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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의 그 어떤 형태...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여름날 우리]
13  쭈니 2022.01.20 10:57:05
조회 47 댓글 0 신고

2021년은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전 세계에 위용을 뽐낸 한 해였다. 사실 2020년 2월에 개최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 한국 문화는 최절정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여전히 BTS는 전 세계 최정상급 뮤지션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물인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의 모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 결과 [미나리]의 윤여정은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마동석, 전종서, 박서준 등 우리 배우들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해서 화제가 되었고, 이정재, 정호영이 미국 배우 조합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2021년 한국 문화계계가 전 세계에 거둔 성과를 나열하려면 끝이 없다. 예전에 일본에 한참 뒤처진 문화 변방국 취급을 받았던 우리나라가 언제부턴가 이렇게 문화 강국이 되었던 말인가? 뿌듯하다. 그래서 이번에 본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해외 영화들이다. 물론 이걸 한류와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변요한과 한효주를 캐스팅한 일본의 첩보 스릴러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와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중국의 멜로 영화 [여름날 우리]가 그 주인공이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 그저 한효주와 변요한이 아까울 따름이다.

감독 : 하스미 에이이치로

주연 : 후지와라 타츠야, 타케우치 료마, 한효주, 변요한

전 세계의 돈이 되는 기업 정보를 비밀리에 취급하는 첩보 기관 AN 통신. 이 기관의 첩보원들은 가슴속에 폭탄을 심어 놓고, 24시간 내에 정기 보고를 하지 않으면 폭발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AN 통신 첩보원으로 키워진 타카노(후지와라 타츠야)는 타오카(타케우치 료마)와 함께 중국의 거대 기업 CNOX의 태양광 에너지 개발 산업에 관련된 비밀을 파헤치게 된다. 여기에 누구에게 의뢰를 받았는지 알 수가 없는 한국인 첩보원 데이비드 킴(변요한)과 돈이 되는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정체불명의 여인 아야코(한효주)까지 끼어들며 태양광 에너지 개발을 둘러싼 정보 전쟁은 더욱 과열된다.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내가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선택한 것은 한효주와 변요한이 출연 때문이다. 특히 한효주는 내가 꽤 좋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일본의 첩보 스릴러 영화에서 어떤 매력을 발산하는지 보고 싶었다. 변요한 또한 최근에 본 [보이스]에서 남다른 연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들의 출연은 단순한 이벤트성이 아닐 것이라고 나는 짐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내 생각은 안타깝게도 틀렸다. 영화를 보며 변요한과 한효주가 이 영화에 출연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스러웠다. 사실 데이비드 킴과 아야코는 굳이 한국인으로 설정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영화의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도 못한다. 그래도 한 가지 엿볼 수 있는 것은 한국인에 대한 이 영화의 시선이다. 데이비드 킴의 경우는 얄밉지만 실력만큼은 주인공인 타카노에 비해 월등하다. 마지막에 타카노 일행을 구해주는 것은 데이비드 킴이다. 그리고 아야코 역시 전형적인 팜 파탈로 태양광 에너지 전쟁의 알짜배기 이익은 아야코의 차지가 된다. 한마디로 고생은 타카노와 타오카가 죽도록 해놓고 실질적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두 한국인 캐릭터라는 사실. 한때 아시아의 문화 강국이라 자부했던 일본이 최근 불고 있는 우리나라의 한류 열풍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다.

사실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한효주와 변요한의 출연을 빼놓는다면 굳이 봐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영화이다. 첩보 스릴러 영화이지만 치밀함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는 부모에게 버려져 희망을 잃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야 하는 타카노의 사연에 더욱 치중하는 편이다. 태양광 에너지 기술을 가지고 여러 첩보 기관이 경쟁을 펼치지만 그것이 그럴만한 일인지도 잘 모르겠고, 액션도 별 볼일 없다. 뭐랄까 별것 아닌 소재를 엄청나게 과대포장하여 관객에게 내놓은 듯한 느낌이다.

가장 큰 문제는 배우의 연기력이다.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마치 만화처럼 과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화 초반 동료의 죽음을 막지 못한 타카노와 타오카의 울부짖음부터가 과잉 감정 연기의 시작이었고, 이후에도 그러한 연기는 계속 이어졌다. 알고 보니 이 영화를 연출한 하스미 에이이치로 감독의 대표작은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암살교실]. 그런 영화에서 과장된 연기는 원작에 충실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의 과장된 연기는 오히려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한 문제는 일본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아마도 일본 문화가 만화를 기반으로 발전했기 때문은 아닐까?

주연인 후지와라 타츠야도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사실 그는 나에게도 꽤 익숙한 배우이다. [배틀로얄], [데스 노트], [나만이 없는 거리], [22년 후의 고백]까지. 일본 영화를 그리 자주 보는 편이 아닌데, 그가 출연한 영화는 꽤 봤다. 문제는 [배틀로얄], [데스 노트] 때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나만이 없는 거리]에서부터는 그의 독특한 외모와 어색한 연기가 자꾸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에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는 그의 커다란 두상이 더욱 부각되어 첩보 스릴러의 주인공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를 선택한 이유가 한효주와 변요한의 출연이었기 때문에 두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 위주로 영화를 봤는데,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한효주는 자신과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고, 변요한이 연기한 데이비드 킴 역시 영화에서 그다지 개연성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결국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나에게 아무런 만족감도 안겨주지 못했다. 그저 이 영화에 동원된 한효주와 변요한이 아까울 따름이다.


[여름날 우리] - 옛사랑의 후회... 그때 내가 좀 더 철이 들었더라면...

감독 : 한텐

주연 : 허광한, 장약남

학교 수영부 소속이지만 수영도, 공부도 딱히 관심이 없는 17살 고등학생 저우 샤오치(허광한)는 새로 전학 온 요우 용츠(장악남)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다. 그날 이후 샤오치의 목표는 오로지 용치와 함께 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용치가 폭력적인 아빠를 피해 전학을 가버리며 두 사람은 첫 번째 이별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내던 샤오치는 우연히 용츠가 다니는 대학을 알게 되고, 밤낮없이 공부를 하여 드디어 용츠가 다니는 대학에 입학한다. 하지만 용츠에겐 이미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두 번째 이별을 하게 된다. 또다시 시간이 흘러 지역 수영 선수로 활약하는 샤오치는 거리에서 우연히 용츠를 발견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인연을 확인, 연인이 된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사랑은 또다시 이별과 마주하게 되는데...

멜로 영화의 미덕이라면 '나도 저런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환상을 관객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가끔 비극적인 결말로 영화가 끝나더라도 관객의 환상은 바뀌지 않는다. 비극조차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사랑의 마법이니까. 하지만 가끔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버리는 잔인한 멜로 영화가 있다. 대표적인 영화가 허준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인데, 이 영화가 잔인한 이유는 상우(유지태)와 은수(이영애)의 사랑이 현실적인 이유로 이별을 맞이하게 때문이다. 그러면서 사랑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봄날은 간다]는 내 인생의 멜로 영화이면서도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이기도 했다.

2018년에 개봉한 이석근 감독의 [너의 결혼식]은 명백하게 [봄날은 간다]의 뒤를 이을만한 현실적인 멜로 영화이다. 이 영화는 처음엔 우연(김영광)과 승희(박보영)의 판타지 같은 청춘 로맨스로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관계에는 현실이 끼어 되게 되고, 결국 우연과 승희는 어쩔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깨져 버린 첫사랑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그때 내가 좀 더 철이 들었더라면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여름날 우리]는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중국 영화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영화가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되는 경우는 드물어서 굉장히 신기했지만, 요즘은 그렇게 신기한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여름날 우리]는 국내 개봉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극장가에서 사라졌다. 당연하다. [너의 결혼식]은 [봄날은 간다]와 마찬가지로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나의 놓쳐버린 첫사랑을 기억하게 만드니까. 그러니 [여름날 우리]가 보고 싶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름날 우리]를 보기로 결심했다. [너의 결혼식]을 중국에서 어떻게 리메이크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여름날 우리]는 굉장히 충실하게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했다. 사실 [너의 결혼식]은 거의 3년 전에 본 영화이기 때문에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뤄질듯하면서도 결코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의 아픔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여름날 우리]는 그러한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특히 샤오치와 용츠가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원작의 감성 그대로 살려 냈다. 혹시나 해피엔딩으로 바꾸지는 않았을까 걱정되었는데, 그러한 내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수영 선수로 전도유망한 샤오치가 용츠 때문에 부상을 당해 선수 생명이 끝나 버린다. 그 덕분에 샤오치는 계속 엇갈리기만 했던 용츠와 사랑을 확인하게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샤오치에게는 후회가 남는다. 만약 용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보잘것 없는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그 한 번의 생각은 결국 샤오치와 용츠를 영원히 갈라 놓는다. 샤오치와 용츠가 결국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후회의 장면. [너의 결혼식]에서도 가슴이 아팠는데, [여름날 우리]에서도 여전히 가슴 아팠다. 나도 그러한 부질없는 후회로 사랑을 놓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 영화가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젊었을 땐 멜로 영화를 보면 '나도 저런 사랑을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드니 멜로 영화를 보면 '나도 저런 사랑을 했었지.'로 변한다. 라떼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 멜로 영화를 보며 기왕 옛사랑을 회상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추억이었으면 좋겠지만, [여름날 우리]는 바보 같아서,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놓쳐 버린 사랑을 회상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영화가 유쾌할 리가 없다. 하지만 지난 실수를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바보 같아서, 철이 덜 들어서 놓쳐 버린 사랑을 회상하다 보면, 지금의 내 사랑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해답이 나온다. [여름날 우리]는 그렇게 관객에게 말을 건다. 당신은 샤오치처럼 부질없는 후회로 진정한 사랑을 놓치지 말라고... 이 영화를 보고 그걸 느꼈다면 [여름날 우리]는 [너의 결혼식]의 리메이크 영화로 충분히 제 할 일을 다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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