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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었다면 그에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범죄자에게 합당한 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스릴러 영화... [실크로드], [죽을 때까지]
13  쭈니 2021.12.01 14:58:45
조회 35 댓글 0 신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영등포 교도소에서 공주 교도소로 이송되던 중 탈주하여 인질극을 벌였던 지강헌이 한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법 체제에 대한 불신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당연한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본 두 편의 영화 [실크로드]와 [죽을 때까지]는 사실 접점이 별로 없는 영화이다. [실크로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영화이고, [죽을 때까지]는 전형적인 공포 스릴러 영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영화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죄지은 자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실크로드] - 돈에 잡아먹히는 순간, 천재 범죄자도 정의감 넘치는 형사도 결국 같은 범죄자일 뿐이다.

감독 : 틸러 러셀

주연 : 닉 로빈슨, 제이슨 클락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로스 울브리히트(닉 로빈슨)는 웹 사이트에서 자유롭게 마약을 쇼핑할 수 있는 '실크로드'를 만든다. 모든 거래는 비트코인으로 이뤄지기에 절대로 이용 흔적이 남지 않아 안전하게 마약을 거래할 수 있는 '실크로드'에 사람들을 열광하고 순식간에 로스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한편 마약에 중독되어 현장 잠입 임무를 망쳐 좌천된 마약단속국 요원 릭 바우든(제이슨 클락)은 명예 회복을 위해 베일에 싸인 '실크로드'의 운영자를 잡으려 한다. 컴맹인 그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로스의 환심을 사며 접근해 나가지만 로스가 벌어들인 거액의 돈에 눈이 멀어 그 역시도 범죄의 길에 빠져들고 마는데...

[실크로드]는 데이비드 쿠슈너가 '롤링스톤'에 기고한 '실크로드' 기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실제 주인공인 로스 울브리히트는 마약 거래와 돈 세탁 혐의로 현재 가석방 없이 종신형을 살고 있으며, 로스를 수사하던 마약단속국 요원은 돈 세탁 및 공무 집행 방해와 강탈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6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잔인한 살인을 저질러도 종신형은커녕 징역 6년 6개월도 선고되지 않는데, 도대체 로스와 릭은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저런 중형을 살게 된 것일까?

사실 어찌 보면 로스와 릭은 잔혹한 범죄자는 아니다. 물론 영화적으로 각색이 들어가서 실제로 그들이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영화에서 로스는 그저 국가의 통제에 불만을 품은 치기 어린 젊은 천재에 불과하고, 릭은 특수학교 교육이 필요한 어린 딸을 둔 약간은 거친 현장형 경찰일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쩌다가 범죄자가 된 것일까?

로스가 마약의 온라인 거래가 가능한 '실크로드'를 만들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친구와 연인은 위험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고, 덕분에 돈을 만지게 된 로스는 점점 '실크로드'에 중독되고 만다. 자신의 절친과 사랑하는 애인마저 외면할 정도로. 급기야 그는 자시을 배신하고 공금을 횡령한 부하 직원에 대해 릭에게 청탁 살인을 의뢰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릭의 함정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로스는 돈에 눈이 멀어 살인 청탁을 할 정도로 범죄의 깊은 늪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사정은 릭도 마찬가지이다. 좌천되어 간 부서는 릭을 무시하며 퇴물 취급을 한다. '난 아직 죽지 않았어'를 외치며 뭔가 큰 건을 건져 올리기 위해 릭은 '실크로드' 사건을 파고든다. 만약 그의 상관이 릭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 릭은 자신이 파고든 '실크로드'의 운영자인 로스를 체포하고 명예를 회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들 릭의 보고를 무시했고, 급기야 어린 딸의 특수학교 입학을 위해 큰돈이 필요해지자 릭은 결국 건너지 말아야 할 범죄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것은 그들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만약 로스가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커진 '실크로드'를 폐쇄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돈맛을 본 그는 '실크로드'를 지키기 위해 범죄의 늪에 스스로 들어간 것이다. 만약 릭이 '실크로드' 건을 상관이 아무리 자신을 무시하더라도 자존심을 꺾고 함께 수사를 했다면 릭은 명예를 회복하고 현장 요원으로 금의환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돈이 필요했고, 필요한 돈을 거머쥐기 위해 경찰로서의 임무를 저버리고 범죄의 강에 스스로 뛰어든 것이다. 영화는 로스와 릭이 어떻게 중형을 선고받는 범죄자가 되었는지 그 과정을 1시간 55분의 러닝타임 동안 세세하게 보여준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그들의 형량이다. 로스는 마약을 거래했고, 비트코인으로 범죄 수익금을 세탁했다. 그리고 살인 청탁을 했다. 그것이 함정이던, 아니던 그가 한 일은 맞다. 이 정도 범죄로 종신형이라니... 릭은 로스의 범죄 수익금을 빼돌렸고, 그 과정에서 로스의 직원을 협박해 돈을 강탈했다. 그리고 마약단속국의 '실크로드'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그가 선고받은 것은 6년 6개월. 과연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로스와 릭은 감옥에서 얼마나 살게 될까? 영화가 끝나고 문득 그것이 궁금해졌다.


[죽을 때까지] - 남편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여자. 살기 위해 스스로 법의 집행자가 되어야만 했다.

감독 : 스콧 데일

주연 : 메간 폭스, 칼란 멀베이, 잭 로스

엠마(메간 폭스)와 마크(이오인 맥큰)의 결혼기념일은 완벽해 보였다. 엠마에게 호화로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 마크는 장미꽃으로 분위기를 낸 한적한 별장으로 엠마를 데려갔고, 그곳에서 그동안 엠마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새롭게 다시 시작하자고 사랑을 고백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완벽한 행복은 최악의 악몽으로 변해 버린다. 마크가 엠마 앞에서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것. 더 큰 문제는 마크와 엠마는 수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10년 전 엠마를 폭행했다가 감옥에 갔다가 최근 가석방된 바비(칼란 멀베이)와 지미 형제가 별장을 들이닥친다. 이 위기를 엠마는 과연 어떻게 막아낼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는 정반대이다. 마크는 엠마에게 한을 품었고, 자신의 죽음으로 엠마가 죽음의 위기에 처할 함정에 파 놓았다. 이 얼마나 극단적인 복수란 말인가. 왜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일단 엠마가 마크의 회사 직원인 톰(아멜 아민)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자신의 회사는 파산 직전이다. 회사가 파산하면 마크는 감옥에 들어가야 할 처지. 어차피 인생이 쫑 났으니 혼자만 죽지 않겠다는 심보이다. 엠마와 바람을 피운 톰까지 별장으로 끌어들여 엠마와 톰을 자신의 저승길에 동행시킬 심산이다.

마크의 함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엠마를 시체(바로 마크, 자신이다)와 수갑으로 연결시켜 엠마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한다. 엠마가 수갑 또는 자신의 팔목을 절단할 모든 도구를 치워버리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기는 망가뜨린다. 그리고 차역시 주행 불가능 상태로 만든다. 엠마가 문자를 보낸 것처럼 해서 톰을 별장으로 유인한다. 그리고 엠마에게 원한이 있는 바비에게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지불하기로 하고 살인 청탁을 의뢰한다. 만약 바비가 다이아몬드만 챙기고 엠마를 죽이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이아몬드는 결혼기념일 선물로 엠마의 목에 채워져 있으며, 엠마의 목을 자르지 않는 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져갈 수는 없다. 우와! 이 치밀한 녀석. 그 좋은 머리를 올바르게 사용했다면 회사 부도도 없었을 텐데...

마크의 함정에 빠진 톰은 일찌감치 바비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제 엠마는 혼자의 힘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마크의 시체를 질질 끌고 다니며 마크의 손목을 자를 도구를 찾아 헤매야 하고, 바비와 바비의 동생인 지미(잭 로스)의 눈도 피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지미가 형과는 달리 잔혹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엠마의 유일한 무기이다. 이후의 내용은 쫓고 쫓기고, 서로 뒤엉켜 난장판을 만들기도 하지만 결국 예정대로 엠마는 바비를 무찌르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마크의 완벽한 것처럼 보였던 복수는 살아남고자 하는 엠마의 의지에 의해 무산되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범죄자들이 남의 탓을 한다는 것이다. 마크는 자신을 배신한 엠마를 탓하며 이 무시무시한 복수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엠마의 말에 의하면 마크 또한 숱하게 와이셔츠에 립스틱을 묻히고 들어오는 등 비밀리에 외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0년 전 흉악한 범죄의 희생양으로 정신적 충격을 먹은 엠마를 방치했던 것도 마크이다. 회사가 부도난 것도 정황상 마크의 잘못이니, 사실 이 모든 것은 엠마의 탓이 아닌 마크, 바로 자신의 탓이다. 마크 입장에서는 단지 한순간에 무너진 자신의 인생을 탓할 상대가 필요했고, 엠마와 톰을 그 상대로 지목했을 뿐이다.

바비의 논리는 더 어처구니없다. 엠마를 상대로 강도 짓을 하려다가 한쪽 눈을 공격당하고 경찰에 잡혀 10년간 감옥에서 복역했던 그는 자신의 불행이 모두 엠마 탓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감옥에 갔기 때문에 살던 집은 은행에 넘어가고, 부모는 병으로 죽었다는 것. '그때 그년을 죽였어야 했어.' 이것이 바비가 엠마를 죽이려는 이유이다. 게다가 더 이상의 폭력은 안된다며 바비를 막아서던 지미를 실수로 죽인 후에는 '이 모든 게 네 탓이야.'라며 또다시 엠마 탓을 한다. 살다 보면 남의 탓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사실 그게 편하다.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고 불편하지만, 내 잘못을 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쉽고 편하다. 충고하자면 그런 인간과는 가까이 지내지 말아야 한다.

법원은 바비를 가석방한다. 엠마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단이 어이가 없을 것이다. 가석방이라니... 최소한 희생자에게 '이 자를 다시 당신의 주변으로 보내도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는 봐야 하지 않나? 바비의 가석방으로 엠마는 10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더욱 업그레이드되어... 결국 이 악몽을 끝낸 것은 법의 힘도, 공권력의 힘이 아니다. 엠마 스스로 끝내야 한다. 영화에서야 가능했지만 과연 현실에서도 엠마가 바비를 죽이고 살아남는 것이 가능할까? 본의 아니게 스스로 법의 집행자가 된 엠마의 마지막 모습은 시원하면서도 허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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