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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포핀스 리턴즈] - 반세기를 넘어 완벽한 속편을 만들어낸 그들의 뚝심이 놀랍다.
12  쭈니 2019.02.19 13:33:09
조회 292 댓글 0 신고

감독 : 롭 마샬

주연 : 에밀리 블런트, 린-마누엘 미란다, 벤 위쇼, 에밀리 모티머

54년 만에 돌아온 그녀

무려 54년 만이다. 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당연히 리부트 형식으로 제작될 줄 알았다. 주연이 줄리 앤드류스에서 에밀리 블런트로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54년이라는 반세기의 공백이 있었으니 리부트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즈니의 선택은 리부트가 아닌 속편이다. 이게 정말 가능하단 말인가? 결국 우리 가족은 부랴부랴 [메리 포핀스]를 5년 만에 다시 보며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볼 준비를 마쳤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예매하기 위해 참 부지런히도 극장 시간대를 검색했다. 영화 자체가 국내 관객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상영하는 곳이 몇 군데 없고, 상영하는 곳도 개봉 첫 주부터 교차상영을 하더라. (누가 교차 상영 반대법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애니메이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말 더빙 버전으로 상영하는 극장도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고르고 골라, 일요일 아침 시간대에 예매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침잠이 많은 우리 가족 모두 54년 만에 다시 돌아온 '메리 포핀스'를 위해 그 정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했다.

일단 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놀라웠다. 이 영화의 재미 유무를 떠나 디즈니와 롭 마샬 감독의 뚝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메리 포핀스]의 완벽한 속편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54년이라는 공백이 무색하게 실제로도 완벽한 속편이 되고야 말았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마치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가 아닌 19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처럼 보일 정도이다. 줄리 앤드류스와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에밀리 블런트를 비롯하여 롭 마샬 감독이 얼마나 철저하게 [메리 포핀스]의 연장선상에서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연출했는지는 두 영화를 비교해보면 답이 나온다.

배경은 달라졌지만 캐릭터는 비슷하다.

1910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했던 [메리 포핀스]와는 달리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1935년 영국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 된 마이클 뱅크스(벤 위쇼)는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과 대공황으로 인하여 화가의 꿈을 버리고 은행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하는 등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때문에 오랜 추억이 있는 체리트리가 17번지의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 '메리 포핀스'(에밀리 블런트)가 나타난다.

속편인 만큼 분명 배경이 달라졌다. 하지만 캐릭터 설정은 거의 비슷하다. 비록 엄격하고 빈틈없는 은행 중역 죠지 뱅크스는 이제 없지만, 그 빈자리를 마이클이 대신한다. 마이클은 아버지인 죠지처럼 엄격한 성격은 아니지만 팍팍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항상 바쁘던 위니프레드 뱅크스의 빈자리는 제인 뱅크스(에밀리 모티머)가 대신한다. 그녀는 어머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참여 운동에 적극적이다. [메리 포핀스]에서 거의 주연급이었던 굴뚝 청소부 버트(딕 반 다이크)의 자리는 점등원 잭(린-마누엘 미란다)로 대체되었다. 잭은 버트가 그랬던 것처럼 '메리 포핀스'와 뱅크스가의 어린 자녀들과 함께 신나는 모험을 한다.

캐릭터 설정만 [메리 포핀스]와 비슷한 것이 아니다. 영화의 전개도 [메리 포핀스]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메리 포핀스]에서 영화의 첫 시작은 굴뚝 청소부 버트의 노래였다면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는 점등원 잭의 노래로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에도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뒤섞인 환상적인 세계로의 모험, 조금은 이상한 '메리 포핀스'의 사촌과의 만남, 은행에서의 소동과 뒷골목에서 길을 잃은 아이들 등등 롭 마샬 감독은 [메리 포핀스]를 살짝 바꾸는 것으로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가독 채워 놓는다.

2펜스로 뭉친 그들

특히 영화 후반에 [메리 포핀스]에서 버트를 연기했던 배우 딕 반 다이크가 도스 주니어로 특별 출연하는 장면은 전편의 팬으로서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알고 보니 딕 반 다이크는 [메리 포핀스]에서도 굴뚝 청소부 버트와 은행장 도스, 1인 2역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 깜짝 등장한 도스 주니어의 모습은 마치 [메리 포핀스]에서 곧바로 튀어나와 관객을 맞이하는 듯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2펜스의 중요함이다. 2펜스는 [메리 포핀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었다. 아이들을 자신이 일하는 은행으로 데려간 죠지는 마이클에게 2펜스로 은행 계좌를 계설하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마이클은 성당 계단에서 비둘기 모이를 주는 노파에게 2펜스를 주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그로 인하여 벌어진 소동 탓에 죠지는 은행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결국 마이클은 실의에 빠진 죠지에게 2펜스를 건네주며 그동안 닫혀 있었던 죠지의 마음을 활짝 열게 만든다.

2펜스는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가 <메리 포핀스>를 영화화하기 위해 원작자인 트래버스(엠마 톰슨) 부인을 20년 동안이나 끈질기게 설득한 실화를 담은 [세이빙 MR. 뱅크스]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트래버스 부인의 어린 시절, 지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 2펜스로 무언가를 사주고 싶었고, 아버지는 그녀에게 달콤한 배를 사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배를 사들고 집으로 달려온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아버지의 죽음뿐이었다. 그로 인하여 트래버스 부인은 아버지의 죽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도 2펜스는 마지막에 가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펜스라는 키워드를 통해 [메리 포핀스], [세이빙 MR. 뱅크스], [메리 포핀스 리턴즈]까지 한데 묶는 디즈니의 기획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Chim Chim Cheree'와 같은 매력적인 노래는 없다.

분명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54년 만의 속편이기에 나는 [메리 포핀스]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를 기대했지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고전미가 풀풀 풍기는 아주 오래된 뮤지컬 영화를 리마스터링해서 보는 기분이 드는 영화였다. 그 뚝심만큼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메리 포핀스]의 명곡 'Chim Chim Cheree'처럼 귀에 속 박히는 매력적인 음악은 없었다.

[메리 포핀스]는 제3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같은 뮤지컬 장르의 영화인 [마이 페어 레이디]에게 밀려 수상하지 못했지만,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뮤지컬 영화로서의 자존심만큼은 지켜냈다. 그에 비해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올랐지만 [그린 북]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고,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작품상에 노미네이트조차 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하지만 음악상과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되며 만약 수상에 성공한다면 [메리 포핀스]처럼 자존심만큼을 지켜낼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과연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음악상과 주제가상 수상에 성공할 수 있을까? 결과는 우리나라 시간으로 2월 25일 오전에 확인이 가능하겠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수상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메리 포핀스]를 보고 나서는 하루 종일 'Chim Chim Cheree'를 흥얼거렸지만,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보고 나서는 기억에 남은 노래가 없었다. 영화를 함께 본 아내와 아들은 차라리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서도 'Chim Chim Cheree'가 나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세기를 넘어 완벽한 속편을 만든 것으로 만족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요즘 관객들에게 그렇게 환호를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관객들에게 [메리 포핀스]는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만들어진 고전 영화에 불과하고, [메리 포핀스 리턴즈]는 그러한 [메리 포핀스]를 고스란히 이어갔기 때문이다. 놀라운 특수효과, 입이 쩍 벌어질 스펙터클, 오감을 자극하는 재미와 감동이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는 부족하다. 그저 60년대 고전미를 현대에 충실하게 재현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일요일 아침 시간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메리 포핀스 리턴즈]를 보러 간 극장 안은 정말로 썰렁했다.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나 역시도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재미있었다고 자신 있게 외칠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고전적인 영화의 스타일과 전개 방식에 처음엔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이 영화가 1960년대 개봉했으면 모를까, 2019년에 개봉한 이상 너무 낡은 감성의 뮤지컬 영화라는 오명을 벗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닐 듯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록 그렇게 많이 재미있게 보지도 못했고, 고전 영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영화라는 애초의 기대감을 완벽하게 배신당했지만, 요즘 관객이 낯설어 할 것임을 알면서도 60년대 스타일로 밀어붙인 롭 마샬 감독의 뚝심이 대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1999년 TV 영화인 [애니]로 데뷔한 후 [시카고], [나인], [숲속으로]를 연출하며 꾸준히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온 롭 마샬 감독은 그 누구도 감히 실행에 옮기지 못할 방식으로 [메리 포핀스]의 속편을 완벽하게 만들어 냈다. 그의 앞엔 54년이라는 시간의 장벽이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고, 현대적 미인 에밀리 블런트도 고전적 미인 줄리 앤드류스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영화 속 '메리 포핀스'의 놀라운 마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그러한 롭 마샬 감독의 뚝심이 아닐까? 그 뚝심만으로도 나는 [메리 포핀스 리턴즈]가 다시는 볼 수 없을 엄청난 마법과 같은 영화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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