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마이 마니아

대중문화 마니아 리스트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영화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닌,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
마니아 칼럼(대중문화) 즐겨찾기
[데드풀 2 : 순한 맛] - 그런데 어디가 순해진 거지?
12  쭈니 2019.03.13 10:11:27
조회 121 댓글 0 신고

감독 : 데이빗 레이치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조슈 브롤린, 줄리안 데니슨

드디어 '데드풀'을 아들과 함께 볼 수 있다.

27년 전, 미성년자의 굴레에서 벗어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당하게 극장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는 것이다. 당시 나와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본 영화는 폴 버호벤 감독, 마이클 더글라스, 샤론 스톤 주연의 [원초적 본능]과 장 자크 아노 감독, 제인 마치, 양가휘 주연의 [연인]이었다. 이렇게 야한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마치 어른이 된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혼자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갑자기 27년 전의 기억이 떠오른 이유는 아들과 함께 [데드풀 2 : 순한 맛]을 봤기 때문이다. 마블 영화에 대한 사랑이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은 아들은 [데드풀], [로건], [데드풀 2]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하자 낙담했었다. 그런 아들에게 나는 성인이 된 후 한꺼번에 몰아서 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줬는데, 다른 영화는 몰라도 [데드풀 2]만큼은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왜냐하면 [데드풀 2]를 12세 관람가 등급으로 편집한 [데드풀 2 : 순한 맛]이 개봉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데드풀 2 : 순한 맛]에 큰 기대가 없다. 생각해보라. [원초적 본능]을 12세 관람가로 편집하면 재미있겠는가? 그 유명한 샤론 스톤의 다리 꼬기 장면을 볼 수가 없는데 영화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아들에겐 [데드풀 2 : 순한 맛]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결국 극장에서 볼 수는 없었지만 (언제 개봉했는지도 모르게 순식간에 극장에서 사라져 버렸다.) 일요일 저녁, 아들과 나의 최애 예능 <런닝맨>까지 포기하고 [데드풀 2 : 순한 맛]을 봤다.

아니, 케빈이 거기서 왜 나와?

[데드풀 2 : 순한 맛]의 시작은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프레드(프레드 세비지)를 납치하여 침대에 묶어 놓고 억지로 동화를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마도 프레드 세비지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데드풀'이 <케빈은 열두 살>을 언급하기 전까지는 몰랐으니까. <케빈은 열두 살>은 1988년부터 1993년까지 6시즌 동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미드이다. 사춘기 소년 케빈의 성장기가 주요 내용인데, 주인공 케빈의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모습은 당시 굉장한 인기를 끌었었다. 그런데 그 귀엽던 케빈이 어느덧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데드풀'에 의해 침대에 묶여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케빈의 등장으로 반가움을 느낄 새도 없이 '데드풀'은 프레드에게 억지로 동화를 읽어준다. 당연하지만 그 동화가 바로 [데드풀 2 : 순한 맛]이다. 이렇게 동화를 읽어주며 영화가 시작되는 것은 디즈니 영화가 주로 쓰는 방식이다. 그럼으로써 [데드풀 2 : 순한 맛]은 디즈니 영화처럼 착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되겠다고 관객에게 선언한다.

어, 정말? 속지 마라. <케빈은 열두 살>의 아역 배우 출신 프레드 세비지의 등장, 그리고 동화책을 펼치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형식은 분명 착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표방하지만, 프레드가 납치되어 침대에 묶인 상태에서 억지로 '데드풀'의 동화를 들어야 한다는 설정으로 [데드풀 2]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당찬 다짐도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가 순해진 거지?

작년 5월 [데드풀 2]를 본 나는 [데드풀 2 : 순한 맛]을 보면서 얼마나 순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영화를 봤다. 하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데드풀 2]를 본 지 1년 가까이 지났기 때문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프레드가 침대에 묶여 억지로 '데드풀'의 동화를 듣는 설정 외에 딱히 바뀐 것은 없어 보였다.

특히 [데드풀 2 : 순한 맛]은 '정말 12세 관람가 영화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데드풀 2]의 악명 높은 장면들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영화 초반 자살을 결심한 '데드풀'의 사지가 분해되는 장면, '데드풀'이 케이블(조슈 브롤린)에 맞서 반항적인 십 대 뮤턴트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구하기 위해 결성한 '엑스포스' 멤버들이 도미노(재지 비츠)를 제외하고 모두 어처구니없이 죽는 장면, 저거넛이 '데드풀'을 반으로 찢어 버리는 장면, 그리고 '데드풀'의 하반신이 새로 자라는 엽기적인 장면 등이 고스란히 나온다.

아무리 봐도 '이게 정말 12세 관람가야?'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의 장면들이 수두룩하다. 차라리 15세 관람가라면 수긍이 될 텐데 저런 장면을 어떻게 12세 어린이에게 보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데드풀 2 : 순한 맛]이 얼마나 순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본 나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당혹스러웠다. 정말 우리나라의 영화 관람 등급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럴 거면 [데드풀 3]는 15세 관람가로 나와도 될 것 같은데...

아들은 당연히 [데드풀 2 : 순한 맛]을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며 봤다. '순한 맛'이라는 부제와는 달리 결코 순하지 않은 이 영화는 [데드풀 2]의 진가를 느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데드풀 2 : 순한 맛]을 보고 나서 아들은 [데드풀]도 보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솔직히 [데드풀]은 웨이드 월슨과 바네사 칼리슨(모레나 바카린)의 섹스씬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데드풀 2]보다 얌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장면에서만 아들의 눈을 가린다면 [데드풀]을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그랬다가 아내에게 걸리면 엄청 혼나겠지만...)

이쯤 되면 [데드풀 3]의 관람 등급이 궁금해진다. 이럴 거면 표현 수위를 약간만 낮춰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개봉해도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데드풀 2 : 순한 맛]이 12세 관람가 등급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15세 관람가 등급만 되어도 [데드풀 3]는 '데드풀'의 똘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데드풀 3]는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볼 수 있을 테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데드풀 2 : 순한 맛]을 보고 난 후의 내 심정은 복잡 미묘하다. 얼마나 순해졌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평가한다면 '뭐가 순해진 건데?'라며 투덜거릴 만도 한데, 오히려 너무 순해지지 않고 영화 본연의 똘끼가 살아있어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기분 이대로 [데드풀 3]를 기다려본다.

 

 

0 첫번째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마니아 혜택/신청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