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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남자의 아내를 탐하다. '내로남불' 시대를 관통하는 '내로남불' 로맨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아망떼]
13  쭈니 2022.05.23 1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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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일컫는 신조어이지만 이제는 마치 오래전부터 있었던 단어처럼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정치계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아주 딱 들어맞는 짓거리가 공공연하게 행해진다. TV 뉴스, 신문 기사를 보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울 지경이다. 각설하고, 영화에서도 '내로남불'은 치명적 로맨스 영화에서 하위 장르로 사용된다. 분명 관객 입장에서는 불륜에 불과한데,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로맨스라고 주장하는 영화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아망떼]가 바로 전형적인 '내로남불' 로맨스 영화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시대착오적 불륜 로맨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은 마음에 든다.

감독 : 장철수

주연 : 연우진, 지안, 조성하

모범사병으로 사단장 사택의 취사병이 된 신무광(연우진)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장교로 진급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오늘도 쉬지 않고 인민을 위해, 아니 사단장(조성하)을 위해 복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단장이 한 달간 출장을 가게 되고 그날부터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수련(지안)의 위험한 유혹이 시작된다. 처음엔 수련의 유혹을 거부하는 무광. 하지만 수련이 지도원(정규수)에게 사택 취사병 교체를 요청하자 무광의 태도도 달라진다. 그는 출세를 위해 수련의 유혹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사단장의 사택에서 무광과 수련은 섹스를 하고, 어느덧 두 사람의 감정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발전한다. 그러나 사단장이 부대로 복귀하는 날이 다가오면서 무광과 수련의 사랑에도 파멸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작년 12월이었을 것이다. 극장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포스터를 처음 본 나는 내 눈을 의심해야 했다. 중국 공산당 홍보 영화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우리나라 영화더라.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저렇게 촌스러운 제목으로 흥행을 기대한단 말인가. 내가 예상했던 대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개봉은 흥행 실패로 막을 내렸다. 연우진과 지안의 수위 높은 노출이 화제가 되었지만, 배우의 노출을 보기 위해 극장에 가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배우의 노출 외에도 관객을 끌어당길만한 매력을 갖추었어야 했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아내가 출근을 하던 날, 나는 집에서 혼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보기로 결심했다. 이 영화를 누군가와 함께 보는 것이 창피했던 것이다. 나의 창피함은 배우들의 노출 때문만은 아닌, 이 영화에 대한 온갖 혹평들을 이미 접했기 때문이다. 괜히 아내와 함께 이 영화를 봤다가는 '뭐 이런 허접한 영화를 보자고 그래.'라는 아내의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결국 집에 혼자 있는 날을 디데이로 하여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게 만들었다. '안 보면 되잖아.'라는 질문이 뒤따를지도 모르지만, 이상하게 나는 망작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내 고약한 취향이 다시 한번 발휘된 셈이다.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영화는 정말 한심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중국의 인민해방군 퇴역 군인 출신의 작가 옌롄커의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중국에서는 금서로 지정되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어 전 세계 출간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고 한다. 영화는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따른다. 단지 배경은 중국이 아닌 1970년대 북한으로 설정된 하다. 1970년대 북한 배경의 영화라니... 독재 정권 시절 당시 상영되던 반공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태생부터 시대착오적 촌스러움을 안고 관객 앞에 선 것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여성의 음모가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노출 때문에 지안이라는 신인급 배우를 캐스팅해야 했던 것은 이해가 된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성경, [거짓말]의 김태연, [미인]의 이지현 등이 그렇게 데뷔했었으니까. 문제는 연기력이다. 파격적인 노출로 데뷔를 한 여배우 중 정성경을 제외하고 대부분 영화계에서 오래 버티지 못한 이유는 부족한 연기력 때문이다. 지안도 마찬가지인데 영화 초반 지안의 연기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최악이었다. 무광에게 벗으라고 강요하는 장면에서 도대체 장철수 감독은 어쩌다가 저 장면을 'OK'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중반 이후부터는 노출 장면으로 부족한 연기력이 약간은 메꿔졌지만, 지안이 배우로 롱런을 하려면 연기력을 갈고닦아야 할 것이다. ([인간 중독]의 임지연은 예외다. 그때도 연기는 꽤 잘했었고, 지금도 이미지 변신하여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으니까.)

영화 후반, 사단장의 복귀 하루 전날, 무광과 수련이 서로 자기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집 안의 물건을 마구잡이로 부수는 장면에서 나는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2시간 2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꾸역꾸역 버티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정말 못 봐주겠더라. 그 장면은 무광과 수련의 관계가 더 이상 위험한 불륜이 아닌, 가슴 아픈 사랑이었음을 표현하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감이 되지 않을뿐더러, 지안의 부족한 연기력과 더해져서 가장 짜증 나는 장면으로 변해 버렸다. 빨리 사단장이 집에 돌아와서 저 두 미친 연놈을 총을 쏴 죽이고 영화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였다. (그 시점에서 러닝타임이 아직 30분이나 남았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만약 내 예상대로 사단장이 집으로 돌아와 무광과 수련의 불륜을 눈치채고, 두 사람이 파멸을 맞이하며 영화가 끝났다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내 인생 최악의 영화 순위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결말이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특히 15년 후 수련을 만나기 위해 옛 복장을 하고 사령관(사단장이 사령관으로 진급한 듯하다.) 사택을 방문한 무광과 그런 무광에게 건네진 무미건조한 수련의 쪽지는 긴 여운을 남겼다. 15년 전에는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사랑이었지만, 15년이 흐른 지금은 그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과거에 불과했던 것이다. 혹시 불임인 사단장이 수련과 짜고 자식을 얻기 위해 벌인 짓인가 싶기도 하고... 나는 후반 10분은 두 번 돌려 봤다. 물론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고 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잘 만든 영화로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소한 최악은 면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아망떼] - 사랑도, 돈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의 욕심이 부른 참사

감독 : 니콜 가르시아

주연 : 스테이시 마틴, 피에르 니네이, 브느와 마지멜

파리...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행복한 연인 리사(스테이시 마틴)와 시몬(피에르 니네이). 하지만 시몬에게 마약을 샀던 고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시몬은 해외로 도피를 계획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함께 하겠다는 리사를 내버려 두고 시몬은 떠난다. 홀로 남겨진 리사는 슬픔에 빠졌고, 그런 그녀의 앞에 돈 많은 보험사 직원 레들러(브느와 마지멜)가 나타난다.

인도양... 3년 후 남편 레들러와 떠난 여행지의 리조트에서 리사는 여행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시몬을 우연히 만난다. 처음엔 시몬에 대한 원망의 감정이 되살아 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원망은 사랑으로 바뀌고, 그렇게 리사와 시몬은 레들러의 눈을 피해 다시금 열정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이번엔 시몬은 남겨두고 리사는 레들러와 함께 리조트를 떠난다.

제네바... 레들러와 함께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리사. 그런 그녀 앞에 시몬이 다시 나타난다. 두 사람은 레들러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눈다. 시몬을 사랑하지만 레들러의 돈도 포기할 수 없었던 리사. 그런 리사에게 시몬은 레들러를 살해하자는 말한다. 하지만 레들러 역시 시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리사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레들러는 시몬에게 돈을 줘서 리사와 떨어뜨리려 한다. 하지만 시몬은 떠나지 않고 다시 레들러의 저택으로 숨어드는데...

정말 우연이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본 후 [아망떼]를 본 것은... 그런데 보고 있자니 두 영화가 너무 비슷했다. 남편이 있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 남편은 돈과 권력이 있고, 여자는 이를 포기할 수가 없다. 결국 남자와 여자의 사랑, 아니 불륜은 파멸로 치닫게 된다. 여기까지는 두 영화의 전개가 비슷하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인다. [아망떼]는 파멸로 치닫게 될 줄 알고 있지만, 시몬은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레들러의 저택으로 향한다. 그리고 예정된 파멸을 굳이 온몸으로 받아낸다.

[아망떼]는 리사와 시몬의 사랑을 파리, 인도양, 제네바로 나눠 진행한다. 사실 파리에서 시몬의 선택은 현실적이면서도 비겁했다. 도망자 신세이면서 리사를 데리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분명 그에게 불리한 일이었고, 그는 사랑 대신 현실을 선택했다. 인도양에서 리사의 선택은 즉흥적이면서도 치밀했다. 우연히 다시 만난 옛 연인(아망떼)에게 '나는 너 없이도 잘 살고 있다'라고 과시하면서 조롱하고 싶었던 리사의 복수심이 이해가 되기도 했고(나도 그런 복수를 꿈꿨지만 나에겐 영화와 같은 우연이 찾아오지 않았다.) 다시 시몬에게 빠져드는 리사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파리에서 리사는 시몬에 대한 감정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이 레들러의 품을 선택했으니까.

문제는 제네바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몬에 대한 사랑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면 리사는 레들러를 포기했어야 했다. 하지만 리사는 시몬에 대한 사랑도, 레들러의 돈도 포기하지 못한 채 결코 해서는 안 될 범죄를 계획한다. 백번 양보해도 리사와 시몬의 사랑이 나의 응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와는 반대로 레들러는 리사를 향한 바보 같은 사랑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사와 레들러의 관계를 알면서도 그는 끝까지 모르는척하며 오히려 시몬에게 돈을 줘서 멀리 떠나게 함으로서 어떻게든 리사를 자신의 곁에 남게 하려 한다. 바보 같은 사랑에 빠진 사람은 바보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억지로 붙잡아둔다고 해도 그것은 잠시뿐이라는 것을 레들러가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바보 같은 사랑에 빠진 그는 그것이 최선이라 믿는다.

자, 당신은 누구의 사랑을 응원하겠는가? 답은 정해져 있다. 시몬의 사랑을 응원한다면 그것은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파리에서 시몬은 이미 비겁한 선택을 했다. 현실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것. 이번엔 어떠한가. 그는 리사와 함께 하기 위해 레들러를 살해하려 하지만, 사실 그것은 사랑이 아닌 레들러의 돈 때문에 내려진 결정일 뿐이다. 파리에서도, 제네바에서도, 시몬은 돈을 위한 선택을 한다. 그와는 달리 레들러는 바보 같지만 사랑을 위한 선택을 한다. 비록 그의 선택이 리사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겠지만 그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보 같은 사랑에 한 번이라도 빠져본 경험이 있다면 레들러의 마음이 그 순간 얼마나 무너지고 있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망떼]가 리사와 시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레들러의 캐릭터를 최대한 생략해 버린다. 그런데 나의 응원을 받는 것은 시몬이 아닌 레들러였고,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몬의 죽음은 해피엔딩처럼 느껴졌다. 물론 진정한 해피엔딩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 결국 레들러 또한 리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리사가 레들러의 곁에 남아 있어도 두 사람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감안한다면 레들러 입장에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일지도... 남의 아내를 탐한 남자 주인공의 비참한 최후, 나는 리사와 시몬의 불륜에 의한 비참한 최후가 통쾌하게 느껴졌다. 불륜 로맨스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러게 사랑을 하고 싶다면 치졸하게 몰래 숨어서 불륜을 저지르지 말고, 돌싱이 되어 남들 앞에서 당당하게 사랑을 하라. 그것이 영화를 보고 나서 리사와 시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P.S. [아망떼]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만큼은 아니지만 여성의 음모가 나올 정도로 노출 수위가 꽤 세다. 그런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는 달리 [아망떼]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도대체 관람등급의 기준이 무엇인지, 한국 영화가 하면 외설이고, 프랑스 영화가 하면 예술인가? 이러한 오락가락 등급 기준 또한 '내로남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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