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에브라임캠핑장
위치: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연신로 866
예약: www.ephraimcamping.com/

- 예약인원(성인2+아이2+차량1대)/추가인원 최대2인
- 사이트 엄청 넓음/ 파쇄석or모래or데크/ 시설 깨끗
- 핸드드립커피를 파는 매점 보유
- 놀이시설(미끄럼틀, 트램폴린, 실내놀이방, 탁구대)
- 바로 옆 계곡 이용가능



에브라임캠핑장은 '감성캠핑'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곳.
캠장님의 섬세한 손길 덕분에 디테일이 남다른 공간이었다. 가령 개수대에 놓인 꽃이나 매점에 가득 매달린 풍선인형들. 이런 작은 아이템들이  평범한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듯.

분홍색 관리동은 카페같은 매점과 개수대, 화장실, 샤워시설이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서 셋이 테이블에 앉아있는데, 어디 유럽의 거리에서 들어봤을 법한 음악이 흘러나오니 갑자기 여기가 연천인지 프랑스의 어느 소도시인지, 절로 "캬, 여기 진짜 장난아니다!"를 내뱉게 된다. 영화 '일포스티노'의 주제곡만 앞 4마디만 들어도 눈앞에 이탈리아 작은 해안가가 떠오르는 그런 기분이랄까.

 

하루종일 나무그늘이 생기는 곳은 2박 이상 캠퍼들 전용구역.
타프가 있지만 그래도 나무그늘 속에서 앉아있는 다른 캠퍼들이 뭔가 더 자연 속에 있는 느낌이라 부럽기는 했다.

그래도 이 곳이 참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정말 넓은 사이트.
10미터 전기 선이 짧아서 추가로 빌려왔으니 말 다했지 뭐. 한 15미터는 되는 듯하다. 처음으로 배열 고민안하고 돔과 타프를 나란히 세웠다.

깔끔하게 관리되는 시설들.
수시로 음식물쓰레기통을 비워주시는지 늘 깨끗했다. 심지어 바닥에 그 흔한 음쓰 국물 흔적조차 없었다.

무엇보다 샤워실.
샤워실 방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자기, 여기 샤워실은 진짜 씻고싶게 만들었어!!"라고 하자 개롱님은 지난 번과 같지 않냐고 한다. 온수만 나오면 다 같은 곳이냥! 여자들은 비주얼에도 민감하다능!

룽지 나이에는 한없이 높은 요새.
계단이 없어서 직접 들어올려줘야 한다는게 함정..ㄷㄷㄷ
엄마가 어리석은게.. 미끄럼틀 내려오는거 무서우면 배로 내려오라고 했다가 화상입힐뻔..
한낮에 미끄럼틀 겁나 뜨거움.. 조심 또 조심해야지.
한번 크게 데인 룽지는 미끄럼틀 볼때마다 "저거 배 아야 안돼~" "저거 배 아야 안돼~"를 중얼거리며 온몸으로 습득했다.

역시나 아이들에게 인기 최고인 트램폴린. 나도 타고싶다.
나도 좋아하는데 왜 어른을 위한 시간은 안만들어주시는겁니까ㅜㅜ
나름 룰이 있어서 연령별로 놀 수 있는 시간을 달리 해주는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안나는데 매 정각에 어린 애들이 타고, 30분에 큰 애들이 타는? 뭐 그런 룰이었던 것 같다. (옆에 어떤 애기엄마의 카더라 통신이었긴 하지만)

분리수거장 옆의 탁구대.
지난 번 몽드와 개롱이 탁구대회에서 아깝게 내가 져서 이번에 한번 해봐야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탁구채 한번 못만져보고 왔다.

에브라임캠핑장의 실내도서관? 놀이방?
보통 '서비스'로 놓여있는 도서관의 특징은 '헌책' 일터인데, 책이 다 너~무 새거라 무한감동했다. (그렇다고 열심히 읽지는 않았지만..)
룽지는 집에 있는 책이라고 "똑같네?" 를 외치며 몇권 집어오더니 한두장 보다가 집중력이 끝났다.

어쨋든 잘 관리되는 캠핑장은 이용객의 마음도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나올 땐 정리도 더 잘하게 된다는~

고용된 일꾼, 이개롱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설치 시작.

우리는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빨면서 기다리자꾸나~
날씨도 좋아서 불티나게 팔려가는 아이스크림들.

아무리 바람이 내 뺨을 때려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이룽지.

고용된 일꾼은 묵묵히 치고 또 치고,

나의 악세사리 세팅까지 끝나면 비로소 설치 완료!
내가 직접 해보겠다며 해바라기도 박았는데 알고보니 한 5cm 박혀있었음..;;
여리여리하잖아 내가 좀..

계곡이 딸린 에브라임 캠핑장.
진짜 얼마만의 계곡이냐. 아니, 물맑은 계곡에서 놀아본 게 얼마만이냐.

계곡입구는 조금 더 아래쪽인데, 마침 우리 자리 뒤에 바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어서 직행!
발을 담그자마자 정말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에어컨바람이 훑고 간듯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수심은 그리 깊지 않지만 혼자 이리저리 다니다 팬티까지 젖으신 소년개롱.

"룽지야 이쁜짓~"
"이삐지~"

라고 한게 저표정이다.

어디 '월간캠핑' 같은 잡지에서나 나올법한 사진이다.
뭔가 후레시 터뜨려 찍은 사진처럼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만 사실은 햇볕이 너무 강해서 그렇다.

발 담궈본 이룽지는 깜짝놀라 내 발을 밟고 섰다. 똑똑한 자식...

슬슬 적응해서 물뿌리기도 시도해보는 녀석.
제대로 놀게 해주려고 튜브까지 챙겨왔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라고 했지만 결국 아빠가 격하게 놀아주다 엉덩이까지 입수함.
이룽지의 인생은 정말 버라이어티 한 듯 하다. 난 정말 내 입으로 '극성엄마'인데, 하는 행동은 야생에서 키우는 수준임.. 미안하다 룽지야. 너도 나름 여자아이인데말야.
15개월때 세부에서 바베큐꼬치를 뜯어먹는걸보고, 너도 우리 과라는걸 알았어..

계속 이어지는 개롱작가의 '월간캠핑'샷.

물놀이하고 와서 (씻지도 않고) 그냥 쉬는 중..

에어매트 모델해도 되겠다. 놓치쥐 않을꺼예요!

일꾼은 다시 요리사로 이직하시고, 부랴부랴 국 끓이고, 저녁준비.

감성 이개롱선생님.
그렇게 땀흘리며 망치질하느라 바쁘셨으면서 그와중에 곱게 세팅해놓은 저 아이들을 보면서 혼자 웃음지었다.
저 나무선반도 그 난닝구 바람으로 혼자 쓱싹쓱싹 사포질하고 페인트칠하고, 바니쉬 발라가며 '방망이깎는 노인' 따로없게 만들더니.. 정말 잘 써먹는구나.

막창을 좋아하지만 먹으러 가지 못하는 우울한 몽드를 위해 개롱님이 주문해준 캠핑용 소금구이 막창.

하악 하악. 비주얼 폭발이다!
반쯤 먹다가 햇반넣고 소스 살짝 넣고, 김 왕창 많이 넣어서 볶았더니. 비주얼은 개밥인데, 맛은 황제밥.
의도치 않게 숟가락에 막창 두개 올라갔더니 거침없이 지적당함. 
1수저 1막창의 원칙.

이룽지와 이개롱님이 좋아하는 오뎅탕.
집에서 다 썰어가서 넣고 끓이기만 하면 끝.

먹고 먹고 또먹고.
낮에 연천 하나로마트에서 소고기와 숙주 사오라고 했더니 동그랑땡도 담아온 개롱님.
덕분에 야식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오늘도 요다룽지와 광선검싸움을 하는 안드로메다여사.
그렇게 놀아주고 이룽지는 바로 뻗어버리심. 이어지는 우리의 수다타임.
계곡 물 흐르는 소리와 저 멀리 부엉이 소리같은 새소리가 들리니 오토캠핑장이 아니라 진짜 어디 산속에 파묻혀있는 기분도 든다. 

"짜짜버버 주세효."
저렇게 정확하게 '짜장범벅'을 지목하니 안 줄 수가 없다.
아침부터 짜짜버버로 해장하는 이룽지.

애가 조용하면 이유가 다 있는거라더니..
밖에서 짐정리 하고보니 텐트안에 모래가 한가득..자기 신발에도 모래가 한가득..
10분이면 끝날거 20분걸리고, 1시간이면 끝날거 2시간 걸리고, 1번 웃을거 2번 웃게 만드는게 이룽지의 매력이지.
이룽지가 놀던 자리를 가만히 보고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침이 한가득 떨어져있는걸 보니 엄청나게 집중해서 무언가를 했던 것 같고.. 추리를 하면 할 수록 귀여운 모습들이 발견되는 것이 또 3살 아기를 키우는 맛이지.

오전부터 씩씩하게 놀던 이룽지가 떠날 시간이 되었을 무렵 몇번 칭얼대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틈을 타 커피 한잔에 여유를 부려본다. 어쩌면 에브라임캠핑장에 대한 기억이 좋은 이유는 바로 이 30분동안 느꼈던 '진정한 휴식'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개롱님은 남은 장비들을 차에 싣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관리동 앞 라탄의자에 앉아 룽지를 토닥토닥 해주고 있는데 바람은 솔솔 불어오지, 관리동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연주곡은 잊혀졌던 감성이 마구 올라오게 해준다. 거기에 비가 오기전 싸한 바람에 앞 산의 나무들이 꿀렁꿀렁거리는 모습이 꼭 잠든 공룡의 등이 새근새근 움직이는 것 같다.

십여평의 네모에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놀까 고민했던 지난 캠핑들과는 다르게 몇 십만평의 자연이 다 내 것인 듯한 가슴 후련한 캠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