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같이 / 정연복
  
꿈같이 바람같이
세월 흘러

저만치
나이 육십 고개 바라보며

요즘 나는
점점 더 작아지는 느낌

무심코 지나쳤던 들꽃이
눈에 쏙 들어온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는
이름도 모양도 없이

눈부신 빛깔이나  
진한 향기도 없이

남모르는 제자리 하나
성실히 지키며

비바람에도
얼굴 찡그리지 않고

조용히 피고 지는
들꽃이 마음 찡하다

가만히 다가가서
다정히 속삭이고 싶다.
    
'너, 참 예쁘다. 장하다.
멋진 한 생(生) 이루었구나.

나도 너처럼
피고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