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게 도망쳐라

만약 당신에게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면,

그리고 앞뒤 안 가리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

그것만이 정답이라 믿고 살아간다면,

언제든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세상도 변하고

내 마음과 육체도 변하는데

어찌 정답이라고 그 자리에 그대로일까.

그러니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평생 결핍에 시달리고,

달성하더라도 이게 진짜 원하던 바가 아니란 걸 알기에

허무함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과감하게 도망치지 못하면

평생 자기 안에 갇혀

다른 삶을 살 기회 자체를 잃어버리게 된다.

우리가 원효에게 배워야 하는 건 그것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일심사상이나 화쟁사상 같은 건 몰라도 된다.

화랑이 되려다 승려가 되고,

유학을 가려다 해골 물 한 사발에

고향으로 돌아오고,

고귀한 생명을 지키고자

파계승이 되기를 택하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

원효처럼 삶의 방향을 조정하고

다른 길을 찾다 보면,

아니 그 과정 자체를 통해

우리는 위대하고도 흥미로운 삶을 살게 된다.

- 윤을, ‘나는 도망칠 때 가장 용감한 얼굴이 된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