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동안 고민하다 마땅히 털어놓을 곳도 없고해서 이지님들의 조언을 듣고싶어 이렇게 글 남깁니다.

정중하게 악성댓글은 정말로 사양해 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올해 33살 재혼녀 입니다.

남편은 저보다 1살 많은 34살 총각이랑 재혼했어요.

저는 전 남편사이에서 낳은 예쁜 딸이 하나 있어요.이제 초등학교 4학년 11살 이에요.

비록 아이가 태어나고 9일만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전남편은 세상을 떠낫고, 시댁에서는  정말 무책임하게 예쁜 우리 딸을 입양보내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럴수 없다며 남편이 없는 그 썰렁한 집에서도 1달 가량 갓난쟁이를 제가 혼자 키웠어요.

몸조리는 커녕 목욕물, 기저귀, 병원예방접종비. 십원짜리 하나 주지 않았어요.

이상한 천조가리 한뭉치 턱 던져주고 그거 기저귀로 쓰라고 던져주고 간게 다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친정부모님께 말씀드릴걸 그랬나 싶어요.

제가 시골에서 자라서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시부모님이 잘 해주고 있다고 아무걱정말라고 그렇게 말씀드리곤 했거든요. 그렇게 이 악물고 애가 무슨죄가 있냐싶어 21살의 어린나이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용감하게 키우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저한테 오천원짜리 하나를 주시면서 새댁 이걸로 오뎅이라도 사먹고 남는돈으로 양말 한켤레 사신어...라고 말씀해 주신게 계기가 되어 그렇게 맨발로 등에는 애기업고 돌리다가 만 전단지 뭉치 그데로 들고 동생한테 갔었어요. 1월 초에 삼선슬리퍼 질질 끌구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동생이 저희 딸 잘 돌봐주고, 착한제부가 아빠같이 잘 돌봐주고, 친정부모님 덕에 우리딸 정말 얼굴에 그늘하나 없이 씩씩하고 밝게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잘 컸어요. 공부도 잘하고 똑순이에요.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애 한테만은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말자고 다짐하며 정말 그렇게 이악물고 키워서 그런지 하느님이 남편을 선물로 주셨네요.

내남편이 된지는 아직 얼마 안되지만.... 올해 가을이 되면 이제 1년이 되어간답니다.

저희남편은 참 착한 남편이에요.

그런데 우리 부부사이에도 이제 문제가 하나둘씩 계속 붉어지네요.

저는 성격이 활기차고 명랑합니다. 친구들과 주위에서도 성격좋고 애교있고 싹싹하다는 소리는 듣지만 가끔 남의말을 안들을 떄가 많이 있어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가 확실한 성격이에요.

그래도 싸우고나면 제가 답답해서 못참는 성격이라 싸우고 한두시간 있으면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니더라고 일단 잘못했다고 얘기는 하는 그런 답답한걸 못참는 성격이에요.

근데 우리신랑은 미대를 나와서 그런지 너무너무 세심하고 자상합니다.

처음에 연애할때 미대나온 남자들은 이리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상한가... 싶었답니다.

세심하고 자상한것 까지는 좋은데 리더십이 남자로서는 부족하지요.

싸우는거 정말 싫어합니다. 남한테 싫은소리 절대 못합니다.

법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얘기 많이 듣는 사람입니다.

목소리는 제가 더 커요. 못질도 제가 더 잘하고, 힘도 제가 더 쎄요. ㅡㅡ;

공구도 제가 더 잘 다룰줄 알구요.

신랑은 바느질, 다림질을 더 잘하구요.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신랑이 이리 자상하고 세심하고 여리니 제가 어려운 것도 있네요.

에고, 서두가 너무 길었네요.

암튼 우리집은 제가 남자답고 확~~밀고 나가는 성격이고 신랑은 잘 따라주는데 소심해요. ㅡㅡ;

성격이 둘이 바꼈어요.

문제는 딸아이가 사춘기가 시작되어서 남편이 많이 힘들어 하는것 같아요.

요즘 신랑도 예민한지 부쩍 잔소리도 많이하고 날카롭네요.

그래서 너무 날카로운것 같아서 당신요즘 많이 예민한것 같다.

짜증낼거 안낼거 애한테 풀면 어떡하냐고 당신 그러면 나 서운하다 그랬는데 버럭하네요.

1년 다되가지만 버럭하는거 정말 5손가락 안에 들정도로 조용조용 차분차분한데 이사람 많이 속상한가봐요.

딸아이 행동 하나하나 다맘에안든다고 학대하는 계부, 계모 심정을 알것 같다고 하네요.

그래서 제가 버럭!!하면서

뭐?? 계부, 계모 심정을 알것 같애?? 하면서 받아쳤더니

밥먹는것도 보기싫고, 자는거, 아빠라고 부르는것도 싫고, 그냥 막 밉데요.

신랑말 하나도 안들어 준다 그러고, 얘기해봤자 그때 뿐이라 그러고, 매로 한두차례 때려도 반성하는기미도 안보이고, 나는 도대체 이집에서 뭐냐 그러고, 나는 당신이 시키고 조종하는 로보트고, 당신이 전시해놓은 박제상품 아니냐고 그러네요...

당신이 애 혼내는건 괜찮고, 내가 혼내면 왜 당신이 맘아파 하냐고, 그거 서운하게 듣냐고,  딸 혼내는거 아빠가 혼낼수도 있지 당신눈치 보고 혼내고, 혼내고 나서 내가 왜 울어야 되냐고... 우리신랑 그러네요. 당신은 되고 나는 왜 안되는데.. 나도 아빠이고 싶은데 사람들 눈이 무섭고, 계부라서 그런가보다 그런 얘기도 듣기싫고, 본인은 어른인데 왜 이리 애를 내가 미워하지 이런생각 들때면 정말 미치겠다고 하네요... 본인이 도저히 용납이 안된데요. 내가 이것밖에 안되는 인간인가 싶기도 하고 자괴감이 든데요...ㅠㅠ

그때는 엄청 열받고 뭐 저런기 있나 싶고, 내가 이인간 믿고 우리딸이랑 살아야 되나 싶고 , 이꼬라지 볼려고 내가 그리 악착같이 고생하며 애 키웠나 싶고 그랬는데, 하루 지나니

그래, 내 배아파서 놓은 자식 나도 미울때가 있는데 저사람이라고 그럴때 없겠나.. 싶더라구요...

혼낼래야 제대로 혼낼수가 있나, 애눈치보랴, 내눈치 보랴...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하니 우리신랑 참 가엽고 힘든사람이구나 싶네요.

왜 전 몰랐을까요?

꼭 상황이 이리 뻥 터지면 알게 되는건지...

참 착한 남편, 하루는 우리딸한테 신랑이 손바닥 3대 때려놓고 내가 밥상차려놨다고 밥먹으라고 하니, 큰방에서 그 쳐진 송아지 눈으로 나를 보며 펑펑 울면서 밥이 지금 넘어가냐고, 애 새끼 때려놓고 부모는 지금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냐고 펑펑 울길래 내가 괜찮다고 다~~~그런 과정 격는다고 한두대 때리는거 아무것도 아니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라고 막 얘기도 해주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그런얘기한지가 정말 세어보니 오래되었네요.

제가 미리 캐치하고 피드백해주고 케어해주고 했어야 하는데...

우리신랑 참 맘이 여린 사람이거든요.

부족한 리더십 그나마 제가 다 깍아 내려놓은 듯 하고, 어찌해야 될 지를 정말 모르겠어요.

제가 많이 소홀했나봐요 우리신랑한테...

방금 울면서 전화왔어요. 이걸우짜지요...

괜히 내가 사이좋은 두 모녀사이에 끼어서 집안 분위기 안좋게 만드는거 아니냐고,

나도 잘 하고싶은데 갑자기 11살 딸이 생겨서 너무 힘들다고 펑펑 우는데...

어찌 신랑한테 위로를 해야될지, 어찌 다시 자신감을 상승시켜 줘야될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일이 비일비재 할텐데 벌써부터 저도 걱정이 앞서긴 하네요.

혹시 이지님들 저처럼 재혼하셔서 애들문제로 고민 앓으시다가 지금은 그 과도기를 넘긴 분들이 계시다면 꼭 저한테 얘기좀 해주세요.  저 너무 절실해요. ㅠㅠ

앞으로 저의 그 버럭하는 성격도 좀 고치고, 내가 힘들어하면 신랑이 더 힘들거란 생각도 해야되고,

우선 이 똥깡아지는 속도 모르고 아빠가 최고라 그러는데 다시는 아빠없는 세상 싫다고, 그래도 엄마아빠랑 싸워도 난 아빠 있는게 더 좋다고 그러네요.

그 얘기 들으니 저도 참 반성 많이 하게 되네요.

자식땜에 참는다는 그말... 정말 공감갑니다.

저한테 도움좀 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