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엄마한테 얼마나 잘 해주려고 이렇게 엄마 발을 꽁꽁 묶어 놓니? 그 밥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으니......."

"......."

무심코 한 말에 답이 없는 아이를 보고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짐짓 모른척하고 식탁에 마주 앉았다.

“자, 어서 먹어. 오늘은 꼬리곰탕이야. 그것도 한우로. 아빠가 아는 분

한테 특별히 부탁해서 구한 거란다. 여름에 기운차리라고.“

아이도 이미 알고 잇는 이야기를 굳이 꺼내며 나는 냉랭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말없이 수저를 드는 아이를 보니 다시 또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올해 26세인 큰아이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욕심이 많아 우등생에 모범생으로 든든함을 갖게 해주었다. 하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학교에 가야 한다는 의지로 재수, 삼수, 사수까지 네 번의 수능을 치른 후에야 대학생이 되었고 그 후에는 남들보다 늦었다는 조바심으로 조기졸업만을 목표로 학업에만 열중했다. 어려서부터 공부 이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던 아이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툭하면 신경성 위염으로 약을 달고 살고, 마음껏 놀아보지도 못했는데 공부 때문에 발목을 잡힌 것 같아 아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곤 했었다. 그랬는데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아이는 휴학을 하고 외무고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극구 반대했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아이의 결심에 동의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시원에 나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며 집에서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아이를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하루 세끼의 밥상을 차리는 일이다. 아침 6시 기상,6시 30분 아침 식사,7시부터 12시 30분 오전 공부,12시 30분 점심식사, 1시 30분까지 산책, 1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오후공부, 5시 30분 저녁식사, 6시 30분까지 산책, 6시 30분부터 10시까지 저녁공부, 10시부터 11시까지 운동. 12시 취침. 이렇게 짜여진 시간에 맞춰 기계적으로 생활하는 아이에 맞춰 나도 식사시간을 지키느라 마음 놓고 외출 한 번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아이는 빵을 싫어해서 한 끼 정도는 대충 빵으로 해결하는 나와는 정 반대이니 밥, 오직 밥을 먹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요리솜씨가 좋은 것도 아니고 보면. 그러다보니 아이의 밥상을 챙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안위하는 것은 제철의 재료로 조미료 넣지 않고, 깨끗하게 만드는, 건강한 밥상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아이를 사랑하는 내 마음도.......

“엄마, 정말 맛있어요. 고기도 부드럽고. 역시 한우가 최고야. 그리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합격하면 엄마 손에 물 안 묻히게 해드릴게요.

후후, 그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많이 사드리고, 엄마 좋아하는 용돈도 듬

뿍 드릴 테니까요. 후후후.......“

“아유, 됐내요. 네 아빠도 결혼하면 손에 물 안 묻히게 해준다더니 손에물이 마를 날이 없네요. 누가 아빠 닮지 않았다고 할 까봐. 얘야, 지금은 좀 늦은 것 같지만 네 삶 전체로 보면 괜찮아. 엄마는 네가 해서 당당하게 걸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으니.......“

갑작 코끝이 싸아해졌다.

“엄마.......”

아이는 먹다 말고 일어나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이번만큼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간절함을 더해.......

저녁밥상은 돈가스, 김치, 된장국을 준비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