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시절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환상적인 영화 '가려진 시간'
초등학교 시절이 순수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왜 초등학교 시절이 순수할까요? 아마도 세상의 많은 경험의 시작이 초등학교에서 겪기 때문이 아닐까요? 특히, 폭풍같은 사랑과 우정의 격정을 이 시기에 겪습니다. 처음은 무엇이든 다 짜릿하고 영혼에 깊게 각인이 됩니다. 사랑도, 슬픔도 우정도 이 시기에 우리의 영혼에 깊은 영혼의 나이테를 남깁니다.
#줄거리
잉투기로 화려하게 데뷰한 감독 임태화는 이 초등학교 시절의 순수함을 환타지 영화로 녹여 냈습니다.
초등학생인 수린(신은수 역)은 교통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의붓 아버지와 함께 섬에 도착합니다. 아버지는 터널 공사장 관리자로 수린을 두고 일을 나갑니다. 수린은 의붓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아저씨라고 부르면서 세상에 섞이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도 친한 친구 하나 없이 홀로 지냅니다.
이때 긴 그림자 속으로 하얀 공이 들어옵니다. 보육원에서 공을 찾으러 나온 성민은 수린을 보고 첫 눈에 반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친하게 되고 성민은 남자 아이들의 비밀스러운 모임에 함께 갑니다. 그렇게 초등학생 4명의 모험은 시작됩니다. 4명의 아이들은 터널 발파 현장을 구경하러 숲으로 몰래 숨습니다. 그런데 숲에서 작은 동굴을 발견합니다. 그 동굴 안에는 빛을 내는 알을 발견하고 그 알을 꺼내옵니다.
머리핀을 동굴에 두고 온 수린이 다시 동굴로 들어갔다가 나오니 성민을 포함 3명의 아이가 사라졌습니다. 수린은 이 이상한 일을 어른들에게 말하고 경찰은 3명의 실종 아이를 수색합니다. 누군가가 납치했다는 소리도 있지만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다 한 명의 아이가 바닷가에서 발견되고 또, 한 명의 아이의 옷이 그 아이의 집 입구에서 발견되면서 사건은 더 미스테리해집니다.
그렇게 사건이 장기화 되던 어느 날 집근처 숲에서 한 청년이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합니다. 이에 수린은 납치범인 줄 알고 소리를 지르고 청년은 달아납니다. 달아난 청년의 가방에서 떨어진 일기장을 경찰이 주워서 살펴보지만 암호로 되어 있어서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합니다. 경찰은 수린에게 이 일기장을 보여주자 수린은 자신의 것이라고 얼버무리면서 일기장을 넘겨봅니다.
그 일기장에는 자신이 만든 암호문으로 쓴 성민의 일기가 가득했습니다. 일기의 내용은 수린이 다시 동굴에 들어간 순간부터 일어난 기이한 일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습니다. 수린이 동굴에 들어간 사이 아이들은 알을 깨게 되고 그 알이 깨지자 시간이 멈춥니다. 그렇게 성민과 3명의 아이들은 시간의 굴레에 갖히게 되고 정지된 시간 속에서 십 수년을 보내게 됩니다. 일기를 다 읽은 수린은 성민의 아지트를 찾아가게 되고 그 아지트에서 청년이 된 성민(강동원 분)을 만나게 됩니다. 수린은 청년 성민을 도와주고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말하려고 하지만 어른들은 이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포용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성민이 아동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몰아가게 되고 성민은 쫒기는 신세가 됩니다.
#성긴 스토리가 아쉽지만 아이들의 순수함이 가득한 영화
어떻게 보면 시간 여행 장르물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그 장르를 적극 활용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도 한 소녀를 잊지 못하는 호흡이 아주 긴 성민과 수린의 우정과 사랑이 섞인 감정이 이 영화를 가득 채웁니다.
전체적으로 스토리는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영화 초반에는 시간이 멈춘 상황을 묘사하는 CG는 판타지 그 자체입니다. 모든 사물이 멈춘 세상에서 3명의 아이들이 삶을 영위하는 즐거움이 점점 고통으로 변하는 과정을 뛰어난 CG로 잘 묘사를 합니다. 아주 독특한 체험이죠. 특히, 사물이 3명의 아이들 손에서 떠나면 무중력 상태의 물건처럼 공중에서 멈추는 모습은 아주 그럴싸 합니다.
그러나 성민이 시간의 틀에서 벗어나 청년 성민이 되어서 되돌아 온 이후의 스토리가 성긴 면이 많습니다. 먼저 어른들을 모두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 꼰대들도 묘사가 됩니다. 단 한 명의 어른이라도 수린과 성민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으면 좋으련만 단 한명도 없습니다. 마치 영화 E.T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다른 점은 E.T는 후반으로 갈수록 그 판타지가 거대해지는데 이 영화는 점점 어두워지는 것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이해가 가는 면도 많습니다. 우리 어렸을 때 했던 그 많은 이야기들 대부분은 쓸데 없는 소리라고 치부하는 어른들 곁에서 살았죠. 아이와 어른의 시간은 다릅니다. 아이에게는 매일 매일이 새롭고 놀라운 경험의 연속이지만 어른들은 마르고 닳도록 겪어서 그런지 아이들의 상처와 이야기를 너무 가볍게 여깁니다.
이런 동심의 세계를 감독 엄태화는 환상을 통해서 잘 담고 있습니다.
#강동원 보러 갔다가 신은수를 간직하고 나온 영화 <가려진 시간>
강동원 자체가 하나의 장르입니다. 많은 여성분들이 강동원이 나오면 무조건 보는 분들이 많죠. 저는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빛나는 외모를 잘 알지만 설레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강동원이 나오면 평균 이상을 하는 영화들이 많더군요.
볼 영화도 없어서 강동원이 나오고 스토리가 궁금해서 봤습니다. 강동원 영화 중에 가장 강동원을 아름답게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특히,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큰 눈과 오똑한 콧날을 화면 가득 잡아줘서 팬 서비스도 많이 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2시간 러닝타임에서 1시간이 지난 후에 본격 등장합니다.
이점은 여자분들이 아쉽게 느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 1시간 동안 강동원의 미모 발산을 제대로 하네요. 전 강동원보다 2시간 내내 출연한 신은수 양의 연기에 푹 빠졌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렇게 연기를 잘 하다니 딱 초등학생의 설레임과 두려움이 가득 담긴 얼굴이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여기에 강동원이였기에 남자 어른, 여자 소녀가 아닌 나이 많은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로 비추어졌습니다.
이것도 강동원의 힘이죠. 두 배우의 연기는 초등학생의 여리고 순수한 시공간을 통해서 화면 가득 채웁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장면은 이 영화를 압축한 장면입니다. 감독 엄태화는 이 사진같은 장면에서 스토리를 입혀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바닷가에서 한 소녀와 청년이 손을 잡고 있습니다. PC 바탕 화면 사진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호불호가 강한 영화입니다. 전 그런대로 잘 봤지만 강동원 팬도 감수성도 많지 않은 분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잊혀지지 못한 사랑을 해봤거나 보고 싶은 친구가 있는 분들은 이 소년 소녀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에 감동을 받을 것입니다.
별점 : ★★★
40자평 : 가려진 시간이 흐른 후에도 영원한 초등학교 시절 그 순수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