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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은 지금 현재 부재중... [아이들은 즐겁다], [어른들은 몰라요], [빛나는 순간]
13  쭈니 2021.10.12 15: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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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대체 휴무를 포함하여 3일간의 연휴였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개천절 대체 휴무 연휴에 이어 이렇게 한글날 대체 휴무 연휴까지 연달아 있으니 피곤함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의 100% 충전된 기분이다. 이번 연휴 기간 동안에는 그동안 차일피일 미루었던 한국 영화 세 편을 봤다. 그런데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영화를 보고 나니 사랑을 받지 못한 유년기, 청소년기, 그리고 노년기의 주인공이 펼치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영화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행복하다.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어렸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사랑만큼은 넉넉하게 받고 있으니... 영화를 본 순서는 [빛나는 순간], [아이들은 즐겁다], [어른들은 몰라요] 순이지만, 편의상 [아이들은 즐겁다], [어른들은 몰라요], [빛나는 순간] 순으로 리뷰를 쓴다.


[아이들은 즐겁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즐거워야 한다.

감독 : 이지원

주연 : 이경훈, 박예찬, 홍정민, 이상희, 윤경호

병원에 입원한 엄마(이상희), 일 때문에 자신에게 무심한 아빠(윤경호), 그리고 새로 전학을 간 학교. 9살 소년 다이(이경훈)는 모든 것이 힘겹다. 하지만 전학 온 다이에게 먼저 놀자고 손을 내밀어 준 민호(박예찬)와 유진(홍정민) 덕분에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된 다이는 혼자 집안일도 척척해내고, 엄마에게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엄마가 입원한 병원도 혼자 찾아가는 등 점차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엄마가 요양원으로 옮기면서 엄마와의 이별을 직감한 다이는 어른들 몰래 친구들과 엄마가 있는 요양원으로 여행을 떠난다.

제목은 '아이들은 즐겁다'이다. 그런데 다이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참 엄마, 아빠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나이이지만 다이에게 그런 것은 사치일 뿐이다. 오히려 다이는 엄마가 나 때문에 아픈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혼자 가슴 앓이를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빠는 다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한다. 비록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지만 아빠의 무관심은 다이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물론 아빠에게도 사정은 있다. 대형 화물 운전사인 아빠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아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하고, 그럴 때마다 다이는 혼자 집을 지켜야 한다. 영화 중반, 애 딸린 나와 결혼해서 고생한다는 아내의 말에서 다이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진다. "내가 죽어도 다이 키워줄 거야?"라고 묻는 아내에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사실 비슷한 상황은 이미 다이의 친구인 유진이 겪었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머니가 뺑소니 사고로 사망하자 유진은 합의금을 노리는 친척 집에 맡겨지며 전학을 가야 했다. 만약 다이의 엄마가 죽고, 아빠가 다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면 다이의 상황은 유진보다 훨씬 더 안 좋아질 것이다. 영화 후반 다이와 함께 어른 몰래 여행을 떠나는 재경(박시완)은 엄마의 강요 아래 놀 시간도 없이 학원에 가야만 하고, 시아(옥예린)은 오빠만 위하는 집 분위기 속에서 심각한 차별을 겪고 있다. 영화의 제목은 '아이들은 즐겁다'인데 이 영화에서 즐거울 수 있는 아이는 대책 없이 낙천적인 민호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즐겁다.' 결국 다이의 엄마는 죽었고, 다이의 아빠는 다이를 키우기로 결심하지만 그의 무뚝뚝한 성격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다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수 있다. 그래서 즐겁다. 방학 때면 전학 간 유진이 놀러 와서 즐겁고, 매일 학원에 가야 하던 재경이 가끔 같이 놀아줄 수 있어서 즐겁다. 시아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즐겁다. 그런 법이다. 유년기, 보호자의 사랑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아이들은 큰 사랑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약간의 관심만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충분히 즐거울 수가 있다.

[아이들은 즐겁다]를 보며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들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서 눈시울이 뜨거웠다. 부모 된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자식이 성장하기도 전에 내가 아프거나 죽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최소한 내 자식이 성장해서 더 이상 부모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을 때까지는 살아야겠다고 아내와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다. 다이의 엄마는 죽는 것보다 다이가 혼자 남겨두고 죽는 것이 더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해 맑게 웃는 다이를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이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가장 내 감정선을 건드리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엄마의 죽음 이후에도 다이가 여전히 해 맑게 웃고 있어서...


[어른들은 몰라요] - 맥락 없이 힘든 청소년기의 방황

감독 : 이환

주연 : 이유미, 안희연, 이환

18세 여고생 세진(이유미)은 덜컥 임산부가 되어 버렸다. 세진이 수업 시간 도중 임신을 했다고 선언을 하자 학교는 발칵 뒤집어졌다. 아이의 아빠가 교장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낳을 생각도 없었지만 세진에게 각서를 요구하는 교장과 선생을 본 후 세진은 거리로 나온다. 임신중절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거리에서 만난 가출 경력 4년 차의 동갑내기 주영(안희연), 우연히 만난 20대 청년 재필(이환)과 신지까지. 왠지 닮은 듯한 네 명은 세진의 뱃속 아기를 유산시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그들만 상처를 받을 뿐이다. 결국 세진은 친구들을 떠나 청소년 보호 센터에 가게 되는데...

1988년 개봉했던 이규형 감독의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가 있다. 김세준, 김혜수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이규형 감독의 영화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유쾌한 분위기의 가족 드라마였다. 지난 4월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영화가 개봉한다고 했을 때, 이규형 감독의 영화가 떠올랐지만 두 영화는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2018년 [박화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환 감독은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본명 안희연)를 캐스팅하여 또다시 십 대 청소년들의 아픔과 방황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규형 감독의 동명 영화에 대한 향수, 그리고 하니가 출연한다는 점 때문에 꽤 기대를 하며 선택한 영화이지만 솔직히 나는 2시간 7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이 곤욕스러웠다. 영화 제목 그대로 내가 어른이라서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영화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개연성이 부족하다. 특히 세진을 괴롭히는 일진이자 동성 애인이 컨테이너에 깔려 죽는 장면은 물리적으로 컨테이너가 그렇게 수직으로 떨어질 수도 없을뿐더러, 그 장면이 왜 필요한 것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세진이 임신중절수술을 하고 싶었다면 학교 교장한테 수술비를 달라고 하면 될 일인데 그러지 않고 온갖 탈선으로 수술비를 벌려 하고, 병원에서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는다고 하자 금방 포기를 하는 등 세진이 진짜 원하는 것이 임신중절수술인지도 모호하게만 느껴졌다. 영화 후반부 재필이 갑자기 '너 때문에 우리가 왜 불행해져야 해?'라며 세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영화를 그만 보고 싶었다. 자기가 자진해서 세진을 돕겠다고 나서놓고 왜 지랄? 영화를 보며 방황하는 십 대 청소년의 상처에 공감하며 같이 아파해야 하는데, 내용이 전혀 공감도 되지 않고, 개연성도 부족하니 그냥 지루하기만 했다.

그래도 이 영화의 내용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있다. 이 영화에 앞서 본 [아이들은 즐겁다]와 연결시킨다면, 유아기 때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지 않고 자란 아이들이 가슴속의 상처를 안고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세진과 주영, 재필이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은 몰라요]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모두 무책임하다. 세진의 학교 교장과 선생은 세진의 임신 선언에 사건을 덮기에 급급하고, 세진이 유산을 하기 위해 접근하는 어른들도 세진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취하려 한다. 영화 후반 세진이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를 입양하려는 기독교인 부부도 결국 세진에게 잘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진의 뱃속 아기를 얻기 위해 그렇게 행동을 하는 것뿐이다. 열여덟 살. 아직 어른들의 보호를 받으며 어른이 되어가는 준비를 해야 하는 세진은 그렇게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한 채 세상에 내동댕이쳐진다.

세진은 동생인 세정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힘들어? 앞으론 더 힘들어!' 약간의 희망조차 말살해버리는 참 무서운 충고이다. 이렇게 그들은 어른이 된다. 어렸을 적에 마땅히 받았어야 할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청소년기에도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하며 철저하게 혼자 모든 것을 헤쳐나가야 했던 아이들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힘들 것이라는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박화영]이라는 문제작으로 화제가 되었던 이환 감독의 역량이라면 그러한 문제의식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고, 아쉽고, 또 아쉬운 영화였다.


[빛나는 순간] - 작품의 의도는 좋았으나 오글거림은 어쩔 수가 없다.

감독 : 소준문

주연 : 고두심, 지현우

'바다에서 숨 오래 참기'로 기네스북에 오른 제주 해녀 진옥(고두심)을 취재하기 위해 다큐멘터리 PD 경훈(지현우)이 서울에서 내려온다. 하지만 진옥은 한사코 촬영을 거부하고, 진옥을 꼭 촬영해야 하는 경훈은 진옥의 매니저를 자청하며 그녀의 곁을 맴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진옥은 경훈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경훈도 진옥이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70대 제주 해녀 진옥과 30대 서울 청년 경훈은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고 서로를 향한 사랑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솔직히 [빛나는 순간]이 70대 제주 해녀와 30대 서울 총각이 사랑을 담은 영화인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영화 중후반 경훈이 진옥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는 깜짝 놀랐다. 물론 그러한 설정이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노년의 남자가 어린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는 꽤 있다. 그러니 노년의 여자가 어린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가 있으면 안 되는 법은 없지 않은가. 문제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영화 속의 사랑에 진심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그러한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니 오히려 오글거림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빛나는 순간]의 작품 의도는 좋다. 태어나자마자 제주 4.3 사건으로 부모를 잃은 진옥은 어린 딸마저 바다에게 잃는다. 남편은 전신마비가 되어 산송장인 채 방안에 누워 있는 상황.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음 생에서나 들어 볼 수 있는 말에 불과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온 청년이 난생처음 곱다며 얼굴을 매만져주니 어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거친 인생을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 할머니에게도 아직 소녀와 같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남아 있다고 소준문 감독은 말한다.

문제는 소준문 감독이 사랑 영화에 전혀 재능이 없다는 것이다. 제주 방언을 뒤섞인 영화 속 대사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관객이 느낄 로맨틱한 분위기는 결여되어 있다. 사랑 영화라면 자고로 로맨틱한 설정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킨 후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게 해야 하는데, [빛나는 순간]은 그러한 과정을 전부 건너뛰고 갑자기 서로 비슷한 상처를 지닌 진옥과 경훈에 사랑에 빠졌다고 밀어 부친다. 이렇게 해서는 젊은 남녀의 사랑조차 오글거리게 느껴질 것이다. 하물며 70대 여성과 30대 남성의 파격적인 사랑이니 오죽하겠는가.

사랑 영화가 오글거렸다는 것만으로도 [빛나는 순간]에 나는 결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그래도 이 영화는 [어른들은 몰라요]와 연결시켜 본다면 청소년기 시절 온갖 방황을 해치고 어른이 된 세진이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결혼을 해서 노년기를 맞이한다면 평생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채 억척같이 살기만 했던 진옥처럼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도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더 잘 하는 것이거늘....

'살아보니 살아진다.' 진옥이 넋두리처럼 내뱉은 말이다. 죽을 수는 없으니 그냥 사는 것이다. 진옥의 인생이 그러했다. 그렇기에 결국 경훈의 사랑을 포기하고 제주에 남은 진옥의 표정은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 이제 진옥은 그냥 사는 것이 아닌, 가슴속 깊이 간직한 사랑의 추억을 안으며 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소준문 감독에게 사랑 영화에 대한 역량이 더 갖춰져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고두심의 연기만큼은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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