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얘긴 아닙니다.

이 정도 다툼은 어떤지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요.

사귄지 9개월 쯤 되었는데요.

처음 다툼이 둘이 고깃집에서 1차를 먹고 나왔는데,

제가 집앞에서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하니 알았다고 하더라구요.

마을버스 타고 집 근처 맥주집 앞에 내렸는데 갑자기 배가 불러 못먹겠대요.

그러면 처음부터 먹겠다고 하지를 말지, 나 술 더 못마시게 하려고 왜 배가 부르다고 뻥치냐고!

뭐 그런 걸로 다툰 것 같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나중에 풀렸습니다.

그냥 기억나는 것 몇 개.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 안나와서 나랑 결혼할 생각이 없으면 나와의 미래를 얘기하지 말고,

할라면 제대로 하라고 하면서 한번 길거리에서 막.. 그런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거기서 요점은 표정과 말투가 아주 화를 내더라는 겁니다. 아주 부라리면서.

자기는 저랑 결혼을 하고 싶은데, 왜 저는 자기가 하기 싫은 것처럼 몰아가냐고.

제가 기가차서... 바로 자기가 화내서 미안하다고 다시는 화 안내겠다고 했습니다.

다시 화내면 정말 나도 화낼거라고 하면서 끝냈습니다.

그런 사례가 그동안 2~3번 더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얼마 전 통화하는데 서로의 오해가 있었는지 말투가 훽~ 기분나쁘게 말하는 겁니다.

순간 기분이 상해서 우선 끊자고 하고 끊고 나서 나중에 그게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톡으로 얘기했는데,

결국에는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은 남친의 잘못으로 끝났고, 거기에 기분나쁜 말투를 썼다는 거에

또 화가 났습니다.

이틀 뒤,

둘이 맛나게 족발에 쏘주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집앞 벤치에서 저만 맥주 한캔 마시고 얘기를 했어요.

이런 저런 얘기 하는데, 제가 나중에 결혼하면 개도 키워보자고 했더니

개 키우면 어디 놀러가지도 못한다는 거에요. 왜 못 놀러가, 어디 맡길데만 있으면 가는거지.

개 키우면서 어디 놀러가는 건 무책임한거래요. 그래서 개 키우려면 어디 놀러갈 생각도 하면 안되는거래요.

이 말을 하는데 굉장히 기분 나쁜 말투로 하더라구요. 꼭 남의 말 이해 못하는 똥고집 할아방탱이처럼.

그래서 제가 지금 개 키우는 사람들은 어디 놀러다니지도 못해? 다들 잘 놀러다니기도 하는데.

이러면서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다투다가 짜증나서 자리 박차고 혼자 들어가려다가

빨리 정리하고 들어가자고 하고 집앞 까지 걸어갔어요. 거기서도 아주 눈빛이 마음에 안들었어요.

저도 좋지 않게 봤죠. 정말 마음에 안든다고. 지금 너무 불편하고 마음에 안들고,

안하겠다고 했던거 또 했다고. 그러고 나서 잘가라고 하고 슝 들어왔어요.

자기 전에 구구절절 톡이 왔더라구요. 미안하다고.

술 먹고 답장하면 후회할 소리 나올까봐 일어나서 했어요.

이렇게 같은 이유로 다투는 거면 결혼해서도 문제라고.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안하겠다고 했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거에요.

저희가 원래 서로의 얘기 잘 들어주고 존중도 잘해주고 이해도 잘하는 편인데,

순간 기분나쁜 표정이라던가 기분나쁜 말투로 얘기하면 제가 그걸 감당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난 그렇게 살 수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이번엔 진짜 깨달았다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대요. 깨닫고 노력해서 날 빛나게 해주고 웃게 해주고 뭐 이런 얘기를 해요.

그래서 제가 무슨 양치기 소년이냐고. 안하겠다고 하고 지금 몇번째냐고.

난 믿음이 사라지고 편견도 생기고 고정관념도 생기고 다음에 또 그럴거라는 걱정도 미리 하게 된다고.

했더니 자기가 몸소보여주겠다고 저보고 기분 안풀어도 된다고 자기가 보여준다고 하더라구요.

답장 안하고 있다가

점심 때 전화가 왔는데,

제가 왠일이시냐고, 하면서 통화를 했어요.

아니, 무슨 일로 전화하셨냐고 했더니. 깊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대본을 읽는 듯한 멘트를

줄줄이 하더라구요.

자기가 항상 되내이고 하는 게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자인데, 그걸 제게 못 지킨거죠.

제게 미안하고 죄송스럽고 사죄한다고.

사실 웃긴 얘기도 있는데 쓰긴 좀 거시기 하네요.

거시지 잡고 고개 숙이고 반성하겠다고. 그말에 빵 터져 줬어요.

제가 말투에 예민한 편인데, 반복적으로 이러고, 또 안이러겠다고 하고 또 그럴거 아니냐고.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아침에는 정말 이런 일로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이유로 그러는게 한심하기도 하고.

다시는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했는데,

또 다시 그런 일이 발생되면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저같이 이런 일로 다투시는 분도 계시려나.. 저처럼 극단적인 생각도 하시긴 하나.. 궁금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