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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타 : 배틀 엔젤] - 충분히 속편을 기대해도 좋을 SF 영화를 만나다.
12  쭈니 2019.02.07 13:08:45
조회 153 댓글 0 신고

감독 : 로버트 로드리게즈

주연 : 로사 살라자르, 크리스토퍼 왈츠, 키언 존슨

드디어 2월의 최고 기대작을 확인하다.

5일간의 설 연휴를 맞이하며 나는 최대한 많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연휴가 길다고 해도 내 계획대로 실현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명절 연휴만 되면 그동안 못 보고 지냈던 일가친척들을 만나야 해서 더 바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나는 우선적으로 볼 영화를 미리 골라 놓았다. 당연히 나의 선택은 [알리타 : 배틀 엔젤]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알리타 : 배틀 엔젤]의 예고편을 본 아들은 예고편에서 나온 비현실적인 알리타(로사 살라자르)의 모습을 보곤 이상하다며 기대감을 접어 버린 것이다. [알리타 : 배틀 엔젤]의 원작이라 할 수 있는 <총몽 OVA>를 보여주며 아들의 [알리타 : 배틀 엔젤]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려 했지만 <총몽 OVA>가 연소자 관람불가 등급이라 그 계획마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내가 [알리타 : 배틀 엔젤]을 우선순위 영화로 점찍은 것과는 달리 아들은 [레고 무비 2]를 더 기대했다. 이대로라면 설 연휴 기간 중 [레고 무비 2]를 보고, 주말에 [알리타 : 배틀 엔젤]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극한 직업]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 상황에서 [알리타 : 배틀 엔젤]의 국내 흥행이 조금이라도 삐긋하기라도 한다면 주말 상영조차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2월 최고 기대작이 [알리타 : 배틀 엔젤]인 나로서는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어머니와 아내가 동시에 심한 감기 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설 연휴의 모든 일정에 취소되었고, 더불어 나 역시 아내를 병간호하는 것 외엔 별로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와 아들은 연이틀 동안 [알리타 : 배틀 엔젤]과 [레고 무비 2]를 볼 수 있었다. 대신 감기 몰살에 걸린 아내를 집에 홀로 방치해야 했지만, 아내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줘서 설 연휴 기간 동안 극장에서 다섯 편의 영화를 보겠다는 나의 불가능한 계획은 차질 없이 완성되었다. (그래도 아내에겐 정말 미안했다.)

<총몽 OVA>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같을까?

일단 안타깝게도 나는 [알리타 : 배틀 엔젤]의 원작인 키시로 유키토의 일본 만화 <총몽>을 보지 못했다. 총 9권의 단행본으로 구성된 <총몽>을 꼭 보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전에 국내에 정식 발매된 작품이다 보니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 (중고가 희귀본으로 19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나 같은 서민이 지출하기엔 부담이 되는 금액이라 포기했다.) 그 대신 총 2부작으로 구성된 <총몽 OVA>를 [알리타 : 배틀 엔젤]을 보기 전에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여기에선 원작이 아닌, [알리타 : 배틀 엔젤]과 <총몽 OVA>의 단순 비교함을 알린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노출된다.)

<총몽 OVA>는 2부작의 총 러닝타임이 50분에 불과할 정도로 굉장히 짧은 편이다. 하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드가 자렘이 배출한 쓰레기 더미에서 갈리(영화에서는 알리타)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갈리가 헌터 워리어(현상금 사냥꾼)이 되는 과정, 그리고 갈리와 유고의 사랑과 벡터에게 속은 유고와 시렌의 비극 등. 9권 중에서 1, 2권을 원작으로 삼고 있다면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불과할 것이라는 내 예상을 깨고 <총몽 OVA>는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알리타 : 배틀 엔젤]을 보면서 놀랬던 것은 거의 <총몽 OVA>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50분에 불과한 <총몽 OVA>와는 달리 [알리타 : 배틀 엔젤]의 러닝타임은 2시간이다. 결국 <총몽 OVA>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인데, [알리타 : 배틀 엔젤]은 늘어난 러닝타임의 대부분은 알리타의 잃어버린 과거와 모터볼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총몽 OVA>에서는 갈리의 과거, 그리고 모터볼 장면이 등장하지 않음을 감안한다면 늘어난 러닝타임만큼이나 이야기가 꽤 많이 진척된 셈이다. 물론 <총몽 OVA>와 마찬가지로 휴고(키언 존슨)의 죽음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같다. <총몽 OVA>에서도 마지막 장면이 내겐 꽤 충격적이었기에 [알리타 : 배틀 엔젤]의 선택은 탁월했고, 덕분에 2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알리타의 과거가 주는 신비함

<총몽 OVA>에서는 기억을 잃어버린 갈리의 과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리타 : 배틀 엔젤]에서는 알리타의 과거를 상당 부분 관객에게 노출함으로써 그에 따른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냐하면 알리타의 과거는 지구를 침략한 화성 연합군의 광전사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알리타 : 배틀 엔젤]의 시대적 배경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26세기 인류는 공중 도시에서 살고 있었는데 화성 연합군의 공격으로 대부분의 공중 도시는 추락하고 자렘만 남게 되었다. 이것이 영화에서 말하는 대추락이고, [알리타 : 배틀 엔젤]은 대추락이 벌어진지 300년 이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대추락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마지막 남은 공중 도시 자렘 주위로 몰려 들었고, 자렘의 밑에서 고철 도시를 이루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서 알리타는 300년 전 대추락의 원흉인 화성 연합군의 광전사이기에 인류의 입장에서 보면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알리타가 추락한 화성 연합군의 우주선에서 가져온 광전사 보디를 다이슨 이드(크리스토퍼 왈츠)에게 가져왔을 때, 이드는 광전사 보디를 알라티에게 이식하는 것을 거부한다. 알리타에게 오래전 죽은 딸의 보디를 이식한 이드 입장에서는 알리타가 평범한 인생을 살길 원했던 것이다. 만약 알리타에게 광전사 보디를 이식하면 알리타의 기억이 완전히 돌아와 다시 인류의 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휴고와 휴고의 친구들은 알리타가 광전사임을 알면서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그들은 어차피 300년 전의 일이라며 쿨하게 알리타를 친구로 받아들인다. 알리타를 위협으로 느끼는 것은 자렘의 지배자인 노바이다. 노바는 알리타가 광전사의 무술인 기갑술을 구가하는 것을 알고 알리타의 정체를 눈치챈다. 그렇기에 노바는 알리타를 죽이기 위해 온갖 술수를 동원한다.

모터볼의 속도감

[알리타 : 배틀 엔젤]이 <총몽 OVA>에서 추가된 것은 알리타의 과거 외에도 모터볼이라는 고철 도시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이다. 모터볼은 엔진이 달려 있는 공을 차지하여 지정된 곳으로 골인시키는 스포츠인데, 대략 럭비와 농구를 합친 개인전이라 할 수 있겠다. 알리타는 처음 휴고에게 모터볼을 소개받는다. 이드가 모터볼 따위는 관심도 가지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을 감안한다면(이드는 모터볼 엔지니어였는데, 자신이 개조해준 사이보그 인간에 의해 딸이 죽임을 당한 후 모터볼 엔지니어를 그만둔다.) 휴고가 순진한 알리타를 타락의 길로 안내한 셈이다.

알리타를 없애기 위해서 벡터(마허샬라 알리)는 휴고와 모터볼을 이용한다. 1000만 칩을 주면 자렘에 보내주겠다는 벡터의 말만 믿고 돈을 모으던 휴고에게 알리타를 모터볼 선수 선발전에서 우승을 하면 돈을 주겠다고 유혹한다. 사랑하는 휴고를 위해 모터볼 선수 선발전에 출전한 알리타. 하지만 경쟁 선수들의 목표는 오로지 알리타를 죽이는 것이다. 모터볼 경기에서 자신을 죽이려는 수많은 사이보그 인간과 대결을 펼치는 알리타의 활약은 [알리타 : 배틀 엔젤] 최고의 액션으로 <총몽 OVA>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나는 모터볼 장면을 보며 [알리타 : 배틀 엔젤]을 3D로 보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3D로 영화를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유일하게 만족했던 3D 영화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였음을 감안한다면,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을 맡은 [알리타 : 배틀 엔젤] 또한 [아바타]만큼 내게 만족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3D 관람료가 만만치 않은 만큼 [알리타 : 배틀 엔젤]을 3D로 재관람하는 것은 좀 더 심사숙고해야 할 문제이지만, 분명 고려할만한 가치는 있어 보인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휴고의 단순화된 캐릭터이다.

대체적으로 나는 [알리타 : 배틀 엔젤]에 만족했다. <총몽 OVA>를 보며 경탄했던 모든 것들이 담겨 있고, <총몽 OVA>에 담겨 있지 않은 것들까지 새롭게 선보이니 <총몽 OVA>를 미리 본 나로서는 이보다 더 만족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드에게 죽은 딸이 있었다는 설정으로 알리타에 대한 이드의 집착과 고철 도시를 증오하는 시렌(제니퍼 코넬리)의 이유도 설명되었고, <총몽 OVA>에서는 비밀에 휩싸인 자렘의 지도자 노바의 정체도 어느 정도 밝혀져 후속편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하지만 [알리타 : 배틀 엔젤]이 무조건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총몽 OVA>에서 딱 한 가지를 생략해 버렸는데 그것이 바로 휴고의 과거이다. <총몽 OVA>에서 유고는 어릴 적 형과 함께 살았다. 유고의 형은 자렘에 대한 동경 때문에 기구를 만들어 자렘에 가려는 계획을 세운다. 고철 도시의 사람들이 자렘에 닿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기에 그의 계획은 위험천만했고, 결국 그의 아내가 고발을 하는 바람에 유고의 형은 처형을 당한다. 유고가 자렘에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이유는 형이 못다 이룬 꿈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그런데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이 부분을 생략했다. 그로 인하여 휴고가 자렘에 가고자 하는 이유는 그저 무조건적인 자렘을 향한 집착이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자렘과 고철 도시를 잇는 튜브를 기어오르는 휴고의 모습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굳이 왜 저렇게까지 자렘에 가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휴고가 튜브를 지키는 디펜스 링에 의해 산산조각 났을 때에도 휴고의 사연을 모르기에 <총몽 OVA>를 봤을 때의 먹먹한 슬픔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휴고의 사연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러닝타임이 5분 안팎임을 감안한다면 왜 그것을 생략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렇게 단순화된 휴고의 캐릭터만 제외한다면 [알리타 : 배틀 엔젤]은 충분히 속편을 기대해도 좋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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