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자홍역할을 한 차태현이 죽는다. 그걸 보자마자 난 이 영화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차태현이 출연한 영화는 거의 다 봤다. 다만 극장에서 본 영화가 드물었다. 거의 대부분 극장이 아닌 케이블 등에서 시청했다. 아쉽게도 차태현은 참 저평가된 배우다.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느덧 그가 지금까지 활용한 이미지가 상당히 많이 소비되었다. 그가 꼭 출연해야 하는 작품이 있지만 더이상 관객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미국으로 치면 톰행크스 정도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데 너무 이미지 소비로 기대가 없는데 내가 그 차태현이 나오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있으니 꼭 이 영화가 성공했으면 했다. 그런 점 때문에 영화를 보며 더욱 잘 되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주호민이 쓴 작품이 원작이다. 파괴왕이라 불리는 작가인데 이번 영화는 아마도 또 다시 파괴왕이 될 듯하다. 올 해 개봉한 영화 중 대부분 흥행기록을 깨지 않을까한다.  그런 파괴 말이다.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신기하기도하고 대단하다고 보인다. 과거에는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영화인데 기술이 발달하고 편집력과 제작 능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원작이 있기에 더더욱 그 기대감에 억눌릴 수도 있는데 아주 잘 치뤄냈다. 원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관람하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다. 원작을 본 사람은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원작은 원작이고 영화는 영화로 봐야만 한다. 새로운 작품이라는 관점에서.

시작하자마자 아주 스피드있게 영화는 달린다. 템포를 빨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원작과 비교하지 못하게 휘달린다. 심지어 아예 초반에 염라대왕까지 나와버린다. 중요한 것은 누가 나오느냐가 아닌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 것인지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난 아주 만족한다. 무엇보다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캐릭터가 아주 적절했다. 자홍 역할의 차태현은 신의 한수로 보인다. 차태현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그만큼 감정이입되기 힘들었다.

차태현이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아주 잘 살렸고 관객이 원하고 기대했던 그 이미지를 이토록 훌륭하게 써먹었다는 점도 훌륭했다. 아마도 영화 내용과 자홍이라는 인물의 희노애락뿐만 아니라 그가 보여주는 연기와 삶 자체를 관객은 그대로 투영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화 마지막에 완전히 감동의 물결을 관객에게 선사하는데 실패했을거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 극장이 거의 온통 눈물바다가 되어버린다.

제작진이 분명히 울리고자 작정했던 장면이다. 제작진이 마음먹고 모든 작용을 했는데 관객이 울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서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 훌쩍거리는 사람이 태반이었다. 가장 한국적인 요소일지 몰라도 세상 보편타당한 정서로 다가왔가에 안 울 수 없다. 신파극도 아닌 걸로 잘 만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과거와 달라진 한국영화의 힘을 느꼈다. 촌스럽지 않으면서도 관객의 정서를 자극하며 살살 꼬셔서 끝내는 감정선을 터뜨리는 건 아주 힘들다.

볼거리가 적지도 않다. 그건 <미스터 고>를 엄청난 제작비로 만들었지만 철저하게 실패한 김용화 감독의 절치부심이 있지 않았을까. 엄청난 거대 자본이 투입된 이런 영화를 아무나 제작하긴 쉽지 않다. 그 무게에 억눌리기 쉬운데 그걸 극복한 걸로 보인다. 뚝심있게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준다. 초반 특수효과 등은 사실감이라는 측면을 살리기 위해 톤을 어둡게 하다보니 관람하기 좀 힘들었는데 그 부분만 제외하면 특수효과 부분도 괜찮았다.

꽤 대작이라 그런지 카메오도 많이 나와 그걸 찾는 재미도 은근하다. 캐릭터들을 잘 살리기도 했다. 특정 캐릭터에 올인하지 않고 자홍을 기준으로 강림(하정우)을 살짝 궁금증을 유발하고 다른 캐릭터는 굳이 배경설명없이 현재 상황만으로 전개된다. 캐릭터 중심도 적절하게 잘 잡아 좀 대책없고 생각없는 해원맥(주지훈)과 사려깊고 감정이입 잘하는 덕춘(김향기)과 염라(이정재)까지. 주지훈은 최근 영화에서 보여주는 캐릭터에서 한 발 더 나간듯하다.

김향기는 라스트 씬에서 실질적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아주 잘했다. 하정우는 의례 그렇듯이 평소처럼 극을 잘 이끌어간다. 거기에 막판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가는 수홍역할의 김동욱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엄마 역할을 하신 분이 정말 훌륭했는데 영화 출연배우 소개에 전혀 없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그토록 마지막에 관객들이 감정이입하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건 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찾아보니 예수정 배우다. 얼굴은 익숙한데 이번 작품에서 아주 훌륭하셨다.

내가 이렇게 썼지만 워낙 인기를 크게 얻은 작품이라 팬덤이 꽤 있어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함께 본 고등학생인 첫째는 웹툰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당연하게 막내는 아주 재미있다고 하고. 난 재미있게 봤다. 이 작품은 시리즈다. 다음 편은 2018년 여름에 개봉한단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형식도 처음이다. 사후세계와 현실세계를 잘 조화 이뤘기에 다음 편도 난 기대된다. 여러모로 한국영화 중 블럭버스터에 대해 다시 보게 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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