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테마여행] 식객득의 오랜 안식처, 강릉 선교장
일상 야기해요 2008.08.25 22:53:09
식객들의 오랜 안식처, 강릉 선교장
국가대표 전통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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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 내렸다. 금세라도 바닷바람이 불어올듯하다. 늦은 피서객들도 삼삼오오 찾아든다. 주로 경포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유명한 해변이 있을까 싶다. 선교장(船橋莊)은 경포해수욕장 가는 길에 있다. 그저 옛집이려니 쉽게 봐서는 곤란하다. 해수욕장 못지않은 명성이다. 지난 2000년 KBS에서 20세기 한국 TOP 10을 선정했었다. 전통 가옥 가운데는 선교장이 유일하게 뽑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가옥인 셈이다.
선교장은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의 11대손 이내번에 의해 지어졌다. 무려 10대가 넘도록 가옥을 지켜오고 있다. 99칸의 사대부 상류 주택으로 장(莊)이 실감난다. 그런 까닭에 영화나 드라마 촬영도 많이 이뤄진다. 입구에는 그 기록이 남았다. 이두용 감독의 1983년 작 <물레야 물레야>의 촬영지 표식이다. 젊은 세대에게야 낯설지만 이두용 감독은 한국인의 옛 정서를 잘 담아내는 연출가다. 원미경이 주연한 <물레야 물레야>는 조선 여인네의 기구한 삶을 다룬다. 우리나라 영화로서는 처음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하면 선교장은 제작진에게 단비와 같았을 게다.
지난해에는 영화 <식객>을 촬영했다. <식객>은 그 주무대가 운암정인데 대령숙수의 집터이자 대를 이어오는 음식점이다. 대령숙수(待令熟手)는 조선시대 궁중의 잔치나 연회 음식을 만든 요리사다. 궁중 밖에 살면서 큰 잔치가 있을 때마다 궁궐 출입을 했다. 세습에 의해 그 맛의 비결을 전수했다고 전한다. 그러니 전통 한옥이기도 하거니와 그에 걸맞게 웅장한 멋도 살아야 했다. ‘식객’은‘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데, 선교장의 고운 맵시가 안기는 푸근함이 그러했다.
<식객>의 주무대 열화당과 행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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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활래정(活來亭)이 화사한 표정으로 맞이한다. 활래정은 너른 연못 위에 세워진 'ㄱ'자 모양의 정자다. 물이 끊임없이 흘러온다는 뜻이다. 민가정원의 극치로 팔작지붕의 겹처마가 멋스럽다. 물 위에 돌기둥으로 받친 누각은 여름별장이고 안쪽 온돌은 겨울별장의 역할을 한다. 영화 <식객>에서는 일본 관리가 소고기탕을 맛보고는‘머리를 조아리게 하는 맛이다’라고 감탄했던 자리다. |
<음란서생>에서는 윤서(한석규)가 정빈(김민정)의 어깨 위에 날아든 벌을 쫓던 장면을 촬영했다. 여름이라 누각 너머에는 분홍빛 연꽃이 활짝 피었다. 연못을 둘러서는 백일홍이다. 100일을 피었다 지는 배롱나무 꽃 아래 연인들은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모든 표정이 하나로 어우러져 활래정을 이룬다. 조선 풍류객들의 쉼터라 할 만하다. 맛이 깃들기에도, 사랑이 깃들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활래정을 지나자 선교장의 풍모가 드러난다. 좌측으로는 선교장 주건물 밖에 자리한 홍예헌이 있다. 우측으로는 선교장의 행랑채와 안채, 사랑채 등의 주건물이 자리한다. 뒷산으로는 푸른 소나무가 병풍처럼 늘어섰다. 고가의 품위를 더한다. 선교유거(船橋幽居)라는 적힌 솟을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선다. 걸음을 딛을 때마다 선교장의 웅장함을 실감한다.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역시 행랑채를 지나 중사랑과 열화당이다. 행랑채는 바깥에서 보이는 선교장 주공간의 긴 벽이다. 묵객들이 거처하던 곳이다. ‘식객’이라는 제목과 잘 어울린다. 칸칸이 이어져 열화당의 앞마당까지 이른다. 열화당은 선교장 주인장의 거처다. 1815년에 지어졌다. 3단의 장대석 위에 세워진 누각은 러시아식 차양이 눈길을 끈다. 조선 말 러시아 공사가 선물한 목재를 사용했다. 열화당과 행랑채는 <식객>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영화의 도입부, 운암장의 손님들에게 황복요리를 대접하는 장면이나, 어린 진수가 첫 발을 내디뎌 바라본 운암정 마당의 요리 풍경을 촬영했다. 이밖에도 크고 작은 <식객>의 몸짓이 담겨 있다. 지금은 능소화가 수줍게 피었다. 동별당에서는 드라마 <궁>의 주인공이 두 번째 합방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배다리 건너 경포호의 여름
선교장은 그 이름을 풀면 ‘배다리 집’이다. 지금은 주변 어디에 물길이 있을까 싶지만, 옛날에는 배로 다리를 만들어 경포호를 오갔다. 물이 흐르던 길은 논으로 바뀌었다만 선교장은 오랜 시간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제 그 길은 버스가 오간다. 선교장 앞에서 타면 경포대에서 내린다.
경포대는 강릉의 상징이다. 1326년 인월사 옛터에 창건해 1508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올 6월 단청과 지붕을 보수해 한결 우아하다. 하늘, 호수, 바다, 술잔, 님의 눈동자를 볼 수 있다는 낭만이 서린 곳인데, 특히 하늘과 어우러진 경포호의 풍경이 빼어나다. 둘레 4.3km의 호수가 포근하게 안긴다. 홍장암과 새바위, 월파정이 마치 구림인 듯 물 위에 떠 있다. 호수의 둘레를 따라서는 지난 1999년에 시비, 조각산책로가 조성됐다. 2003년에는 홍길동전 캐릭터 로드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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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사공의 노래’의 작사가 함효영을 기린 나루터와 나룻배 조각상을 필두로, 독특한 작품들이 시와 함께 어우러졌다. 물레방아도 지나고 소나무 가로수도 지난다. 자전거를 대여해 호수 주변을 따라 돌거나 산책 삼아 걷는 이도 많다. 어느 쪽이든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경포대에서는 해수욕만 즐기다 가는 이가 많은데, 경포호 산책도 여름 더위에 그만이다. 경포대해수욕장과 경포호, 선교장을 잇는 코스는 한층 풍족한 휴가를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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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강릉IC로 나와 속초·주문진 방면. 강릉대학교 지나 선교장·경포대
- 선교장 033-646-3270 www.knsgj.net
- 강릉관광안내소 033-640-4414/오전 9시~ 오후 6시/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글 · 사진 박상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