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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가스 제닝스

더빙 : 매튜 맥커너히, 리즈 위더스푼, 스칼렛 요한슨, 태런 에저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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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의 애니메이션 추억은 이제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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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첫 극장 관람 영화로 [매트릭스 : 리저렉션]이 선택된 이후 내가 끈질기게 아들에게 보자고 조른 영화가 있다. 바로 1월 5일에 개봉한 [씽2게더]이다. 2016년 12월에 개봉한 [씽]은 아들과 극장에서 봤었기에 나는 당연히 [씽]의 속 편인 [씽2게더]도 아들과 극장에서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들은 단번에 'NO'라며 거부했다. 하긴 [씽]을 봤을 때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이었고, 지금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으니 아직까지 아들에게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을 같이 보러 가자고 했던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아들과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러 가는 추억은 막을 내렸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들은 오는 4월에 개봉하는 [수퍼 소닉 2]와 7월에 개봉하는 [미니언즈 2]는 같이 봐주겠다며 선심 쓰듯이 이야기한다. 뭐지... 애니메이션이 문제가 아니라 [씽2게더]가 문제였던 것이냐? 하긴 어렸을 적부터 노래 부르기를 끔찍이도 싫어했던 아들의 입장에서는 극장을 살리기 위한 대국민 오디션을 소재로 한 [씽]이 흥미로웠을 리가 없다. 나처럼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올드 팝송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씽]의 영화적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아들에게 [씽]은 그저 시끄러운 노래를 부르는 것 외엔 별 내용 없는 애니메이션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씽2게더]의 극장 관람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과 함께 쌓았던 [씽]의 추억을 나 혼자 주워 담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운명은 나를 혼자서라도 [씽2게더]를 보도록 이끌었다. 백신 3차 부스터 샷 접종을 하고 맞이한 백신 휴가 날. 조용히 집에서 몸조리나 하라고 줬을 휴가였지만 오히려 다른 날보다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아침부터 극장으로 출동했다. 가장 보고 싶었던 [하우스 오브 구찌]를 보고 나니 오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그냥 집에 가기가 아까워서 시간이 맞는 영화를 살펴보니 [씽2게더]밖에 없더라. (사실 [특송]이 보고 싶었지만 시간대가 도저히 맞지 않았다.) 그래, 이건 운명이다 싶었다. 그래서 평일 대낮, 중년 남성이 텅 빈 극장에서 홀로 어린이 애니메이션 [씽2게더]를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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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극장 살리는 미션은 성공, 그렇다면 다음 미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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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의 내용은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대로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망하기 일보 직전인 문 극장을 살리기 위해 코알라 버스터 문(매튜 맥커너히)이 대국민 오디션을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우승 상금은 1천 달러였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10만 달러로 바뀌고, 이로 인하여 전국 각지에서 노래 좀 한다는 하는 동물들이 몰려들어 오디션에 참가한다. [씽]은 그들이 부르는 올드 팝송과 함께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개성 강한 동물 캐릭터들로 흥행을 이끌어 냈다. 25남매를 둔 슈퍼맘 돼지 로지타(리즈 위더스푼), 록스타의 꿈을 키우는 고슴도치 애쉬(스칼렛 요한슨), 범죄자 아버지를 둔 고릴라 조니(태런 에저튼), 그리고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는 소심한 코끼리 미나(토리 켈리) 등. 그들이 이끌어낸 무대는 마치 콘서트장에 방문한 듯한 황홀감을 안겨줬다.

당연하지만 대국민 오디션은 대성공을 거두고, 문 극장은 부활에 성공한다. [씽2게더]는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문 극장. 하지만 버스터 문은 여기에 만족할 수가 없다. 그의 다음 미션은 좀 더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 이를 위해 버스터 문은 회심의 공연을 선보이지만 스카우터인 수키 레인(첼시 페레티)에게 퇴짜를 맞는다. 이대로 포기해야 할까? 그럴 리가. 버스터 문은 무작정 멤버들과 레드 쇼어 시티로 향하고 우여곡절 끝에 크리스탈 호텔의 회장 늑대 지미 크리스탈(바비 카나베일) 앞에서 오디션을 본다. 그리고 크리스탈 호텔에서 3주 후 돼지 군터(닉 크롤)가 쓴 SF 뮤지컬을 공연하기로 계약한다.

버스터 문은 그토록 꿈꾸었던 레드 쇼어 시티 진출에 성공하지만 산적한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특히 버스터 문이 지미 크리스탈에게 얼떨결에 약속한 왕년의 슈퍼스타인 사자 클레이 캘로웨이(보노) 섭외는 가장 큰 난제이다. 캘러웨이는 15년 전 사랑하는 아내가 죽자 은퇴하여 그 누구도 행방을 모르는 상태. 게다가 SF 뮤지컬 시나리오는 완성조차 되지 않았고, 급작스러운 공연 장르 변경 때문에 멤버들도 모든 것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미의 딸인 포르샤 크리스탈(할시)이 난데없이 나타나 로지타를 밀어내고 발연기를 남발하면서 주연을 꿰찬 것. 과연 이 모든 난국을 뚫고 버스터 문의 공연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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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캘로웨이의 마음의 문을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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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씽2게더]에 그다지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씽]을 재미있게 봤던 이유는 마치 콘서트를 보는 듯한 황홀한 오디션 장면 덕분이다. 하지만 오디션은 끝이 났다. [씽2게더]에서 또다시 오디션을 펼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씽2게더]가 내세워야 할 것은 바로 뮤지컬 공연이다. [씽]에서 오디션에 출연했던 멤버들이 [씽2게더]에서는 멋진 뮤지컬 공연을 선보여야 한다. [씽]이 관객을 콘서트장으로 이끌었다면 [씽2게더]는 뮤지컬 공연장으로 관객을 이끄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셈. 하지만 [씽2게더]는 뮤지컬 공연 장면보다는 뮤지컬 공연이 우여곡절 끝에 성사되는 과정에 더 심혈을 기울인다. 막상 영화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뮤지컬 공연 장면은 별 감흥이 없었다.

[씽2게더]에서 중심이 되는 스토리 라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은둔한 왕년의 슈퍼스타 클레이 캘로웨이를 공연에 합류시키는 것과 지미 크리스탈의 갑질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SF 뮤지컬 공연을 끝마치는 것이다. 먼저 클레이 캘로웨이를 공연에 합류시키는 것부터 보자.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산속 깊숙이 숨어 살다시피한다. 처음 버스터 문의 비서인 이구아나 미스 크롤리가 클레이 캘로웨이의 집에 갔을 때 그가 보인 폭력적인 거부는 꽤 인상적이었다.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는 미스 크롤리가 겁에 질려 벌벌 떨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버스터 문과 클레이 캘로웨이의 광팬인 애쉬가 찾아갔을 때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인다. 물론 자신이 담에 설치한 고압전류에 감전된 버스터 문과 애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는 해도 갑자기 나긋해진 클레이 캘로웨이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클레이 캘로웨이가 나긋해졌으니 그를 뮤지컬에 캐스팅하는 것은 더욱 쉬운 문제가 되었다. 과연 버스터 문고 애쉬가 어떻게 클레이 캘로웨이의 마음의 문을 열까 궁금했는데, 해답은 애쉬가 클레이 캘로웨이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뭐야... 고작 이거였어? 클레이 캘로웨이가 마음의 문을 열고 버스터 문의 뮤지컬에 출연하기로 결심하는 과정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씽2게더]는 너무 많은 요소들을 영화 속에 쏟아 넣어야 하다 보니 이렇게 대충 마무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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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크리스탈은 왜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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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전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클레이 캘로웨이가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이 대충 표현된 이유는 [씽2게더]에서 새롭게 합류한 메인 빌런 지미 크리스탈에 상당 부분의 분량을 넘겨줘야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깐깐하기로 소문이 난 그는 버스터 문에게 클레이 캘로웨이를 캐스팅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공연을 결정할 정도로 즉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아무리 클레이 캘로웨이의 팬이었다고 하지만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는 뮤지컬 공연을 버스터 문의 믿지 못할 약속에 모든 것을 걸어버리는 어리숙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 이후에도 그는 뮤지컬 흥행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초짜인 자신의 딸 포르샤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라고 압력을 넣기도 하고, 포르샤가 해고된 이후에는 버스터 문을 죽으려 하는 등 광적인 모습도 보인다.

물론 강력한 빌런은 영화의 긴장감을 불어 넣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존재이다. [씽]에서 빌런이라 할만한 강력한 캐릭터가 없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씽2게더]의 회심의 카드는 지미 크리스탈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그의 행동에 그다지 개연성이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라고 하기엔 냉철한 모습이 부족해 보이고, 잔인한 마피아라고 하기에도 부족해 보인다. 특히 영화 후반 버스터 문의 공연을 막기 위해 이해할 수 없는 방해공작을 펼치는 장면은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단지 포르샤가 해고되었기 때문에? 아무리 어린이 애니메이션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개연성 없이 갑질을 해대니 영화의 긴장감이 떨어져 버린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로지타가 고소공포증을 이겨내고 버스터 문을 구하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과정, 사랑에 관해서는 숙맥인 미나가 아이스크림을 파는 코끼리 알폰소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야크인 느끼한 다리우스와의 멜로 연기를 애절하게 선보이는 과정, 몸치인 조니가 스트리트 댄서인 스라소니 누시를 만나 춤을 배우면서 멋지게 춤을 추게 되는 과정 등은 뮤지컬 공연이라는 메인이벤트를 위해 꼭 필요한 장면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미 크리스탈의 과한 갑질은 영화의 러닝타임만 무의미하게 잡아먹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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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봤자 급조된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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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씽2게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역시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SF 뮤지컬 장면이다. [씽]에서 오디션 장면이 가장 중요했다면 [씽2게더]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뮤지컬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만약 이 영화의 감독이라면 관객이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뮤지컬 전체 장면을 보여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너무 요소들로 상당 부분의 러닝타임이 소모된 후였기 때문에 정작 가장 중요한 뮤지컬 장면은 띄엄띄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기분은 당연히 느낄 수가 없다. 왜 이렇게 연출을 한 것인지 의아할 정도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군터의 SF 뮤지컬은 급조된 쇼였다. 군터가 처음 자신의 아이디어를 버스터 문에게 말했을 때, 버스터 문은 무시했었다. 하지만 지미 크리스탈의 눈에 들기 위해서 얼떨결에 군터의 미완성 SF 뮤지컬을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당연히 잘 될 리가 없다. 오랜 기간 꼼꼼히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연습을 통해 배우들의 완벽한 합을 맞춰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을 3주 안에 해야 하니 말이다. 버스터 문의 임기응변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대충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었다고 해도, 만약 클레이 캘로웨이의 복귀라는 이슈가 없었다면 과연 이 공연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결국 이 공연의 성공은 지미 크리스탈의 돈이 처 발라진 스케일과 클레이 캘로웨이의 복귀라는 이슈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아마도 그래서가 아닐까? 가장 중요한 뮤지컬 공연 장면을 대충 보여준 이유가 말이다. 물론 말도 안 되지만, [씽2게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냥 대충 급조된 뮤지컬 공연을 본 것만 같아 씁쓸했다. 어쩌면 아들과의 소중한 추억이 있었던 [씽]과는 달리 [씽2게더]는 혼자 쓸쓸히 봐야 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좀 더 냉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3편이 나온다면 또다시 흥겹고 감미로운 올드 팝송을 기대하며 혼자서라도 극장을 찾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