짖는 모습, 용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성의 하인들, [미녀와 야수]의 빌런인 개스톤을 떠오르게 만드는 저스틴, 그리고 저스티스에 의해 용의 성이 공격당하는 장면 등등. [미녀와 야수]의 오마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용과 주근깨 공주]의 주제는 명확해진다. 처음엔 'U'를 통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스즈의 성장담인가 싶었는데, 추악한 외모를 가졌지만 상처받은 내면을 지닌 용을 통해 단순한 스즈의 성장담을 넘어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 대한 치유로 주제를 확장시킨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기 자신을 챙기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던 스즈는 엄마가 그러했듯이 용을 구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용기를 낸다. 결국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현실 도피가 아닌 용기였던 것이다. 벨이 스스로 언베일을 선택하는 장면은 더 이상 As 속에 숨지 않겠다는 스즈의 강한 의지였고, 그제서야 비로소 스즈는 현실에서도 당당하게 일어설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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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오리진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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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과 주근깨 공주]의 중반까지는 정말 좋았다. 특히 벨이 'U'에서 부르는 노래는 OST를 구매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영화는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큰 편이다. 그렇기에 더욱 매력적인 벨의 노래는 영화의 큰 장점이 된다. 용의 등장도 좋았다. 물론 갑자기 분위기가 [미녀와 야수]로 변하면서 '이건 뭔가요?'싶지도 했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를 해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후반이었다. 저스틴에 의해 용이 위기에 처하자 스즈는 용의 오리진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드디어 용의 오리진을 찾아 'U'에서가 아닌 현실에서 용이 처한 위험에서 구해준다. 그 과정에서 용의 정체는 영화 후반부의 가장 중요한 재미 포인트가 된다.

솔직히 나도 열심히 용의 정체를 추리했다. 처음엔 스즈의 아빠가 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스즈는 엄마를 잃은 것이지만 스즈의 아빠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것이다. 스즈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나 상처받았어.'라며 마음껏 투정을 부릴 수 있지만 스즈의 아빠는 스즈를 돌봐야 하는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겉으로 드러낼 수가 없다. 그렇기에 'U'에서 용이 되어 현실에서는 드러내지 못한 아픔을 맘껏 드러낸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스즈의 아빠가 용이 아니라면, 스즈의 엄마가 구해준 어린아이가 용이 아니었을까?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자신 대신 죽음을 당하자 스즈가 그랬던 것처럼 그에 대한 트라우마를 목숨을 구한 아이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을지도...

물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 예상은 빗나갔다. 하긴 50억 명의 'U' 유저 중 용의 정체가 스즈와 관련이 있는 설정 자체가 확실히 무리이긴 했다. 그런데 막상 용의 정체가 드러나자 그 이후가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 버린다. 이미 벨이 용의 성에 갔을 때 갑자기 분위기가 [미녀와 야수]로 바뀐 것도 어리둥절했지만, 용의 정체가 드러나자 이번엔 영화의 주제가 아동 학대 문제로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막기 위해 무작정 도쿄로 향하는 스즈의 모습이 억지스럽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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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스토리 라인은 억지스러워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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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가 용의 오리진이 누구인지 눈치채는 장면부터가 억지스럽고, 때마침 아동 학대 장면을 목격하는 것도 억지스럽고, 장소가 도쿄라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도 억지스럽고, 대략의 장소 정보만 가지고 무작정 도쿄로 향하는 스즈의 모습도 억지스럽다. 스즈 혼자 보내며 '스즈 혼자 괜찮을까?'라는 물음에 '스즈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까.'라고 말하는 무책임한 합창단 아줌마들은 어이없기까지 하다. 그 넓은 도쿄에서 아동학대를 당하는 아이들과 마주치는 것도 억지스러운데 스즈의 눈빛 때문에 겁에 질러 폭력을 멈추고 도망치는 폭력 아빠의 모습은 그냥 실소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후반에 갑자기 물밀듯이 터져 나오는 이 총체적 난국은 무엇 때문이라는 말인가?

확실히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욕심이 과했다. 앞서 언급했던 대로 그의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에 있다. 특히 그는 어린 소년, 소녀의 성장을 특별한 감동으로 표현하는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그러한 능력은 가장 최근작인 [미래의 미라이]에서 드러난다. 4살 소년 쿤(카미 시라이시 모카)가 미래에서 온 여동생 미라이(쿠로키 하루)를 만나 뜻하지 않은 모험을 하게 되면서 갓 태어난 여동생에 대해 시기, 질투를 하는 어린아이가 아닌, 늠름한 오빠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미래의 미라이]는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하게 섞은 호소다 마모루식 성장 드라마이다.

아마도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용과 주근깨 공주]에서 스즈의 성장을 좀 더 거대한 스토리 라인 안에 완성시키고 싶었나 보다. 그러다 보니 스즈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용의 오리진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치유해 주고, 아동 학대를 막아내는 영웅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렇게 뜬금없이 스즈를 영웅으로 만들어내려다 보니 후반 스토리 라인이 억지스러워진 것일지도... 암튼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영화는 나를 100% 만족시켰지만 [용과 주근깨 공주]는 나를 50% 만족시켰다는 점이다. 후반 용의 정체가 드러나며 펼쳐지는 억지스러운 장면만 없었다면 훨씬 좋았을 텐데...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부천까지 가서 본 보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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