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만 생기면 좋을 것 같나. tvN '초인시대'의 유병재(위)와 SBS '냄새를 보는 소녀'의 신세경(아래)은 독특한 능력을 가졌지만 특별하지 않은 존재여서 관심을 받고 있다. / '초인시대' '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 캡처

'초인시대'-'냄새를 보는 소녀' 초능력자도 힘든 세상

브라운관이 초능력자들의 세상이 됐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능력자나 외계인까지 나온 상황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요즘 드라마 속 초능력자들은 '초능력자'임에도 더 고달픈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초인시대'와 SBS 수목드라마 '냄새를 보는 소녀'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초인시대'는 25세까지 첫 경험을 하지 못한 남자들이 초능력을 갖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냄새를 보는 소녀'도 냄새를 후각이 아닌 시각으로 느낄 수 있는 주인공이 중심이다. 그런데 초능력자로 분류되는 그들의 삶을 살펴볼수록 짠하기까지 하다.

초능력이 취업을 시켜줄까. '초인시대' 주인공 병재(아래에서 두 번째)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 좌절한 청춘이다. / '초인시대' 방송 캡처

10일 첫 방송 된 '초인시대'는 공개된 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서 내려오지 않으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비현실적인 초능력자들의 처한 상황이 보고 있자면 속상할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첫 회에서는 동정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병재(유병재 분)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병재는 항상 더 아쉬운 쪽에 있는 '을'의 사람이었다.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게 자연스럽고 회사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거나 월세가 밀려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건 그에겐 이미 일상이었다.

'초능력남'이 보여줄 변화. '초인시대'의 유병재(맨 아래)가 초능력을 가진 후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초인시대' 방송 캡처

그러다가 '갑'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던 그가 필요하다고 부르짖는 비밀스러운 무리가 생겼다. 더군다나 그가 얻게 된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은 누구나 가장 갖고 싶은 초능력 중 하나로 꼽히는 꿈이었다.

하지만 병재는 마냥 행복하지 않았다. 초능력을 발휘하려면 많은 사람 앞에서 팬티까지 벗으며 창피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시험 문제를 미리 알아도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니었고, 시간 되돌리기에 실패해 그저 굴욕적인 상황에 덩그러니 놓여 있기도 했다.

냄새 때문에 눈이 피곤하다? SBS '냄새를 보는 소녀'의 신세경(아래에서 두 번째)은 후각으로 느끼는 냄새를 시각적으로 느끼는 능력을 가졌다. / '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 캡처

초능력 때문에 힘든 이는 '냄새를 보는 소녀'의 오초림(신세경 분)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냄새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 것부터 악연이다.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초림은 부모가 살해당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초능력을 갖게 된 것으로 암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오초림은 냄새 성분을 살펴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경찰인 최무각(박유천 분)과 깊게 얽혔다. 오초림은 최무각과 함께 하면서 갈수록 바코드 살인사건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그는 바코드 살인사건 목격자 중 유일한 생존자로 타깃인 상황이다. 앞으로 그가 위험천만한 사건들에 휘말릴 것을 예상할 수 있어 긴장감을 선사했다.

초능력이 복일까 불행일까. '냄새를 보는 소녀'의 신세경(맨 아래)은 초능력자지만 매번 개그맨 시험에서 낙방하는 '약자'다. / '냄새를 보는 소녀' 방송 캡처

게다가 오초림은 자신이 범인 검거를 돕는 대신 개그 파트너가 되기로 한 최무각으로부터 툭하면 버림을 받았다. 지난 9일 방송분에서는 최무각이 개그 테스트가 있는 날 약속 시각에 나타나지 않아 몸담고 있는 극단으로부터 쫓겨날 위기를 겪기도 했다.

'초인시대'의 병재는 똑같은 시간을 다시 보낼 수 있었지만 달라지지 않은 결과를 받았다. '냄새를 보는 소녀'의 오초림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보지 않아도 될 것들, 가끔은 보기 싫은 것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분명히 초능력자이지만 흔히 '초능력자' 하면 떠오르는 영웅 이미지는 아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는,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살기에 '초능력'이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에도 공감을 얻고 있다.

[더팩트 | 김경민 기자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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