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靜中動)

                                정안심 

겨울이 농익었다

잔설 산중에 갇히고

칼바람 옷섶을 파고든다

막다른 골목 서성이던 바람 한 점

빈 둥지 얹힌 미루나무

한사코 성가시게 흔들어대더니

처마에 고드름 키만 키우고

난데없이 까마귀 떼

도시를 습격하고

전깃줄 점령하여 똥 세례 퍼붓더니

세상은 온통 까마귀 빛 뉴스

지붕을 내려선 햇볕 한줌

양지 녘 화단에 코드를 꽂고

턱밑까지 봄 끌어당겨

가지마다 척척 홍등 매 단다

더러 긴장 멈추지 말라고

꽃샘바람 불어 위협도 하지만

세상이 화해할 봄날은 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