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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와 파랑새] - 파랑새를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
12  쭈니 2019.03.13 14:57:52
조회 140 댓글 0 신고

감독 : 야마다 나오코

더빙 : 타네자키 아츠미, 토우야마 나오

[목소리의 형태]가 인상 깊었기에...

2017년 6월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앉아 [목소리의 형태]라는 제목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었다. 그날 [목소리의 형태] 상영회는 서울의 모 초등학교 수련회에서 벌어진 집단 구타 사건 때문이었는데, 가해자 중 재벌 총수의 손자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보며 나는 아들이 언제든지 학교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고, 집단 따돌림을 소재로 한 [목소리의 형태]를 본 후 이 문제에 대해서 아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비록 목적이 뚜렷한 영화 관람이었지만 [목소리의 형태]는 굉장히 인상 깊은 영화였다. 파스텔톤의 그림체도 독특했고, 평범한 소년이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가 되었다가, 그로 인하여 집단 따돌림 대상이 되는 과정이 굉장히 세밀하게 그려져서 공감되었다.

[리즈와 파랑새]의 포스터와 스틸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림체가 [목소리의 형태]와 많이 닮았다'라는 것이다. 알고 보니 [리즈와 파랑새]는 [목소리의 형태]를 연출했던 야마다 나오코 감독의 영화였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리즈와 파랑새]에 대한 내 관심이 증폭되었다. 이번엔 온 가족의 영화 상영회는 없었지만, 월요일 저녁, 혼자 조용히 [리즈와 파랑새]를 관람했다.

파랑새를 떠나보낼 수 없는 소녀

[리즈와 파랑새]는 두 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고등학교 관악부의 미조레(타네자키 아츠미)와 노조미(토우야마 나오)의 우정, 그리고 콩쿠르 자유곡의 모티브가 된 동화 '리즈와 파랑새'의 내용이다. 이 두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다. 동화 '리즈와 파랑새' 는 리즈라는 외톨이 소녀에게 어느 날 찾아온 파란 머리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녀는 사실 파랑새로 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더 이상 파랑새를 잡아둘 수 없었던 리즈는 파랑새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도록 놓아준다.

동화 속 리즈처럼 미조레는 외톨이이다. 그녀의 유일한 친구는 활발한 성격의 노조미인데, 두 사람의 우정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갈림길에 서있다. 선생님으로부터 음대를 추천받은 미조레와는 달리 노조미는 음대에 들어갈만한 실력이 되지 못한다. 미조레는 노조미와 헤어지기 싫어 콩쿠르 솔로 파트의 오보에와 플롯 합주에서도 일부러 전력을 다해 연주하지 않는다. 미조레는 파랑새를 놓아준 리즈를 이해하지 못한다. 좋아한다면 끝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조레는 리즈가 아니었다. 그녀는 파랑새였다. 노조미는 미조레가 음악적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놓아준다. 자신이 그녀를 가둔 새장이었음을 깨달으며...

이건 우리 모두의 성장담이다.

[리즈와 파랑새]는 그냥 두 소녀의 우정 이야기로 치부될 수도 있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미조레와 미조레의 절친인 노조미. 두 사람은 함께 하고 싶지만 대학이라는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에서 결국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마치 파랑새를 놓아준 리즈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리즈와 파랑새]는 우리 모두가 겪은 성장담이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중학교 3학년 시절 가장 친한 친구를 따라 상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선택했었다. 당시에는 대학에 가는 것보다 친구와 함께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굉장히 어리석었다. 내 인생을 선택할 기로에서 내 자신을 위한 선택을 스스로 포기했었으니까.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에 미조레와 노조미의 이야기가 나는 공감되었다. 만약 노조미가 미조레를 따라 음대에 진학을 했다면, 만약 미조레가 노조미와 함께 하기 위해 음대 진학을 포기했다면, 이 두 사람은 먼 훗날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함께 하고 싶어도 외톨이 소녀 리즈와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파랑새의 길이 다르듯, 결국 우리에겐 우리의 길이 있고, 그 길을 선택했을 때 후회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파랑새를 떠나보낼 수 있는 용기

리즈는 파랑새를 떠나보낸다. 그녀 자신이 파랑새를 가둔 새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파랑새는 리즈의 곁을 떠나기 싫다. 하지만 파랑새는 리즈를 좋아하기에 리즈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파랑새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과연 이 야이기는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영화 마지막, 노조미는 도서관에서 대학 입시를 공부하고, 미조레는 음악실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며 각자의 길을 선택한다. 리즈가 파랑새를 하늘 높이 날 수 있도록 놓아준 것처럼 노조미는 미조레가 음악적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준다. 이건 결코 새드엔딩이 아니다. 서로 한층 더 성장한 두 소녀의 해피엔딩이다.

파랑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를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듯이, 미조레는 음대에서 음악적 재능을 맘껏 펼치며 진정한 행복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 파랑새를 응원하는 리즈처럼, 노조미는 멀찌감치에서 미조레를 응원할 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선택한 사랑이고, 행복이니까. 미조레와 노조미를 보며 아주 오래전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나보다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리즈와 파랑새]는 [목소리의 형태]만큼이나 내게 인상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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