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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웨딩] -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사랑, 그까짓 것 하고 후회하자.
12  쭈니 2019.02.26 11:06:31
조회 315 댓글 0 신고

감독 : 빅터 레빈

주연 : 키아누 리브스, 위노나 라이더

제목만 봐선 공포 영화인 줄...

솔직히 [데스티네이션 웨딩]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결혼식장에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인 줄 알았다. 2000년 개봉하여 세 편의 시리즈가 진행된 공포 영화 [데스티네이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데스티네이션]은 우연히 죽음을 면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차례로 죽음의 사신을 만난다는 내용으로 당시 내겐 굉장히 참신하면서도 재미있었던 공포 영화였다.

하지만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결코 공포 영화는 아니다. 엄밀하게 따진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영화 자체가 전혀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영화의 제목인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하객들이 휴가를 겸하게 참석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장소를 빌려 며칠간 진행하는 결혼식을 지칭한다고 한다. 요즘의 트렌드라고 하는데, 결혼은 결혼식장에서 정해진 예식에 따라 딱딱하게 거행해야만 했던 내겐 참으로 부러운 요즘의 결혼 문화이다. (물론 이것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겠지만...)

[데스티네이션 웨딩]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주연을 맡았다는 점이다. 이 두 배우는 나란히 1990년대 전성기를 맞이했었는데, 특히 국내에선 1993년에 개봉했던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드라큐라]에서 두 배우의 리즈 시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의 로맨틱 코미디. 이 사실만으로도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극장까지는 아니더라도 꼭 봐야 할 영화가 되었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시작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적인 시작을 따른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새치기 문제로 서로 티격태격하는 프랭크(키아누 리브스)와 린제이(위노나 라이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두 사람은 같은 결혼식에 초대되어 그 후로도 계속 마주치게 된다. 프랭크는 신랑인 키스의 형, 린제이는 키스의 전 약혼녀였던 것.

비행기에서도 옆좌석, 호텔에서는 서로 연결된 옆방, 만찬장에서도 같은 테이블, 이쯤 되면 키스가 프랭크와 린제이를 서로 연결해 주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고 의심을 할만한 상황이다. 게다가 가족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프랭크와 6년 전 키스에게 상처를 입은 린제이는 결혼식장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존재이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이다 보니 프랭크와 린제이는 자연스럽게 결혼식 내내 같이 어울리게 된다.

로맨틱 코미디는 항상 이런 식이다. 남녀 주인공은 처음에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미운 정이 들어 사랑에 빠지고, 오해 때문에 잠시 이별을 했다가 결국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가 그러하다. [데스티네이션 웨딩] 역시 처음엔 그러한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듯했다. 하지만 프랭크와 린제이가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지는가 싶은 순간부터 영화는 갑자기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한다.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은 서로 티격태격 싸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며 영화는 로맨틱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한다. 이게 정석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 '아, 나도 저런 사랑하고 싶다'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분명 프랭크와 린제이도 그렇다. 그런데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는 장면에서부터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단호하게 거부한다.

프랭크와 린제이가 지루한 일몰 결혼식장에서 몰래 빠져나와 숲길을 거닐다 (프랭크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산사자를 만나고, 프랭크의 기이한 행동 덕분에 산사자가 도망가는 장면은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것을 멈추고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 로맨틱한 장면이어야 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데스티네이션 웨딩]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다.

프랭크와 린제이가 들판에서 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 중 그 누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사랑을 보며 '나도 저런 사랑하고 싶다'라고 생각을 할까? 이렇듯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분명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이지만,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사랑, 그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프랭크와 린제이가 처음으로 섹스를 하고 난 다음의 상황은 프랭크와 린제이의 로맨스를 바라는 관객에게 찬물을 끼얹는다. 린제이는 프랭크에게 이건 운명적인 인연이라며 사랑을 갈구하지만, 프랭크는 결혼식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관계는 끝이라며 단호하게 거부한다. 프랭크에게 매달리는 린제이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일 정도이다.

프랭크는 불행했던 가족 관계로 인하여 평생 혼자 살겠다고 결심한 독신남이다. 그에 비해 린제이는 키스에게 받은 사랑의 상처를 6년이나 안고 살아가는 여성이다. 결국 프랭크는 사랑 따위 해 본적도 없으면서 지레 겁을 먹고 사랑을 거부하고, 린제이는 사랑을 해서 아파봤으면서도 또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사랑에 대한 이 두 사람의 상반된 생각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데스티네이션 웨딩]이 로맨틱 코미디가 되는 것을 방해한다.

하지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까짓것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린제이와 만나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프랭크는 애써 그 감정을 짓누르고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결코 이전의 자신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깨닫는다. 비록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린제이의 집 앞에 선 프랭크의 모습만으로도 이 영화가 사랑 영화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도 지금껏 본 적이 없는 사랑 부적응자의 사랑 영화 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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