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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100 하양 2020.11.25 00:30:33
조회 524 댓글 8 신고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어제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그그제도 나는 그에게 갔습니다

 

미움을 지워내고

희망을 지워내고

매일 밤 그의 문에 당도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러나

그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완강한 거부의 몸짓이거나

무심한 무덤가의 잡풀 같은

열쇠 구멍 사이로

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리고

그리다 돌아서면 그뿐,

 

문 안에는 그가 잠들어 있고

문밖에는 내가 오래 서 있으므로

말 없는 어둠이 걸어 나와

싸리꽃 울타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어디선가

모든 길이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술 한잔 권했습니다

하늘이 내게도 술 한잔 권했습니다

 

아시는지요, 그때

하늘에서 술비가 내렸습니다

술비 술술 내려 술강 이루니

아뿔사,

내 슬픔 저러하다 이름했습니다

 

아마 내일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아마 모레도 그에게 갈 것입니다

열리지 않는 것은 문이 아니니

닫긴 문으로 나는 갈 것입니다

 

- 고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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