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에게 사도는 존재 자체가 '역모'인 아들이었지만, 관객에게 유아인은 존재 자체가 '감사'한 배우다.

 

9월 3일 언론시사회에 이어 9월 8일 VIP시사회까지 올 추석 연휴 최고 기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제작 타이거픽쳐스)는 개봉 전까지 할 수 있는 가장 큰 행사를 모두 치러냈다. 그리고 시사회가 끝난 후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인물은 단연 타이틀롤을 맡은 유아인이었다. 관객마다 성향이 다르니 영화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사담이 오갔지만 유아인을 언급할 때 만큼은 백이면 백 "잘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무리 울궈먹은 실존 인물이라 해도 사도는 역시 사도다. 배우라면 한 번쯤 탐낼 만한 캐릭터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틱한 캐릭터를 덥석 물기에는 잘나가면 잘나가는 배우일수록 고민과 걱정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숱하게 다뤄졌기에 비교 대상도 수두룩하다. 잘해야 본전, 아니면 제 살을 깎아먹는 일이 될 것이 뻔했다. 때문에 유아인은 도전 의식만으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연기까지 '미치도록' 잘했다. 오히려 사도를 선택해줘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야 할 정도다.

'베테랑'의 조태오도, '사도'의 사도도, 일상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이기에 캐릭터 본연이 맛을 무조건 잘 살려내야 하는 역할들이었다. 몇 년간 가난한 청년으로 살았던 유아인에 익숙해진 대중에게 조태오와 사도는 분명 다른 맛을 보여줘야 하는 캐릭터였고, 평소처럼 여유로운척 생활 연기를 펼쳤다가는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유아인이 특유의 연기 방식을 버리고 캐릭터를 온전히 입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은 유아인 본인의 결정이었고 유아인은 제 선택에 120% 책임을 졌다.

이준익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사도는 유아인이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사실 캐스팅 과정에서 이런 저런 잡음이 들리기도 했었지만 이준익 감독의 사도는 결론적으로 유아인의 것이 됐다. 연기력으로는 대배우 송강호에도 밀리지 않았고, 비주얼로는 풋풋한 소년미부터 예민한 섹시함까지 모두 표현해 냈다. 수염 하나에 이토록 다른 분위기가 풍길 줄은 몰랐다. 이러다 곧 '천의 얼굴'이라는 수식어까지 품게 되는 것은 아닌지 감히 추측해 본다.

믿고보는 배우도 좋지만 매 작품마다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배우라는 말도 배우에게는 최고의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베테랑'과 '사도'를 연이어 선보인 유아인은 이제 뭘 해도 '궁금한' 배우가 됐다. '또 그렇게 연기했겠지'가 아니라 '이번엔 어떻게 변했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배우. 유아인이 20대 후반을 넘어 30대에 갓 입성한 배우여서 감사하고 그런 유아인 앞에 '베테랑'과 '사도'의 시나리오가 떨어진 것도 역시 감사할 따름이다.

공교롭게도 '사도' VIP시사회가 열린 당일 낮에는 SBS 새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유아인에 대한 무한 애정을 표한 두 작가는 유아인을 캐스팅한 이유부터 작가로서 생각하는 현재의 유아인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에너지 넘친다"는 유아인의 한 마디에 홀렸다는 김영현 작가와 '베테랑'을 관람한 후 유아인이 꼴보기 싫었다는 박상연 작가는 모두 유아인의 '광팬'이었다.

특히 김영현 작가는 "'사도'와 '육룡이 나르샤'가 모두 사극이지만 '사도'에서는 아버지에게 죽은 아들이라면 우리 드라마에서는 아버지를 찜쪄먹는 아들이다. 또 '베테랑'에서는 현대극이지만 재벌3세 연기를 펼쳤다.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캐릭터를 넘나들면서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참 흥미롭다"며 "'사도'와 '육룡이 나르샤'가 비슷한 시기 선보여지는 유아인의 사극이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다른 점을 어떻게 봐 주실까 궁금하다. 캐릭터로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배우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고 깊이있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 배우를 겉핥기 식이 아닌, 조금은 진중하게 알아가는 재미는 꽤나 쏠쏠한 일이다. 그것이 제 3자의 입을 통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배우가 소처럼 일을 해 준 관계로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SBS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올해 유아인의 발자취를 우연히 따라 걷게 돼 이 역시 고맙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 본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는 (그를 조금 더 흠모하는) 후배 기자에게 넘겨야 했지만 그래서 어떠한 사족없이 온전히 작품 속 캐릭터로서 그를 바라보게 됐다.

올 가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모조리 잡게 될 유아인이다. 그 장르는 모두 사극이며 배경은 궁궐, 위치는 누군가의 아들이다. '사도'에서 사도의 비참함을 봤다면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이방원의 용맹함을 보게 될 전망. 유아인이 기대작을 선택한 것인지, 유아인이 출연했기에 기대작으로 비춰지는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어느 쪽이든 유아인의 2015년은 운수대통이다. 

[기사제공 : 뉴스엔/ 사진 : 영화 '사도' 스틸컷/ SBS '육룡이 나르샤' 티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