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과 달님의 사랑 이야기 / 정연복

해님과 달님이
한 마을에 살았습니다

해님은
무척 밝고 활달한 성격입니다

해님은 남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 주는 게 즐겁습니다

해님의 환한 미소가 가 닿으면
꽃잎의 눈물도 말끔히 사라집니다

해님은 개구쟁이 구름들과
하루종일 장난치기를 좋아합니다

달님은
말없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입니다

달님은 반짝반짝 별들과
소곤소곤 이야기하기를 좋아합니다

어느 날 하늘이
해님에게 달님 이야기를
달님에게 해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해님과 달님은
서로 깊이 사모하게 되었습니다

해님은 이제
구름 친구들과 노는 것도 싫어졌습니다

해님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날마다 달님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해님이 서산 너머 집으로
붉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돌아갈 때까지
달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달님도 온종일
해님이 많이 그리웠습니다

그리움에 야윈 달님이
수줍은 몸짓으로 바깥 나들이를 했습니다

'해님이 아직도 날 기다리고 계시기를....'
달님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습니다

하지만 해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방 어디에도 해님은 없습니다

슬픈 표정으로 변한
달님이 흘린 눈물 방울이 모여
희뿌연 은하수가 되었습니다

달님은 해님을 손꼽아 기다리며
밤을 꼬박 새웠습니다

착한 별들은 달님 곁에서
달님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습니다

하지만 달님은
더 이상은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마침내 달님도 슬픔을 가득 안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밤새 잠 못 이룬 해님이
새벽같이 다시 달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달님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해님은
온몸에 불 밝혀 달님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겉으로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불타는 그리움의 눈물 안으로 삼키며

해님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달님을 기다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