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마음속에 후지산이 있다고 한다. 적어도 큐슈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예외일 것이다. 북큐슈의 아소산, 남큐슈에 사쿠라지마가 마음속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가고시마 시민들에게 사쿠라지마는 특별한 존재일 것이다. 가고시마의 오랜 영주 였던 시마즈가문도 사쿠라지마가 잘 보이는 곳에 센간엔仙巖園을 조성해서 사쿠라지마를 정원으로 삼았다. 시로야마에 올라서면 사쿠라지마가 마치 가고시마를 잉태한 모습이 연출된다. 종종 화산 분출로 성내기도 하지만 가고시마 시민들에게 사쿠라지마는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일 것이다.

사쿠라지마를 처음 만났을 때, 기차의 창밖 프레임이었다. 하야토에서 출발한 열차는 가고시마가 가까워지자 끊임없이 해안을 달렸다. 바다 넘어 사쿠라지마는 창밖에서 오래도록 떠나질 않았고, 그 잔상은 짙었다. 가고시마鹿児島에서 시게토미重富구간의 약 20여분간의 기차여정은 아마 큐슈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열차 풍광일 것이다. 잔잔한 선율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이 구간을 지날 때마다 이어폰의 볼륨을 올렸다.

그리고 난 사쿠라지마로 가기 위해 가고시마츄오역이 아닌 가고시마역에서 내린다. 사쿠라지마행 페리 터미널은 가고시마역에서 10분만 걸으면 된다. 

| 사쿠라지마 페리 터미널은 이오월드 가고시마 수족관 いおワールドかごしま水族館과 함께 있다. 페리는 15분 간격으로 24시간 내내 운항한다.

| 페리는 자동차도 운반할 만큼 큰 규모다. 내부에는 기념품 상점과 우동가게가 있고, 아이들 놀이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항상 승객이 많지 않아 좌석은 항상 여유롭다. 바다여행의 참맛은 내부가 아니라 갑판이다.   

| 가고시마의 잔잔한 스카이라인과 상쾌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갈매기의 노랫소리에 절로 신난다. 뭐가 그리도 흥겨웠는지 셀카를 촬영하는 미친 짓을 했다. 물론 추후 사진을 보고 엄청 삭제하긴 했다. 이제 난 사쿠라지마처럼 똥배 나온 아저씨다..T_T;;;

| 점점 멀어져 가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그리고 그만큼 더 가까워지는 사쿠라지마의 대자연...  

| 아따 허~벌나게 도착했지라~!! 나도 반갑소잉~!! 2층 관광안내소에서 지도와 정보를 얻는다. 터미널 1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버스터미널이고, 바로 맞은편에 렌터카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도보여행 계획이라면 나오자마자 오른 편으로 걸으면 된다. 

[버스여행정보] 사쿠라지마는 사쿠라지마 전체를 순환하는 정기관광버스(1,800円, 2시간 소요)와 항구 인근 주요 전망대 3곳만 순환하는 사쿠라지마 아일랜드 뷰(500円, 1시간 소요)가 있다. 두 버스 모두 사쿠라지마항 페리 터미널 1층에서 탑승하면 된다. 정기관광버스는 하루에 2편 밖에 없고, 아일랜드뷰버스는 1시간 간격이다. 아일랜드뷰버스 탑승계획이라면 페리 터미널에서 타는 것보다 약간 힘들긴 해도 가라스지마전망대나 아카미즈 전망광장까지 트레킹을 즐긴 후 탑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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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쿠라지마 아일랜드뷰 버스정거장마다 시간표와 노선도가 붙어있어 이용이 편하다.

| 사쿠라지마는 그 어떤 길을 걷더라도 봄날의 향연이다. 

사쿠라지마 비지터센터 SAKURAJIMA VISITOR CENTER          사쿠라지마는 명칭처럼 본래 섬이었다. 하지만 지도를 보면 마치 간척사업이라도 한 듯 가고시마 건너편으로 큐슈 본섬과 이어져 있다. 1914년 약 한 달간 무려 30억 톤의 용암이 분출되었다. 용암은 오스미해협을 매워 사쿠라지마와 큐슈 본섬이 연결되었다. 화산활동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안전을 위해 입산이 통제되고, 건축과 개발도 제한되어 있다. 반면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이런 자료들은 사쿠라지마 비지터센터와 유노히라전망대에서 만날 수 있다.

| 사쿠라지마 비지터센터 옆에는 눈이 아름다운 무료족욕탕이 마련되어 있다. 사쿠라지마 산책 후 마무리 휴식을 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청소중이었다...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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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사용암해안산책로 溶岩なぎさ遊歩道 ★          비지터센터~가라스지마 전망대 구간의 약 3km구간을 산책로로 조성했다. 이 길은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연상케 한다. 검은 기암괴석 사이로 힘들게 비집고 자란 풀들이 독특한 풍광을 연출한다. 가벼운 바닷바람도 산책을 기분 좋게 한다. 

| 바다 건너 가고시마의 전경이 긴 실처럼 펼쳐진다. 도시와 자연이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계속계속 걸으면 가라스지마 전망대다.

가라스지마 전망대 烏島展望所           나기사용암해안산책로의 끝자락에서 산을 향해 오르면 언덕 중간쯤 전망대가 나온다. 명칭인 가라스지마는 사쿠라지마와 별개의 섬이었다. 용암 분출로 가라스지마와 사쿠라지마는 합체했다. 비가 내린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비는 징그러운 존재지만 오늘의 비는 대지를 촉촉하게 해줬다. 사진은 예쁘게 나오지 않았지만 내 시야 앞 풍경은 싱그러웠다.

아카미즈 전망광장 赤水展望広場 ★          가라스지마 전망대에서 버스로 2분, 도보로 약 10분 정도 해안으로 내려오면 드드넓은 시야의 풀밭광장이 나온다. 이 광장은 아래에 소개할 나가부치 쯔요시의 사쿠라지마 공연을 위해 조성했다. 당시 무려 75,000여 명의 관중이 있었다고 하니, 넓이가 짐작간다. 바람은 바다와 대지를 쓰다듬고 지나간다. 바람이 만지고 간 대자연의 색감과 움직임이 너무 아름답다. 만약 내가 말이었다면(?) 이 광장을 마음껏 달렸을 것이다. (다행히 난 배 나온 아저씨다.)

아카미즈 전망광장의 상징인 '사쿠라지마 올나잇 콘서트 기념 모뉴먼트'          2004년 일본 락계의 전설인 나가부치 츠요시(長渕剛)는 이 광장에서 대규모 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그의 대표곡 '돈보とんぼ' , 'Hold your last chance'는 우리나라 3040세대에서도 꽤 인기 있었다. 나 역시도 이 가수의 CD가 몇 장 있었다. (아마 지금도 있을지도..) 그의 노래자락은 경쾌한 멜로디에 허스키한 보이스로 마치 오랜 친구의 희망찬 조언처럼 들렸다. 오랜 과거, 짝사랑하던 이에게 용기 내어 고백할까 말까 고민하던 찰나, 이어폰에서 그의 곡 Hold your last chance가 흘러나왔다. 그래 고백해보는 거야!!! 하지만 결과는....  T_T;;; 하지만 다른 음악으로 슬픔을 극복했더라는 웃픈 이야기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기념물은 사쿠라지마 용암을 이용해 당시 공연장의 열기를 표현했다. 바라만 보아도 락삘이 샘솟지 않는가!!!!

유노히라전망대 湯之平展望所 ★          분화구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전망대. 맑은 날에는 가고시마 시내까지 보인다고 한다. 1층은 간이매점이고, 2층은 사쿠라지마 자료관이다. 360도 탁 트인 전망은 마치 공중에 서 있는 느낌마저 줬다. 비구름으로 채색된 흐릿흐릿한 경관은 묘한 인상을 준다. 끊임없이 연기가 분출되는 저곳이 분화구(마지막 사진 연기나오는 곳)다. 용암들이 사쿠라지마의 간척사업을 주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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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여행을 마친 후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