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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용기 있는 자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다... [크라이시스], [미스터 존스]
13  쭈니 2021.07.26 10:43:44
조회 45 댓글 0 신고

과연 나는 거대한 권력이 은폐하고 있는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용기를 내서 거짓을 깨고 진실을 세상에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패한 권력은 진실조차 거짓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진실을 이야기하려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도 있다. 그러한 사실을 알기에 나는 아마도 진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입을 닫아 버릴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평범한 소시민의 어쩔 수 없는 비겁함이다.

영화는 나와 같은 비겁한 소시민이 아닌, 거대한 권력의 은폐에 맞서 진실을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이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번에 본 [크라이시스]는 중독성이 강한 진통제에 맞서 거대 제약회사, 국제마약밀대단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미스터 존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직전 스탈린 정권에 대한 의혹을 품고 우크라이나에 잠입한 기자의 목숨을 건 취재를 그린 영화이다. 나는 그런 용기가 없기에, 그들의 모험에 경이를 보내며 영화를 봤다.


[크라이시스] - 영화처럼 진실은 밝혀지고, 정의가 승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감독 : 니콜라스 제렉키

주연 : 게리 올드만, 아미 해머, 에반젤린 릴리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대학교수

거대 제약회사인 노스라이트 제약은 중독성이 강한 기존의 진통제 옥시코돈을 대체할 클라라론을 개발한다. 노스라이트 제약은 클라라론은 중독성이 없다고 자신하지만, 클라라론으로 동물 실험을 진행한 대학교수 타이론 브로워(게리 올드만)는 클라라론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중독은 물론 죽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노스라이트 제약은 그러한 타이론의 연구 결과를 무시하고 거액의 후원금으로 승인 도장을 받으려 한다. 고민 끝에 자신의 양심을 속일 수 없어서 노스트라이트 제약의 제안을 거부하고 FDA에 해당 사실을 알린 타이론. 그러자 타이론을 향한 온갖 음해 공작이 시작되고, 급기야 타이론은 대학에서 쫓겨난다. 게다가 FDA 마저 노스라이트 제약의 편에서 클라라론을 승인하고 만다.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타이론은 모든 것을 잃고 정든 대학을 떠나게 된다.

마약 거래를 뿌리 뽑고 싶은 언더커버 경찰

1년에 걸친 위장 잠복을 통해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마약 거래 유통 과정을 파악한 경찰 제이크 켈리(아미 해머)는 드디어 마약 조직의 보스 마더를 검거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하지만 마더도 조직 내에 경찰이 잠입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살인을 일삼는 마더의 위협에 동료 경찰은 '이게 목숨을 걸 일이냐?'라며 손을 뗄 것을 권유하지만 제이크는 마더 검거에 더욱 집착한다. 사실 그에겐 약물에 중독된 여동생이 있었던 것. 약물 중독으로 괴로워하는 여동생을 보며 마약 거래의 뿌리를 뽑겠다고 다짐한 제이크.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마더는 도망을 치고, 상부에서는 마더를 수배하는 선에서 작전을 마무리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끝내야 하는 걸까?

약물 중독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

한때 옥시코돈 중독으로 고생을 했던 건축가 클레어 라이만(에반젤린 릴리)은 치료를 통해 조금씩 호전되며 아들과의 행복한 삶을 꿈꾼다. 하지만 아들이 약물에 중독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들이 약물을 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클레어는 사설탐정을 고용하여 사건을 파헤친다. 그리고 아들의 죽음에 마약 조직인 마더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독한 마음을 먹고 마더에게 복수를 다짐하는 클레어. 하지만 그녀는 막아선 것은 경찰 제이크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에 좌절하던 클레어는 마더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총을 잡는다.

그들은 약물 중독의 거대한 카르텔을 뚫을 수 있을까?

[크라이시스]는 세 개의 이야기로 진행이 된다. 거대 제약회사 노스라이트 제약의 음모를 알게 된 대학교수 타이론과 마약 조직을 검거하려는 경찰 제이크, 그리고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여성 클레어까지. 그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FDA마저도 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 제약회사와 살인을 밥 먹듯이 하는 잔인한 마약 조직이다. 이건 결코 승산이 없어 보인다. 노스라이트 제약에 맞선 타이론은 명예와 직장을 잃는다. 그렇게 희생을 했는데도 FDA는 클라라론을 승인해 버린다. 제이크는 마더 검거에 실패하고, 클레어는 아들의 복수를 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힘이 없다. 무기력함... 이 영화가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에게 선사하는 감정이다. 분명 타이론은 진실을 말하고 있고, 제이크는 정의의 편에 서있으며, 클레어의 복수는 충분히 공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진실과 정의를 가로막는 거대한 카르텔 안에 갇힌 느낌이다.

그래도 영화라서 다행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무기력하게 끝이 났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타이론을 거대 제약회사에 맞서 진실을 폭로한 대학교수가 아닌, 과거 추악한 성추행을 벌인 파렴치한으로 기억하며, 아무런 경각심 없이 클라라론을 복용할 것이며, 마더를 놓친 제이크는 새로운 사건에 매달리게 될 것이다. 클레어는 평생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다시금 약물 중독에 빠져 시궁창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정말 영화가 이렇게 끝이 난다면 얼마나 화가 날까? 다행히 [크라이시스]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타이론은 명예를 되찾고, 클레어는 복수에 성공하며, 제이크는 자신 대신 마더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린 클레어를 보호한다. 이 모든 것이 영화의 마지막 10분 안에 벌어진다. 그래서 [크라이시스]의 후반은 개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속은 후련하더라. 진실이 밝혀지고, 정의가 승리하는 짜릿함. 그것을 위해 우리는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던가.

유명 배우들을 보는 맛도 있다.

사실 [크라이시스]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지난 5월 20일 개봉했지만 전국 50개의 스크린에서 2천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 전부이다. 결국 [크라이시스]는 극장 개봉이 아닌 OTT 서비스를 위해 국내에 수입이 된 영화인데, 아무래도 이런 유의 영화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크라이시스]는 그러한 내 선입견을 깨버릴 정도로 나름 준수한 영화적 재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게리 올드만, 아이 해머, 에반젤린 릴리를 비롯하여 그렉 키니어, 미셸 로드리게즈 등 익숙한 배우들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그리고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경각심이라는 사회 고발 영화로서의 주제까지 가지고 있으니, 충분히 내 시간을 투자해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미스터 존스] - 인간보다 위대한 사상은 없다. 그땐 그걸 몰랐기에 우리는 큰 대가를 치렀다.

감독 : 아그네츠카 홀란드

주연 : 제임스 노턴, 바네사 커비, 피터 사스가드

스탈린의 혁명에 의문을 품은 프리랜서 기자

1930년대 초 런던. 히틀러를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주목을 받은 가레스 존스(제임스 노턴)는 히틀러와 괴벨스가 유럽을 전쟁의 광기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영국 정치계에 강력하게 경고하지만 모두들 가레스의 경고를 무시하고, 급기야 가레스는 영국 외무성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하지만 가레스는 포기하지 않고 이번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는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소련은 지금 국가 부도 상태이지만 이상하게도 스탈린은 돈을 펑펑 쓰고 있었던 것. 도대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가레스는 의문을 품고 모스크바로 향한다.

퓰리처상 수상자의 추악한 민낯

스탈린을 인터뷰하겠다는 막연한 계획을 세우고 모스크바로 향하는 가레스. 그런데 가레스를 도와주기로 했던 기자 파울이 의문의 강도 사건으로 사망했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스탈린 인터뷰를 도와줄 것이라 믿었던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즈 모스크바 지국장인 존경받는 언론인 월터 듀런티(피터 사스가드)는 쾌락에 눈이 멀어 소련의 진실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준다. 기대했던 스탈린 인터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레스는 스스로 스탈린의 혁명자금 출처를 알아내기로 결심한다.

조력자와의 만남,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지옥을 목격하다.

월터의 조수이자 베를린 출신의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에게 파울이 죽기 전 우크라이나에 가려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레스는 우크라이나에 소련이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직감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믿을 수 없는 지옥과도 같은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대기근을 허덕이고 있는 와중에도 스탈린의 혁명자금 때문에 모든 곡식을 빼앗기고 있었던 것. 굶어죽은 사람들이 도처에 있고, 급기야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고 있었던 것. 결국 가레스는 소련 정부에 붙잡혀 영국으로 추방된다. 우크라이나에서 본 것을 절대로 발설하면 안 된다는 협박을 받으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

영국에 도착한 가레스는 큰 용기를 내서 우크라이나의 진실을 폭로한다. 하지만 월터가 이에 대한 반박 기사를 뉴욕타임즈에 내며 가레스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힌다. 게다가 영국 정부 또한 소련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여 가레스가 폭로한 진실을 애써 외면한다. 결국 가레스가 목숨을 걸고 폭로한 우크라이나의 진실은 철저하게 은폐되고, 가레스는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힌다. 가레스가 폭로한 진실은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조셉 마윌)에 의해 <동물농장>이라는 소설로 세상에 드러난다. 가레스 존스는 1935년 8월 내몽골에서 납치되었다. 그와 함께 있던 가이드는 소련 비밀경찰과 연루돼 있었고, 가레스는 30세 생일 하루 전날 총에 맞아 살해되었다. 한 편 월터 듀런티는 플로리다에서 1957년 73세에 사망했으며 그의 퓰리처상은 박탈되지 않았다고 한다.

가레스 존스의 진실을 외면한 대가

[미스터 존스]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영국 정부가 히틀러에 대한 가레스 존스의 경고를 귀담아들었다면 어쩌면 21세기 인류 최악의 재난이라 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을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만약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레스 존스의 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지구촌을 핵 전쟁의 위협으로 몰아넣었던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는 성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레스 존스의 진실을 외면했다. 히틀러는 그저 광대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고, 스탈린의 혁명은 중요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사람들을 희생시켜도 어쩔 수 없다며 외면한다. 그 결과 우리 인류사는 21세기에 들어서 전쟁의 광기에 휩싸여야 했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만 했다.

[크라이시스]가 영화라면 [미스터 존스]는 현실이다.

앞서 본 [크라이시스]는 영화적 설정에 충실했던 영화이다. 그렇기에 파면당한 대학교수는 언론을 통해 거대 제약회사의 비밀을 폭로할 수 있었고, 아들을 잃은 여성은 살인을 일삼는 마약조직의 보스를 처단할 수 있었다.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권선징악이었던 것이다. 그와는 달리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 존스]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다. 가레스 존스의 진실을 결국 묻혔고, 그를 소련의 비밀경찰에 납치되어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이제 스탈린의 혁명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지만 이미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이후이다. 현실은 이렇게 가혹하다. 그렇기에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그것이 불편한 진실이더라도... 그렇기에 더욱더 가레스 존스의 일생에 경이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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