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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아쉬움이 있었던 한국 영화 세 편... [검객], [종이꽃], [돌멩이]
13  쭈니 2021.01.28 13: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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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020년 기대작 리스트 중에서 아직 보지 못한 영화들을 하나씩 보면서 리스트에서 지우고 있는 중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흥행 기대작들의 개봉이 대거 미뤄져서 나의 기대작 리스트도 예년에 비해 양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 취향이 아닌 영화들도 기대작 리스트에 올려 자리를 채워 넣기도 했다. 이번에 본 세 편의 한국 영화가 그런 경우이다. [검객]을 제외한다면 그다지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종이꽃]은 안성기, 유진, [돌멩이]는 송윤아 이름을 보고 기대작 리스트에 올린 영화였다. 그러다 보니 2020년 기대작을 모두 봐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마치 숙제를 하듯이 억지로 영화를 보기도 했다. 2021년 기대작 리스트는 좀 더 심사숙고해서 작성을 해야 할 듯... 영화를 보는 것이 즐거움이 아닌 지겨운 숙제가 되어서는 안되니까.


[검객] - 당시 조선의 복잡한 정치적 사실은 걷어내고 단순한 무협 영화에 만족하다.

감독 : 최재훈

주연 : 장혁, 김현수, 조 타슬림

몇 달 전,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네이버 웹 소설인 <장씨세가 호위무사>를 읽었다. 조형근 작가의 무협 소설인데 무협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추천해 준 사람에게 성의 표시로 몇 화 정도만 읽다가 말려고 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책은 덮어두고 며칠간 <장씨세가 호위무사>만 집중해서 읽었다. <장씨세가 호위무사>를 읽으며 ' 영화로 제작된다면'이라는 상상을 했었는데 주인공인 광휘 역에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장혁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지난 9월 [검객]이 조용히 개봉했다가 조용히 OTT로 넘어갔다. 이 영화가 내 이목을 끈 것은 한동안 보기 어려웠던 한국형 무협 영화이며 주연이 장혁이기 때문이다. 순간 자연스럽게 <장씨세가 호위무사>가 떠올랐다.

[검객]은 광해군 폐위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하고 있다. 광해군을 호위했던 태율(장혁)은 광해군이 폐위되자 자취를 감추고 인적이 없는 산속에서 어린 딸 태옥(김현수)과 함께 조용히 살아간다. 한편 청나라는 조선에 대해 노골적으로 핍박을 가하며 공녀를 요구한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이목요(최진호)는 자신의 딸이 공녀로 끌려갈지도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양녀를 구하는데, 하필 태율의 약 값이 필요했던 태옥이 이목요의 마수에 걸려든다. 태옥이 공녀가 되어 청나라로 끌려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율은 태옥을 구하기 위해 다시 칼을 집어 든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굉장히 단순하다. 광해군 폐위라는 역사적 사실을 내세웠지만, 그것은 단지 청나라의 횡포라는 설정을 위한 편리한 장치에 불과하다. 명나라와 청나라 사이에서 실리 외교를 추구하던 광해군을 몰아내고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만 내세우던 인조가 결국 병자호란의 굴욕을 당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좀 더 부각시켰다면 단순한 무협 영화에서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간 의미 있는 무협 영화가 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한 도전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만다.

신인 최재훈 감독은 당시 조선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모두 걷어내고 딸을 구하기 위한 태율의 액션에 집중한다. 사실 이 영화의 설정엔 문제가 많다. 당시 청나라는 조선에 군신 관계를 요구했고, 급기야 12만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 단숨에 조선을 집어삼켰다. 역사에 남을 치욕이라 할 수 있는 삼전도의 굴욕이 바로 그때 일어난다. 그런데 [검객]은 마치 청나라 사신단을 인신매매나 하는 무뢰배로 표현한다. 물론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청나라 사신의 횡포가 악랄할수록 좋기는 하지만 그래도 청나라 왕자인 구루타이(조 타슬림)까지 동반한 사신단인데 그렇게 대놓고 시정잡배처럼 행동했을까?

청나라 사신단을 태율 혼자 혈혈단신으로 무찌른다는 설정도 과하다. 물론 무협 영화, 무협 소설은 가끔 판타지가 되곤 하긴 한다. <장씨세가 호위무사>의 경우도 광휘는 혼자 수 백 명의 고수와 싸워도 거뜬히 이겨낼 정도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초절정의 고수로 표현된다. 하지만 <장씨세가 호위무사>는 아예 대놓고 판타지를 표방한 소설이었다. 그와 달리 [검객]은 그래도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 역사극이 형태를 취한 영화가 아니던가. 최소한 그럴듯해야 한다. 그런데 [검객]은 전혀 그럴듯하지 않다. 그러니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괜찮았다. 태율의 청나라 사신단을 호위하는 무사를 쓰러뜨릴 때마다 속이 후련하긴 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혁의 매력이 돋보였다. <장씨세가 호위무사>가 영화화된다면 광휘를 연기할 배우로 유일무이한 장혁답게 [검객]에서도 그의 매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래도 기왕이면 너무 단순한 무협 영화가 아닌, 역사적 사실에 좀 더 깊숙이 들어가 픽션과 논픽션을 오고 가는 그런 무협 영화였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떨쳐지지 않았다.


[종이꽃] - 희망을 말하고 싶다면, 좀 더 희망을 보여줬어야 했다.

감독 : 고훈

주연 : 안성기, 유진, 김혜성, 장재희

대한민국 국민배우 안성기. 요즘도 안성기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에게 안성기는 여전히 국민배우이다. 그렇기에 가끔은 내 취향의 영화가 아닐지라도 안성기가 주연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보곤 한다. 2015년에 개봉했던 [화장]이 그런 경우이다. 국민감독 임권택의 연출과 국민배우 안성기의 주연이라는 이유로 나는 [화장]을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 헤맸어야 했다. 물론 그렇게 해서 본 영화가 재미있기까지 한 경우는 드물다. 그냥 국민감독, 국민배우에 대한 예우라고나 할까? [종이꽃]도 정확히 그런 경우이다.

[종이꽃]은 동네에서 '천국 장의사'를 운영하고 있는 성길(안성기)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대형 상조회사의 등장으로 '천국 장의사'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성길은 자신과의 타협을 통해 대형 상조회사에 입사한다. 그가 그렇게 자신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아들 지혁(김혜성)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혁은 삶의 의지를 잃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자살을 기도한다. 그로 인하여 지혁을 돌보는 간병인들도 두 손들고 포기한 상태. 바로 그때 성길의 앞집에 이사 온 은숙(유진)이 나선다. 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지만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을 가진 은숙과 은숙의 어린 딸 노을(장재희)의 등장으로 성길과 지혁도 조금씩 희망을 되찾아 간다. 하지만 은숙의 과거가 다시금 은숙의 발목을 잡으며 그들에겐 다시 위기가 생긴다.

참 착한 영화이다.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인정한다. [종이꽃]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소시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의대에 합격한 아들 지혁에게 모든 희망을 걸었던 성길. 하지만 지혁은 의사보다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된다. 어쩌면 그 순간 성길의 희망은 사라졌을 것이다. 그저 죽지 못해 살고 있을 뿐.

그와는 달리 은숙은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했다. 법원은 그녀의 정당방위를 인정했지만 병원 치료를 명령했다.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오린 딸 노을을 혼자 두고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은숙은 졸지에 도망자 신세가 된다. 어쩌면 은숙의 상황은 성길보다 나쁘면 나쁘지 더 낫지는 않다. 하지만 그녀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에겐 노을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딸을 위해서라도 은숙은 웃음을 잃지 않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은숙이 성길에게 전해준 희망의 불씨는 바로 그것이다. 은숙으로 인하여 삶의 의지가 생긴 지혁. 그런 지혁을 보며 성길도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고훈 감독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성길과 은숙에게 희망을 선사하지 않는다. 은숙은 노을을 시어머니에게 빼앗기고 병원에 강제 입원하고, 성길은 노숙자에게 희망을 안겨준 국숫집 사장의 장례를 치러준 탓에 상조회사와의 계약이 파기될 것이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험난한 미래이다. 은숙이 법원의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하여 병원에서 퇴원을 한다고 해도 과연 노을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상조회사와의 계약이 파기된 성길은 분명 생활고에 시달릴 것이다. 상황은 암울한데, 성길과 은숙의 표정은 결코 암울하지 않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냥 그렇게 살겠다는 굳은 의지까지 엿보인다.

문제는 영화를 보고 있는 나의 가슴이 답답해졌다는 것이다. 희망을 이야기했지만 결코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는 영화의 결말을 보며 미래에 대한 암울함이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영화를 보는 내게 전달된 것이다. 이렇게 영화를 보고 나서 기분이 축 처지는 경험도 참 오랜만인 것 같다. 내게 있어서 영화 관람은 즐거움인데, [종이꽃]은 결코 즐겁지 못하다. 이것이 이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최소한 나 만큼은 결코 좋은 영화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이다.


[돌멩이] - 가슴에 묵직한 '돌멩이'를 얹은 듯한 답답함을 느끼다.

감독 : 김정식

주연 : 김대명, 전채은, 송윤아, 김의성

[종이꽃]을 보고 나서 마음이 답답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희망을 보여주지 않는 고훈 감독의 메시지 전달이 나의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렀다. 하지만 최종 빌런이 나타났다. [돌멩이]에 비한다면 [종이꽃]은 해피엔딩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이다.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돌멩이]를 보면서 여러 번 그냥 정지 버튼을 눌러 버리고 싶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김정식 감독을 찾아가서 '그래서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뭔데?'라고 묻고 싶었다. 영화의 제목인 '돌멩이'는 굉장히 적절하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위에 묵직한 '돌멩이'를 얹어 놓은 기분이었니까.

[돌멩이]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김대명)의 이야기이다. 비록 지능은 떨어지지만 성당의 노신부(김의성)의 보살핌과 타고난 성실함으로 정미소를 운영하며 나름 잘 생활하고 있던 석구. 하지만 가출 소녀 은지(전채은)를 만나며 석구의 인생은 흔들리고 만다. 아버지를 찾아 마을에 온 은지는 석구와 친구가 된다. 하지만 비 오는 날 은지가 사고를 당하고, 쓰러진 은지를 발견한 석구가 응급조치를 하는 모습을 쉼터의 김선생(송윤아)이 목격을 하는데, 김선생은 석구가 은지를 성폭행을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결국 체포되어 재판을 받게 된 석구는 지체 장애인임을 내세운 변호사의 전략 덕분에 풀려난다. 하지만 아동 성추행범 낙인이 찍혀 마을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은지 부모에게 합의금으로 정미소까지 넘기게 되며 석구는 갈 곳을 잃어버린다.

이 영화에서 김정식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를 바는 아니다.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어떻게 선량한 장애인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김선생의 오해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8살의 지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다 큰 성인의 몸을 한 석구가 은지의 옷을 벗기는 모습을 보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는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은지가 죽어서 증언을 할 수 없었다면 모르겠지만 은지는 깨어났다. 하지만 석구에게 아무런 죄가 없음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고, 김선생 또한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심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노신부의 대처도 이해가 안 된다. 누구보다도 석구를 믿었던 노신부는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석구에게 물으려 하지 않고 그저 석구를 감옥에 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오히려 그러한 노신부의 노력이 석구에게 아동 성추행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렸는데도 그는 자신만이 석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작위적이다. 석구를 최악의 상황에 몰아넣기 위해 너무 극단적인 설정이 마구 사용되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문제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석구의 누명은 결코 벗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영화 내내 나의 가슴 위에 '돌멩이'를 얹어 놓더니 그 '돌멩이'를 내려놓지 않고 그냥 끝내 버린다. 이 영화가 실화라면 이해가 된다. 김정식 감독이 뒤늦게라도 관객에게 석구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의미라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건 실화가 아니다. 작위적인 설정을 마구 남발한 픽션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답답한 결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으니 그들의 답답함을 느껴보라는 심보일까? 도대체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칭찬하고 싶은 것은 김대명의 연기뿐이다. 참 연기는 잘 하더라.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영화를 보는 것이 지루함을 넘어 괴로움이라면 도대체 그 영화를 왜 내 돈 투자하고, 내 시간을 투자해서 봐야 하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돌멩이]는 영화적 재미는 철저하게 배제시킨 채 어떻게 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어 숨을 막혀 버리게 할 것인지 고민한 듯한 영화이다. 이런 영화는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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