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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2] - '투캅스', '공공의 적'도 해내지 못한, 한국형 프랜차이즈 시리즈의 교두보를 확보하다.
13  쭈니 2022.05.20 15:49:33
조회 40 댓글 0 신고

감독 : 이상용

주연 : 마동석, 손석구

3편까지가 한계였던 '투캅스', '공공의 적'

한때 나는 장기 시리즈로 진행되는 한국 액션 영화를 기다렸었다. 물론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5년 전영록 주연의 액션 영화 [돌아이]는 이후 3편의 시리즈가 제작되었고, 1988년에는 최재성으로 주인공을 바꿔 4편이 개봉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돌아이 4 : 둔버기]의 흥행 실패와 함께 '돌아이' 시리즈는 그대로 끝이 나고 말았다. '돌아이' 시리즈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의협심 때문에 사건을 몰고 다니는 석이가 주인공인데, 당시 부조리한 사회 분위기를 꼬집는 액션 영화였다. 하지만 내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것이 1988년이었기 때문에 '돌아이' 시리즈에 대한 나의 기억은 거의 없다.

1993년 개봉해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는 나에게 있어서 본격적인 한국형 액션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문제는 1편이 안성기, 박중훈, 2편이 박중훈, 김보성, 3편이 김보성, 권민중으로 이어지다 보니 시리즈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가 없었다. 흥행의 마술사인 강우석 감독도 그러한 '투캅스' 시리즈의 문제를 재빠르게 캐치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2002년 강철중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킨 [공공의 적]이다.

'공공의 적' 시리즈의 전략은 주인공 강철중(설경구)에게 강력한 빌런을 던져주는 것이다. 1편은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한 엘리트 펀드 매니저 조규환(이성재)이었고, 2편은 돈이면 무슨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학 재단의 이사장 한상우(정준호)였으며, 3편은 학교 일진을 해결사로 고용해서 돈을 버는 거대 그룹의 회장 이원술(정재영)이었다. 그런데 '공공의 적' 시리즈의 문제는 엉뚱한 데에서 발생한다. 강철중의 직업이 1편에서는 경찰이었다가, 2편에서는 검사로, 3편에서는 다시 경찰로 오락가락한 것이다. 결국 3편의 제목은 '공공의 적 3'가 아닌 [강철중 : 공공의 적 1-1]로 정하며 초심을 다짐했지만 아쉽게도 '공공의 적' 시리즈는 '투캅스' 시리즈가 그러했듯이 3편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강우석 감독이 시도한 액션 시리즈는 3편까지가 한계였던 셈이다.

어쩌면 한국 액션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기원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는 누적관객 687만 명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이다. 하지만 이후 마동석은 자신의 이미지를 의미 없게 소모하기 시작했다. 그가 기획에도 참여했던 [챔피언]을 시작으로 [원더풀 고스트], [동네 사람들], [성난 황소]까지, 2018년에만 무려 다섯 편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하였으며,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만고만한 흥행을 기록했다. 아마도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범죄도시] 또한 2018년에 개봉한 고만고만한 영화들과 한 묶음으로 내게 인식된 것이다. 그러한 [범죄도시]에 대한 인식은 [범죄도시 2]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보긴 보겠지만 굳이 극장에서 봐야 할까?'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범죄도시 2] 개봉 전 마동석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범죄도시'는 처음부터 여덟 편의 시리즈로 기획되었다고 밝힌 것이다. 그 순간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이 내게 전해졌다. 한때 내가 그토록 바랬던, 하지만 이제는 이뤄질 수 없는 꿈이라 여겼던 한국형 액션 시리즈의 탄생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직 2편에 불과하다. 3편의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결코 넘지 못했던 마의 장벽 4편이 제작되고, '돌아이' 시리즈가 도달하지 못한 5편까지 만들어진다면 드디어 나는 장기 시리즈로 진행되는 한국 액션 영화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기쁜 순간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범죄도시 2]를 보기 위해 당장 극장으로 달려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기 시리즈가 되기 위해서는 흥행이 필요하다. 흥행 실패는 시리즈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필요하다. 매력적인 캐릭터 없이 시리즈의 의미가 사라진다. [범죄도시 2]는 이 모든 것을 갖추었다. 마동석이 연기한 마석도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막힌 속을 뻥하고 뚫게 만들 정도로 속 시원한, 마동석만이 가능한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게다가 1편의 흥행에 이어 2편 역시 개봉 첫날부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어쩌면 나는 한국 액션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기원을 목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뿌듯한 생각을 하며 [범죄도시 2]를 관람했다.

왜 우리는 마석도에게 열광하는가?

[범죄도시 2]는 가리봉동 차이나타운에서 조선족 범죄조직을 소탕한 마석도(마동석) 형사를 중심으로 한 서울 금천 경찰서 강력 1반의 사건에서 4년이 지난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흉기를 들고 인질극을 벌이는 정신병자를 한 손으로 때려잡은 마석도는 그러나 과잉진압에 대한 비난 여론에 시달린다. 이에 전일만(최귀화) 반장은 베트남에서 범죄자를 인도하는 임무를 맡아 마석도와 함께 출장을 떠난다. 처음엔 너무나도 간단한 임무였다. 베트남 주재 한국 영사관에 자수한 유종훈을 한국으로 인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전일만은 설렁설렁 베트남 관광이나 즐기며 유종훈을 데리고 한국에 돌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지랖 넓은 마석도는 유종훈이 자수한 이유를 진실의 방에서 캐묻고 동남아 일대에서 한국인을 납치 살해하는 강해상(손석구)의 범죄를 알게 된다. 그리고 수사권도 없으면서 강해상을 잡겠다고 베트남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1편이 2007년 4월 가리봉동 일대 차이나타운을 거점으로 조직된 연변 조직 '흑사파 일망타진 사건'을 각색했다면, 2편은 2011년에 충격적인 실체가 드러난 '필리핀 한인 납치 살해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다. 나도 몇 개월 전 SBS TV 교양 프로그램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 사건을 처음 접했는데, 너무 끔찍한 사건이라서 끝까지 시청할 수가 없었을 정도였다. 그런 끔찍한 사건의 주범을 마석도는 맨주먹으로 때려잡는다. 그러니 관객의 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분명 '범죄도시'는 '공공의 적'과 비슷한 전략을 선택했다. '공공의 적'에 강철중이 있다면, '범죄도시'에는 마석도가 있다. '공공의 적'은 엘리트 펀드 매니저, 사학 재단 이사장, 거대 기업 총수 등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속은 부패해서 문드러진 자본주의 사회에 특화된 빌런을 내세웠다면, '범죄도시'는 우리 사회의 밑바닥 흉악한 빌런들을 마석도에게 먹이로 던져 준다. 그러한 점에서 '범죄도시'는 '공공의 적'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 '공공의 적'의 빌런들은 자본주의 사회 최상위 계층에 속한 자들로 관객 입장에서는 현실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범죄도시'의 빌런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 스쳐 지나갔을지도 모르며, 특히 실화 바탕이라는 타이틀은 영화의 현실감을 강화시켜 마석도의 활약에 대한 쾌감을 증폭시킨다.

그래서 강해상은 장첸을 뛰어넘었나?

'공공의 적'이 3편에서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2, 3편의 빌런이 1편의 빌런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의 조규환은 정말 역대급 빌런이다. 그는 누가 봐도 호감형인 성공한 펀드 매니저이다. 하지만 잘못된 투자로 인해 추락의 위기를 맞이하자 유산을 노리고 자신의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들에게 살해당한 노부인이 죽어가면서도 아들이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없애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조규환이 역대급 빌런인 이유는 아들에게 실해를 당하면서도 아들을 지키려 했던 노부인의 자식 사랑이 조규환의 존속살인과 대비되면서 그의 범죄가 더욱 극대화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공공의 적 2]는 조규환을 뛰어넘는 빌런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불가능한 미션을 위해 부득이하게 강철중의 직업을 경찰에서 검찰로 업그레이드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편의 한상우, 3편의 이원술은 1편의 조규환을 넘어서지 못했고, 그대로 '공공의 적' 시리즈는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1편의 역대급 빌런이 시리즈화의 초석이 되었지만, 그와 더불어 장기 시리즈화의 방해물이 되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사정은 '범죄도시'도 비슷하다.

[범죄도시]의 장첸(윤계상)은 마석도와 더불어 영화의 흥행을 이끈 장본인이다. 아이돌 그룹 'god'의 전 멤버이자 스마트한 이미지로 사랑을 받던 윤계상을 연변 출신 조폭으로 변신시킨 것부터가 화제가 되었고, 윤계상은 거침없는 연기로 [범죄도시]의 자신의 캐스팅에 대한 화제성을 장르적 재미를 변환시켰다. [범죄도시 2]는 스마트한 이미지의 손석구를 강해상으로 캐스팅하며 장첸의 성공 사례를 따라간다. 솔직히 장첸이 워낙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에 강해상은 이에 조금 못 미치긴 하지만, 장첸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막장 행보로 이를 만회한다. 인질을 무턱대고 죽이고, 인질의 가족을 협박하기 위해 시체를 훼손하고, 급기야 빼앗긴 돈 가방을 되찾기 위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등, 막무가내식 행보로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뭐 장첸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만하면 합격!!!

마동석의 이미지 소모를 줄일 수는 있을까?

윤석호 형사가 맡은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여덟 편의 시리즈 영화를 만들겠다는 마동석의 원대한 꿈은 이제 25%가 달성되었다. 3편의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조만간 37.5% 달성이 유력하다. 다행인 것은 [범죄도시 2]가 코로나19를 뚫고,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라는 강력한 흥행 대작까지 넘어서며 아직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나름 재미있게 봤고, 덕분에 3편을 기대하게 되었으니 마동석의 원대한 꿈은 현재까지 잘 진행 중이다.

물론 영화가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특히 강해상이 안전한(?) 베트남을 놔두고, 굳이 한국까지 들어와 위험을 자초하는 설정이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강해상이 한국에 들어와야 본격적인 마석도와 강해상의 대결이 진행될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설정임은 이해가 된다. 이를 위해서 영화는 강해상 캐릭터를 앞뒤 계획 없이 그저 무작정 즉흥적으로 저지르는 성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일지도... 뭐 사정이 어찌 되었건 마석도가 강해상의 얼굴에 묵직한 주먹 한방을 날리며 내 속이 뻥하고 뚫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억지스러운 설정에 대한 나의 아쉬움을 저세상으로 날려 버렸다. 그래, 오락 영화에서 설정이 조금 억지스러우면 또 어떠한가.

한 가지 불안한 것이 있다면 마동석의 행보이다. [범죄도시]의 흥행 이후 2018년 선보였던 그의 다작 행보가 [범죄도시 2]의 흥행 이후 또다시 이어진다면 그 여파는 분명 [범죄도시 3]로 이어질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석도와 엇비슷한 캐릭터로 다른 영화에서도 계속 이미지를 소모한다면 언젠가는 관객들도 지겨워질 수가 있다. 진정 그가 '범죄도시' 시리즈를 여덟 편까지 끌고 갈 계획이라면 그의 이미지 소모를 조금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과연 마동석의 선택은? 아! 진정 나는 [범죄도시 8]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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