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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크루즈] - 진심, 디즈니랜드에서 신나는 놀이기구를 두 시간 동안 타는 기분을 느꼈다.
13  쭈니 2021.07.30 15:26:32
조회 117 댓글 0 신고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주연 : 에밀리 블런트, 드웨인 존슨

[모가디슈]냐, [정글 크루즈]냐, 그것이 문제로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 중인 요즘, 아무리 극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와 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꺼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여름휴가도 포기한 상황에서 집과 회사만 오고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최대한 자제해야겠지만 가끔은 극장 나들이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필요가 있긴 하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규칙을 정했다. 정말 이 영화만큼은 꼭 극장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만 극장 나들이를 허용하자. 그리고 극장 나들이는 될 수 있으면 관객이 많이 몰리는 주말을 피하고, 최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하자. '이 시국에 꼭 극장을 가야겠어?'라며 지치지도 않고 꾸준히 잔소리를 하는 아내에 맞서 나는 내 나름의 규칙으로 안전한 극장 나들이를 선언했다.

문제는 이번 주에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가 두 편이나 된다는 점이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인 [모가디슈]와 최소 기본은 한다는 디즈니의 오락 영화 [정글 크루즈]이다. 마음속으로 치열한 고민을 했지만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인이니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내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모가디슈]에 대한 호평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자산어보], [서복], [내일의 기억], [비와 당신의 이야기], [발신제한]에 이은 2021년 나의 여섯 번째 극장 관람 한국 영화가 정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이다.

요즘 들어서 자꾸 후회가 된다. 내가 왜 쓸데없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모으기 시작해서... 처음 [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얻었을 땐 이렇게 코로나19라는 괴물이 나타나 극장에 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드는 암흑의 시대가 올 줄 몰랐다. 암튼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정글 크루즈]의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을 얻기 위해 이번 주 나의 극장 나들이는 [모가디슈]에서 [정글 크루즈]로 급하게 변경되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미지의 세계 아마존에서 벌어지는 달의 눈물 찾기 모험

[정글 크루즈]는 재미가 보장된 영화이다. 요즘처럼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딱 알맞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고립된 대한민국의 대사관 직원과 가족의 실화를 그린 [모가디슈]보다 [정글 크루즈]가 여름 극장가에서만큼은 더 어울리는 이유다. 하지만 요즘처럼 극장 나들이가 눈치 보이는 암흑의 시대에서 [정글 크루즈]는 나중에 OTT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봐도 무방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되는 영화를 굳이 집중도가 높아지는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으니까. [정글 크루즈]는 딱 그런 영화이다.

영화는 1500년대 중반 아마존의 정글을 탐험한 스페인 탐험가 아기레(에드가 라미레즈)의 비극에 대한 전설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픈 딸을 위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전설의 명약 달의 눈물을 찾아 아마존에 온 그는 하지만 달의 눈물은 찾지 못하고 정글에서 죽을 위기를 맞이한다. 그때 아마존의 한 부족이 아기레를 살려 내는데, 그 부족이 아기레를 살리는데 쓴 것이 달의 눈물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기레는 족장에서 달의 눈물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족장은 거절하고, 이에 아기레는 자신을 구해준 부족을 몰살시킨다. 그리고 그 저주로 인하여 영원히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아마존 강에 갇히게 된다.

아기레의 전설이 끝나고 나면 시대는 1900년대 초반으로 옮겨진다. 달의 눈물을 찾아 의학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려는 야심만만 한 식물학자 릴리(에밀리 블런트)는 여자라는 이유로 협회에 무시당하자 달의 눈물을 찾는 유일한 열쇠를 훔쳐 동생 맥그리거(잭 화이트홀)과 함께 아마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크루즈를 운행하고 있는 프랭크(드웨인 존슨) 선장을 만나 달의 눈물을 찾아 떠나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달의 눈물이 필요한 독일의 왕세자 요아힘(제시 플레먼시)은 릴리를 뒤쫓는다. 여기에 저주에 걸려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아기레를 요아힘이 깨우면서 달의 눈물을 찾기 위한 모험은 점점 위험해진다.

설마 스토리의 개연성을 따지지는 않겠지?

익히 알려진 사실대로 [정글 크루즈]는 디즈니랜드의 인기 놀이기구인 '정글 크루즈'를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디즈니랜드에 가 본 적은 없기에 당연히 '정글 크루즈'를 타 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롯데월드의 놀이기구인 '신밧드의 모험'과 비슷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물론 스케일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르겠지만...) 암튼 놀이기구를 모티브로 한 영화인 만큼 [정글 크루즈]는 이야기보다는 즐길 거리에 치중한다. 이 영화가 4D에 특화된 영화라는 소문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영화를 보며 4D로 봤다면 디즈니랜드의 '정글 크루즈'를 타고 있는 기분이겠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특히 [정글 크루즈]는 스토리의 개연성을 거의 포기한 듯한 영화이다. 1500년대 중반 달의 눈물이 어떻게 서양에 알려졌는지, 릴리는 어떻게 달의 눈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아기레의 유물은 어떤 경로로 수백 년이 흐른 뒤 의학 학계에 전달되었는지, 영화는 앞뒤 설명을 모조리 생략하다시피 한다. 그러한 개연성 부족은 영화 중반을 거쳐 후반까지 일관되게 나타난다. 특히 아기레와 프랭크의 악연에 대한 설명은 프랭크의 과거 회상으로 얼렁뚱땅 마무리되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설정을 저렇게 대충 건너뛰어도 되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렇기에 영화의 광고 카피가 '전설을 믿는다면 저주도 믿어야 한다'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광고 카피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믿음이다. 영화를 보며 이야기의 개연성을 따지는 순간 '에이, 말도 안 돼'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정글 크루즈]는 '믿어라'라고 관객을 다그친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달의 눈물이라는 전설의 꽃이 있다고 믿고, 달의 꽃을 탐하다가 받은 아기레의 저주를 믿으라고. 일단 믿고 나면 개연성 따위는 필요 없다. 그리고 영화의 충고대로 믿는다면 신나는 오락 영화의 재미가 관객 앞에 펼쳐질 것이다.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고 온 기분

개인적인 나의 영화 취향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개연성이 부족하고, 캐릭터는 대충 완성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정글 크루즈]는 내가 싫어할 만한 영화이다. [정글 크루즈]와 마찬가지로 디즈니랜드의 놀이기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2003년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를 시작으로 2017년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까지 14년 동안 무려 다섯 편이나 제작이 될 정도로 디즈니 최고의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으며, 잭 스패로우(조니 뎁)라는 전설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이야기의 힘을 점점 잃은 채 표류하긴 했지만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연출한 첫 3부작은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가 공존하는 최고의 상업 영화였다.

아쉽게도 [정글 크루즈]는 그렇지 않다. 디즈니는 분명 [캐리비안의 해적]을 잇는 디즈니의 프랜차이즈 영화로 [정글 크루즈]를 키우고 싶은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러려면 좀 더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축했어야 했다. 하지만 단발적인 오락 영화로 기획이 된 것이라면 [정글 크루즈]도 분명 나쁘지 않다. 근육질의 드웨인 존슨과 당찬 여성이 잘 어울리는 에밀리 블런트의 케미도 꽤 좋았고, 영화의 중간중간 코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감초 캐릭터 맥그리거를 연기한 잭 화이트도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밉지 않은 악역 닐로를 연기한 폴 지아마티와 메인 빌런 요아힘을 연기한 제시 플레먼스의 연기도 영화의 분위기와 찰떡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다 보면 2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지경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없이 신나는 모험이 펼쳐지니 정말 디즈니랜드에 가서 놀이기구인 '정글 크루즈'를 2시간 동안 탄 기분이다. 덕분에 한 여름 폭염도, 코로나19로 인한 짜증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버스를 타지 않고 30분을 걸어서 집에 왔는데도 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것이 여름 시즌용 오락 영화의 마법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몇 시간 지나고 나니 다시 더위를 느꼈지만 그래도 한여름 폭염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는 점에서 [정글 크루즈]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오락 영화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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