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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케이프 룸] - 겁쟁이인 나조차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공포 영화
12  쭈니 2019.05.09 17:42:31
조회 166 댓글 0 신고

감독 : 애덤 로비텔

주연 : 테일러 러셀, 로건 밀러, 제이 엘리스

공포영화를 보게 만드는 '엄복동'의 위력

어린이날 연휴의 마지막 날, 이대로 연휴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나 행주산성으로 향했다. 날씨도 좋았기에 가족끼리 여유롭게 행주산성을 거닐며 사진을 찍으며 연휴의 마지막 날을 장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행주산성은 월요일에 휴관이라고 한다. 굳게 닫힌 행주산성 입구를 보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나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고, 아내와 아들에게 그런 것도 알아보지 못했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오전 10시. 어디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가기엔 볼 영화가 없다. 결국 선택은 집에서 영화 보기이다. 나는 아들에게 [자전차왕 엄복동]을 추천했다. 워낙에 혹평이 많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내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남들의 혹평을 믿지 않는다. 오히려 내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아들은 아니더라. 내게 왜 하필 '엄복동'이냐며 '엄복동'을 보느니 차라리 공포 영화를 보겠다고 버틴다. 겁이 많아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하는 아들이 이렇게까지 몸부림을 치다니...

결국 나는 아들이 원하는 대로 [자전차왕 엄복동] 대신 공포 영화인 [이스케이프 룸]을 선택했다. 물론 [이스케이프 룸]은 공포 영화라고는 하지만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영화도 아니고, 잔인한 장면이 속출하는 영화도 아니다. 그렇기에 편안한 자세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겁쟁이 부자인 나와 아들에겐 반가운 영화였다.

여섯 명의 참가자, 그리고 여섯 개의 방

[이스케이프 룸]은 요즘 젊은 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방 탈출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세계 최고의 방 탈출 게임 회사인 '미노스'의 초대를 받아 우승상금 10,000 달러에 도전하는 여섯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초반부터 조이 데이비스(테일러 러셀), 벤 밀러(로건 밀러), 제이슨 워커(제이 엘리스)의 일상을 보여 주며 여섯 명의 참가자 중에서 이들 세 명이 주인공임을 암시한다.

여섯 명의 참가자가 방 탈출 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대기실에 모이고, 게임은 다짜고짜 시작된다. 첫 번째 방은 오븐 룸. 시간이 지날수록 방의 온도는 높아지고, 제한된 시간 안에 참가자들은 단서를 찾아 오븐 룸에서 탈출해야만 한다. 게임이라고 하기엔 너무 실감 나는 상황이기에 참가자들은 당황스러워하지만, 스스로 방 탈출 게임 마니아임을 자처하는 대니 칸(닉 도다니)은 이 모든 것이 그냥 게임의 일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두 번째 방인 아이스 룸에서 대니가 죽으며 참가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게임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스케이프 룸]은 각각의 개성을 갖춘 방을 통해서 영화적 긴장감을 높인다. 오븐 룸에서는 제시간에 탈출하지 못하면 불에 타서 죽을 수도 있고, 아이스 룸에서는 그와는 반대로 얼어 죽을 위기에 빠진다. 업사이드 룸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바닥에 꺼져 버리는 상황에서 단서를 찾아야만 하고, 포이즌 룸에서는 심장 박동을 조건에 맞추지 않으면 독가스가 발포되며, 일루전 룸에서는 해독제를 찾지 못하면 환각에 빠져 위험해지고, 크러쉬 룸에서는 시시각각 다가오는 벽에 짓눌려 죽기 싫으면 탈출구를 찾아야만 한다. 결국 [이스케이프 룸]의 진정한 주인공은 여섯 개의 방인 셈이다.

그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

아이스 룸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며 게임 참가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스케이프 룸]은 참가자들의 캐릭터를 강화시킨다. 애초에 조이와 벤, 제이슨, 이렇게 세 명의 캐릭터만 완성시킨 채, 마이크 놀란(타일러 라빈), 아만다 하퍼(데보라 앤 월), 대니 칸의 캐릭터는 대충 건너뛰었던 영화는 차근차근 다른 참가자들의 캐릭터도 조금씩 완성해 나간다.

특히 여섯 명의 참가자는 모두 어떤 사건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생존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 모든 것이 아주 치밀하게 계획된 것임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영화의 긴장감은 급상승된다. 이제는 그깟 우승 상금이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 그랬듯이 어떻게든 살아서 탈출하는 것, 그것이 그들의 목표가 된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그들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자가 된다. [이스케이프 룸]은 그러한 게임 참가자들의 모습을 잘 잡아낸다.

로마 시대 콜로세움에서는 검투사들의 경기가 최고의 스포츠였다고 한다. 한 명만 살아남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를 죽여야 하는 이 잔인한 게임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스케이프 룸]의 방 탈출 게임은 결국 현대판 검투사 경기인 셈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안전한 곳에 숨어서 참가자들이 서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을 즐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가 힘없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들이 발버둥 치며 죽어가는 것을 즐기는 게임. 어쩌면 우리 관객들도 영화 속 캐릭터들이 한 명씩 죽어가는 것을 즐기는 그들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속 편이 나온다면?

[이스케이프 룸]은 딱 죽을 것 같았던 캐릭터는 여지없이 죽이고, 살아남을 것 같았던 캐릭터는 역시나 살리는 영화이다. 그건 다시 말해 영화 자체가 의외성이 없이 뻔하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여섯 명의 참가자를 게임에 초대한 자의 정체가 깜짝 반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 가장 먼저 죽은 대니 등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하지만 그런 반전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어쩌면 반전이 없이 예상대로 영화가 흘러갔기 때문에 1시간 40분 동안 편안하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장르가 공포라서 처음엔 긴장을 했는데, 이렇게 편하게 영화를 볼 줄이야...

[이스케이프 룸]은 9백만 달러라는 저렴한 제작비로 월드 와이드 1억5천5백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임으로써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마도 2편이 조만간 제작될 것 같다. 영화에서도 2편을 암시하며 영화가 끝을 맺었는데, 만약 2편이 제작된다면 공포 영화라고 쫄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극장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해피 데스 데이]와 더불어 내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공포 영화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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