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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 : 매버릭] - [탑건]에 대한 감동 어린 오마주, 그리고 36년 만의 완벽한 속편.
13  쭈니 2022.06.30 13:43:50
조회 171 댓글 2 신고

감독 : 조셉 코신스키

주연 : 톰 크루즈, 마일즈 텔러, 제니퍼 코넬리

36년이나 지났는데 이제 와서 왜?

솔직히 고백하자면 1987년 국내 개봉했던 [탑건]의 속편이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이제 와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36년 만에 나오는 속편이기 때문이다. 굳이 냉전체제에 흥행했던 영화까지 끄집어 내다니 할리우드의 아이디어가 바닥이 나긴 했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톰 크루즈는 [잭 리처], [미이라]를 통해 [미션 임파서블]을 잇는 새로운 시리즈 영화 개척에 나섰지만 실패했고, 결국 꺼내든 것이 자신이 출세작인 [탑건]이라는 것에 대해서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톰 크루즈도 갈 때까지 가는구나.' 이것이 [탑건]의 속편 제작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탑건]의 속편 영화가 개봉하면 극장에서 볼 생각이긴 했다. 내가 중학생 시절에 봤던 [탑건]의 웅장한 가슴 떨림을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한동안 공군에 들어가겠다는 친구들이 꽤 많았던 기억이 난다. (우습게도 영화는 미 공군이 아닌 미 해군 소재의 영화이다.) 어렸을 적부터 비폭력주의자(라고 쓰고, 싸움 못하는 찌질이라고 읽는다.)였던 나 역시도 한때 전투기 조종사를 꿈꿨을 정도이니, [탑건]은 그만큼 당시 내 또래의 남자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늦춰지던 [탑건 : 매버릭]이 드디어 개봉했다. 나는 당연히 이 영화를 혼자 36년 전 추억을 곱씹으면서 봐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창고에서 잠들어 있던 36년 전 영화를 굳이 끄집어 내서 만든 속편에 아들이 관심이 가질 리도 없고, 아내 또한 더더욱 관심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러한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 가족은 금요일 저녁 추억의 명화(?) [탑건]을 보며 복습을 마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다 함께 [탑건 : 매버릭]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그 결과 나도, 아들도, 아내도 꽤 만족해하며 영화 관람을 마쳤다. 이 영화가 왜 톰 크루즈 주연 영화 중 최초로 월드 와이드 10억 달러를 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첫 시작부터 전율이...

[탑건 : 매버릭]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 나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영화 시작... 그런데 1969년 3월 3일, 미합중국 해군이 최상위 1%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위한 엘리트 교육 학교를 설립하였다는 '탑건'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오는 부분에서부터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탑건]의 시작 부분에 나온 자막과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항공모함에서 미합중국의 전투기들이 이착륙하는 장면과 함께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나오는데 나도 모르게 '우와'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 장면 역시 [탑건]의 오프닝 장면을 고스란히 옮긴 것처럼 느껴졌다. 내가 36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해서 [탑건]을 다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토니 스콧 감독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탑건]에 대한 오마주에 신경을 꽤 많이 쓴 것처럼 느껴졌다. '탑건'을 소개하는 첫 자막에서부터 [탑건]의 그 유명한 오프닝 장면과 주제곡 'Danger Zone'까지 고스란히 [탑건 : 매버릭] 안에 재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탑건]에서 구스(앤서니 에드워즈)가 술집 피아노에 앉아 아내 캐롤(멕 라이언)과 어린 아들 브래들리 앞에서 'Great balls of fire'를 부르는 장면은 [탑건 : 매버릭]에서는 아버지를 따라 전투기 조종사가 된 브래들리, 콜사인 루스터(마일즈 텔러)가 페니(제니퍼 코넬리)이 술집에서 동기와 함께 'Great balls of fire'를 부르는 장면으로 재현된다. 이 장면에서 '매버릭'은 옛 추억을 회상하며 밖에서 몰래 루스터의 모습을 지켜보는데 그러한 '매버릭'의 모습이 딱 영화를 보는 내 모습과 같았다.

[탑건]에는 여성 관객을 위한 보너스 장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해변에서 '탑건' 동기들이 웃옷을 벗어 근육을 과시하며 비치발리볼을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탑건 : 매버릭]에서 오마주 되었다. 이번엔 비치발리볼이 아니고 럭비이고, 시대를 반영해서 여성 전투기 조종사도 포함되어 같이 게임을 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전투기가 이륙하는 현장에서 나란히 모터사이클을 타는 '매버릭'의 모습 등, 확실히 [탑건]을 보고 나서 [탑건 : 매버릭]을 보면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얼마나 전편에 대한 오마주에 신경을 썼는지 알 수가 있다. 덕분에 나와 같은 올드팬들은 추억을 회상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가 있었다.

찰리의 빈자리를 페니가 채우다.

1986년 당시 [탑건]을 봤던 내 또래의 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당시 나는 '탑건'에 초빙된 항공물리학 전문가 찰리(켈리 맥길리스)가 예쁘다고 생각했고, 영화 중반 '매버릭'과 찰리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숨죽여가며 봤었다. 하지만 [탑건 : 매버릭] 캐스팅 명단에 안타깝게도 켈리 맥길리스는 빠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켈리 맥길리스는 [탑건] 이후 배우 커리어에 내리막길을 걸었고, 90년대 들어서는 B급 영화에 전전하다가 2014년 [그랜드 스트리트]를 마지막으로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도 켈리 맥길리스가 그동안의 공백을 깨고 [탑건 : 매버릭]에 복귀하기를 바라는 올드팬들이 많을 텐데, 켈리 맥길리스의 최근 사진을 본다면 36년 만에 '매버릭'과 로맨스를 다시 시작하는 찰리에 대한 기대는 접게 될 것이다.

찰리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만 우글거리는 이 영화에 여주인공을 빼버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탑건 : 매버릭]에는 페니 벤저민이라는 새로운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페니는 첫 등장에서부터 '매버릭'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꽤 깊은 관계였던 것으로 설명된다. 잠깐... 그런데 [탑건]에서 페니가 나오던가? [탑건 : 매버릭]을 보기 몇 시간 전에 [탑건]을 봤지만 내 기억 속에는 페니가 없다. 그래서 나는 찰리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급조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페니는 비록 [탑건]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이름은 여러 차례 언급되었다고 한다. 구스의 아내 캐롤이 '매버릭'과 막 사귀기 시작한 찰리 앞에서 눈치 없이 페니 얘기를 꺼낸 것 외에도 '매버릭'이 해군 제독의 딸을 꼬셔서 전투기에 타고 같이 날았다는 언급도 있는 등. [탑건 : 매버릭]이 [탑건]과의 연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가 있는 대목이다.

켈리 맥길리스가 없다고 아쉬워 말자. 페니를 연기한 배우가 무려 제니퍼 코넬리이다. 나는 아직도 [인간 로켓티어]에서 제니퍼 코넬리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내 눈엔 사람이 아닌 요정처럼 비쳤을 정도였다. 그녀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애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2000년 영화 [레퀴엠]에서 마약에 중독되어 아름다움을 잃고 점점 망가져가는 마리온이라는 캐릭터로 이용했었는데, [레퀴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나는 제니퍼 코넬리가 켈리 맥길리스의 빈자리를 채운 것에 굉장히 만족하며 영화를 봤다. 단, 찰리가 없으니 '매버릭'과 찰리의 사랑 테마곡 'Take My Breath Away'도 없다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일 뿐이다.

 

임파서블한 미션에 뛰어든 '매버릭'과 '탑건' 대원들

[탑건]에서 극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버린 장면은 '매버릭'의 파트너인 구스의 죽음이다. 구스의 죽음으로 '매버릭'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그러한 죄책감은 매사에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고 제멋대로인 '매버릭'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다. [탑건 : 매버릭]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스틸 사진을 보던 중 루스터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콧수염을 기른 루스터의 모습이 영락없이 구스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루스터는 구스의 아들인 브래들리. 그 순간 [탑건 : 매버릭]의 주요 내용이 대충 머릿속에 그려졌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루스터는 '매버릭'을 원망할 것이며, 루스터의 원망을 들으면서도 '매버릭'은 '탑건'의 교관으로써 루스터를 완벽하게 교육할 것이며, 두 사람은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며 영화는 끝. 정말 그렇게 진행될까? 영화를 보기 전, 나의 또 다른 궁금증이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비슷하지만 다르다. 루스터가 '매버릭'을 원망한 것은 아버지의 죽음 때문이 아니라 해군사관학교에 '매버릭'이 네 번이나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이는 캐롤이 죽기 전에 남긴 부탁이었다. 결국 루스터는 '매버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5수만에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목숨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임무의 후보생으로 '탑건'에 오게 된다. 이제 '매버릭'의 임무는 간단하다. 성공 확률이 희박한 위험한 임무를 완수함과 동시에 임무에 투입된 루스터도 무사히 집에 돌려보내는 것이다.

[탑건]에서는 단순한 공중 전투 장면이 하이라이트라면 [탑건 : 매버릭]은 전 편의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난공불락의 분지에 숨겨진 적국의 우라늄 원자로를 폭발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험준한 협곡 사이로 저공비행을 해야 하고, 적국의 5세대 전투기와의 전투를 피하기 위해 고작 2분여 만에 모든 임무를 끝내야 한다. 성공 확률도 낮지만, 임무에 투입된 대원들이 살아서 복귀할 확률은 더욱 낮다. 이 임무에 교관인 '매버릭'이 참여하게 되고, 루스터를 비롯한 대원들을 무사 귀환시키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또다시 구스와 같은 참사를 겪을 수는 없으니... 이 장면이 얼마나 손에 땀을 쥐게 하던지, 최근에 봤던 그 어떤 액션 영화보다도 좋았다.

 

이거 너무 완벽한 거 아냐?

'매버릭'이 임무를 완수한 후 루스터를 구하고 자신은 희생하며 영화가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후에 나올지도 모를 3편은 루스터를 중심으로 재편될 테니까. 잠깐... 톰 크루즈가 죽음을 맞이했던 영화가 있었던가? 잠시 286 컴퓨터와 비슷한 내 머릿속의 데이터를 열심히 돌리는 사이, 역시나 '매버릭'은 죽지 않았음이 밝혀지며 톰 크루즈의 불사의 신화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루스터가 '매버릭'을 구할 차례. 임무 완수가 영화의 클라이맥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매버릭'과 루스터가 서로 힘을 합쳐 적국의 격납고에서 거의 골동품 수준인 F-14 비행기를 탈취하여 탈출하는 장면 또한 임무 완수 장면만큼이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2시간 10분의 러닝타임을 영화는 꽉 채워서 알차게 사용한 셈.

아내는 아이스맨(발 킬머)이 나오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하긴 아내는 [탑건]을 보면서도 톰 크루즈보다는 발 킬머가 더 멋있다며 팬심을 감추지 않았으니까. '매버릭'이 타고난 반항기 때문에 대령에 머문 것과는 달리 아이스맨은 대장까지 진급하여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역임하였고 알게 모르게 '매버릭'의 든든한 빽이 되어 그를 지켜줬지만 병세가 심해져서 '매버릭'과의 만남 후 며칠 안되어 사망한다. 아이스맨의 사망은 [탑건]의 구스 사망처럼 극의 분위기를 일순간 바꿔 버린다. 결국 그전까지는 교관으로서 교육에 치중했다면 아이스맨 사망 후 '매버릭'은 직접 나서서 비행 시범을 통해 자신이 방식이 임무 완수와 대원 생존의 유일한 방법임을 몸소 증명해 낸다.

아내와 마찬가지로 아들도 이 영화에 꽤 만족한 눈치이다. 특히 내가 '어때? 1편 보고 가길 잘 했지?'라며 생색을 내려 하자, '그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라며 퉁명하게 받아쳤다. 비록 말은 퉁명하게 했지만 1편을 보고 가길 잘했다는 아들 나름대로의 인정인 셈이라서 나를 뿌듯하게 했다. [탑건]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이제는 그때의 나보다 더 나이가 든 아들을 데리고 [탑건 : 매버릭]을 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과연 36년 전에는 이런 미래를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36년 만의 속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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