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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도 무언가에 홀린 듯이 사게 된다. 출장 가기 전 이미 마음이 설렌다. ‘이번엔 진짜 맘에 드는 걸로 확실하게 장만해야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쫓아가서 물어본 적이 있다. ‘그거 어디서 사셨어요?’ 남자는 빌려줘도 이것만은 사절이다. 답은 바로 구두. 시각, 촉각, 후각, 청각, 그리고 미각까지 나의 오감은 온통 구두로만 향해 있는 듯하다. 언제 어디서나 구두를 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나 할까. 구두 이전에는 가방이 그랬다. 주말 모임에 들고 갈 구슬이 박힌 클러치백(할머니의 고리짝에서 찾아낸 것처럼 오래된 느낌이 들수록 만족도는 높아진다), 각종 서류들을 한방에 정리해줄 소가죽 재질의 견고한 서류가방, 진과 잘 어울릴 만한 펑키한 느낌의 크로스백, 그뿐인가, 무릎 길이의 투피스에 검정 뿔테 안경을 써도 하나도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게 만들어줄 독특한 분위기의 정장용 백까지 여자에게 필요한 백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때때로 잠못 이루는 밤이면 나는 마치 스쿠루지처럼 탐욕스러운 손길로 그동안 적금들 듯 하나하나 사들였던 구두와 백을 꺼내놓는다. 뉴욕의 마천루처럼 위풍당당하게 늘어선 그것들을 바라볼 때면 십여 년의 직장 생활을 고스란히 맞바꾼 것 같은 비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런데 최근 구두와 가방이라는 영역을 벗어난 적 없는 나의 (나름 소심한) 쇼핑기에 선글라스가 하나 더 추가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글라스라니! 남들은 모르지만 내 자신에겐 좀 의외로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손으로 돈을 벌기 시작한 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웃거려본 적 없었던 아이템이었으므로. 하다 못해 오천원짜리 선글라스가 늦가을 굴러다니는 낙엽보다 흔해진 요즘에도 눈길 한번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벌집 쑤신 듯이, 들끓는 욕망은 무엇일까. 고백컨대 그동안 선글라스는 단지 ‘자외선 가리개’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적어도 내게는. 선글라스를 끼는 그 순간, 블랙홀로 빠져들어 4차원의 어딘가로 이동하는 듯한, 다시 말해 외부와 분리되는(혹은 거부하는) 느낌이 불편했던 것. 미국의 문학 평론가인 프레데릭 제임슨이 ‘선글라스는 상대방이 자신의 눈을 볼 수 없도록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어떤 공격성과 우위를 획득한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선글라스가 불편하기만 한 나와는 달리 덕아웃에 앉은 야구 감독들과 연예인들에게 비슷한 이유로 한시도 손에서 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이 선글라스다. 연예인들에게 선글라스는 스스로를 대중으로부터 분리시켜 별다른 노력 없이도 특별해 보일 수 있는 기특한 물건이고 야구 감독에게는 시선 처리와 감정 변화를 드러내지 않아 상대방을 기선 제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조력자인 셈. 다시 말해 선글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건방져 보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가 끼고 나왔던 얼굴을 반쯤 덮을 만큼 커다란 복고풍의 선글라스를 기억하는지. 푸르스름한 빛이 돌 정도로 하얀 얼굴에 얹혀진 밤바다처럼 까만 렌즈는 한마디로 친절한 금자씨를 건방진(혹은 미스터리한) 금자씨로 보이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뒤이어 예고된 그녀의 피비린내 나는 복수 행각의 실마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선글라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듣던 친구는 마치 쇼핑 호스트처럼 목소리를 높인다.“그러나 어쩌겠어. 이제 대세는 선글라스라고. 주위를 둘러봐. 구두와 백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던 여자들이 하나같이 선글라스에 열광하고 있잖아. 날씨는 또 어떻고. 햇살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오전 10시만 돼도 후끈한 게 동남아 저리 가라잖아.” 화장기 없는 친구는 오늘도 오버사이즈의 무테 선글라스를 콧등에 걸친 채로 열변을 토한다(탱크톱에 아무렇게나 빗어 넘긴 듯한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이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히 시크해 보이는 건 선글라스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무방비로 쏟아지는 도시의 따가운 햇살은 오존층에 이어 얼굴마저도 구멍낼 태세다.
따라서 이제 도심에서 낄 선글라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것이 그녀의 의견에 100% 동감한 나는 드디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막상 선글라스를 사려니 어렴풋한 공포감마저 스멀스멀 올라왔다. 솔직히 콧마루가 늘씬하게 뻗은 것도 아닌 데다 하관이 발달한 사각형 얼굴을 지녔으니(게다가 얼굴에서 그나마 봐줄 만한 곳이 눈이라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여러모로 선글라스가 잘 받는 얼굴은 아닌 셈이다. 지금껏 선글라스가 아마존 깊숙한 곳에 숨겨진 처녀림처럼 내 영역 밖에 남아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만약 사기 전에 직접 걸쳐봐야 할 액세서리가 있다면 그건 구두가 아니라 단연코 선글라스야. 눈으로만 봤을 때와 실제로 썼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다를 수가 있거든.” 립스틱만큼이나 다양한 선글라스를 구비하고 있는 또 다른 친구의 조언이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처럼 내게 꼭 맞는 선글라스를 찾기 위해선 결국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선글라스를 느끼다
몇 번을 망설이다 선글라스를 사기 위해 처음 들른 곳은 세일 때마다 교통 마비의 주범으로 몰려 원성이 자자한 유명 백화점이었다. 샤넬, 셀린, 로에베, 에스까다, 돌체 앤 가바나, 이브생로랑, 펜디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 가쁠 정도로 다양한 명품 브랜드들로 이루어진 특별 부스가 이른바 명당이라는 1층 에스컬레이터 옆자리를 여보란듯 떡 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우선 엄지손톱보다 작은 택을 연신 뒤적이며 가격부터 확인했다. 샤넬 4117과 4116은 50만원, 셀린 1233은 37만원, 로에베 182가 36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들과 등반 중 착용해 유명해진 일명 노무현 선글라스도 어김없이 눈에 띄었다. 그 옛날 에스까다 선글라스가 린다김 선글라스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것처럼 지금도 선글라스의 고유 모델명보다는 최지우 선글라스니, 배용준 선글라스니 하는 식으로 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어떤 품목보다 스타 마케팅이 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모 옵틱의 김웅휘 대리의 설명이다. “20~30대 초반의 경우 30만원대의 제품이 상대적으로 구매가 활발하고 40~50만원대의 제품은 30대 초반에서 40대 후반의 소비자가에게 어필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백화점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선글라스는 연중 노세일 노디스카운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샤넬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백화점을 찾는 분들은 가격보다는 브랜드 가치를 더 따진다고 볼 수 있겠죠.” 신상품은 30만원대를 우습게 넘기지만(그에 반해 인터넷이나 동대문, 남대문 등의 안경점에서는 같은 제품이라도 10만원쯤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백화점의 기획행사를 잘 이용하면 10만선으로도 구입할 수 있다고. 주로 작년 이월 제품이나 각 브랜드에서 올해 내놓은 기획 상품, 주목도가 높지 않은 신상품으로 구성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기획 상품 중에는 몇몇 해외 브랜드에서 한국 시장만을 위한 OEM 제품도 섞여 있습니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제품 디자인 개발 및 공급이라는 장점도 있는 반면 일부 업체의 경우 제작된 결과물의 품질이 월드 와이드형 제품의 품질에 비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디자인은 좋지만 그 품질은 값싼 동남아, 중국, 러시아, 동유럽 제품에 견줄 정도라는 것이죠.” 김웅휘 대리의 이야기이다. 실제로 셀린, 에스까다 등 일부 브랜드는 서양인에 비해 얼굴형이 평평한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스페셜 라인’을 선보였다(물론 이런 제품들 모두가 퀄리티가 떨어진 급조된 명품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롯데백화점의 잡화 바이어인 김주흥 씨는 오히려 “한국인의 얼굴형에 맞춰 플라스틱테에 코받침이 달려 있고 렌즈테 부분이 구부러지지 않은 스페셜 라인 위주로 선택하면 쉽게 자신의 얼굴형과 맞는 선글라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아닌 게 아니라 코가 낮고 광대뼈가 돌출(다시 말해 얼굴 폭이 넓은) 내 얼굴을 스윽 훑어보던 판매 사원은 한국인을 위해 디자인되었다는 제품을 보여주었다. “이게 잘 맞으실 것 같네요. 이것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유럽인을 위한 오리지널 제품도 있는데 커브가 심해서 쓰기 불편하실 거예요. 하지만 휘팅을 잡아서 자신의 얼굴에 맞춰주면 마치 맞춤양복처럼 훨씬 착용감이 좋아지죠.” 몇 분 둘러보지 않아도 얼굴을 덮을 정도로 큰 사이즈의 복고풍이 유행이라는 요즘 트렌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라운드형의 오버 사이즈 파스텔톤 선글라스’ 정도는 껴줘야 올여름엔 ‘센스’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될 전망이다. 사실 이러한 경향은 작년 시즌부터 시작된 것으로 올해 들어 더욱 두드러졌다(천편일률적인 라운드형 일색의 선글라스가 유행하는 이유는 유행 탓도 있지만 팔리는 디자인만 수입하려는 공급 업체의 판매 정책에도 책임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나마 천박한 브랜드 추종자나 유행을 좇기에 급급한 로고 마니아 대신 좀더 ‘테이스트’가 있는 패셔니스타로 보이고 싶다면 선글라스 다리 앞쪽에 브랜드 로고가 커다랗게 장식된 디자인만은 피하도록. 대신 브랜드를 대표하는 문양을 언밸런스한 방식으로 장식해놓은 조금은 덜 노골적인 선글라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샤넬의 더블 C 로고가 가방 한구석에 약간 잘린 듯한 형태로 박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까(그래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겠지만). 로고를 아주 작게 형광문자로 박아 넣거나 대표 문양을 다소 잘린 듯한 형태로 배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최근 방한한 알랭 미끌리의 지적처럼 ‘좀 더 남과 다른 나만의 모습을 강조하는’퍼놀로지(fun과 technology의 합성어로 기능성과 재미를 함께 추구하는 디자인 경향) 스타일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선글라스 다리에 화려한 컬러의 꽃 자수를 놓은 페라가모나 2개의 선글라스를 겹쳐서 쓴 듯한 미우미우의 선글라스 등 세련되면서도 장난기가 다분한 디자인이면 어떨까. 이것저것 골라놓은 디자인은 꽤 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렌즈 컬러의 그러데이션이 마음에 들었던 셀린의 모델명을 얼른 외웠다. 이미 동대문 쪽 안경점이 훨씬 저렴하다는 귀띔을 친구들에게 들었던 것. 개봉박두! 선글라스야 기다려라.
동대문에서 마음을 잃다
“이 광고 전단지 보세요. 백화점에서 세일해서 37만원에 팔던 제품인데 저희는(위아래로 나를 스윽 훑어보며) 20만원까지 드릴 수 있어요. 물론 현금일 때 가능한 금액이죠.” 눈앞에 얌전히 놓인 셀린의 선글라스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버스를 타고 겨우 30여분 이동했을 뿐인데 똑같은 제품이 거의 절반 가격에 팔리고 있었던 것. 물론 유통 라인에 따라 마진율이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화점에서도 짝퉁이 팔린다는 요즘 세상에 과연 믿고 살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구 말마따나 렌즈 컬러의 그러데이션이 일정한지 백지 위에 얹어놓고 확인이라도 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인터넷의 유명 선글라스 판매 사이트들만 봐도 진품과 짝퉁을 비교하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곤 하는데 나 같은 초보자가 그 정도의 내공까지 지녔을 리는 만무한 터.
진품의 경우 아무리 주문이 폭주한다 한들 주문시 약 45일 정도 걸리는 데다 명품의 특성상 갑자기 한 모델의 라인을 급증할 수 없기 때문에 희소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마치 주문을 한 뒤 2년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에르메스의 켈리백처럼. 그러나 분명 생산된 수량보다 훨씬 많은 수량이 국내에 유통되는 기이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2002년 열풍처럼 번졌던 페라가모 1047 선글라스가 바로 그와 같은 경우. 1047의 경우 너무 다양한 짝퉁이 난무하는 까닭에 일일이 다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선 생각을 가다듬고 사무실로 발길을 되돌렸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인터넷에 들어가니 그곳에도 역시 몇십 개는 족히 넘을 명품 선글라스 판매 사이트가 이리 오라 손짓한다. 선글라스 예찬론자인 친구는 이런 나에게 훈수라고 한마디 던진다. “수업료라고 생각해. 뭐든 잘하기 위해선 자꾸 접해봐야 하지 않니. 나만 해도 그동안 무수히 선글라스를 사기도 하고 되팔기도 하면서 겨우 요즘에야 내게 딱 맞는 선글라스를 찾아낸 기분이야. 나? 난 마이클 코어스 게 좋더라. 처음엔 화려하면서 자잘한 장식이 많은 게 좋았는데 보면 볼수록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 맘에 들어. 렌즈나 프레임의 광택이 오묘하다고나 할까, 세련된 느낌이지. 랄프 로렌의 클래식한 코튼 메시 셔츠처럼 말이야. 이제서야 ‘테이스트’라는 게 생긴 것 같아.” 여전히 나의 선글라스 쇼핑기는 미완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어린왕자가 사막의 여우를 길들였던 것처럼 나와 선글라스 사이에 있던 벽도 많이 무너지고 서서히 서로를 길들여가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 곧 나만의 선글라스를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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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당신에게…
자신의 얼굴형에는 어떤 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리는지 알아보자. 거듭 강조하지만 왕도는 없다. 다양한 스타일을 끊임없이 시도해보는 것이 나만의 선글라스를 찾아내는 방법!
 네모난 얼굴
강인하면서도 고집스러워 보이면서 정직한 느낌을 주는 얼굴형이기 때문에 각이 진 테는 피해야 한다. 각이 많이 진 스타일보다는 타원형이나 원형 선글라스가 제격. 너무 큰 것보다는 작은 사이즈를 선택해야 얼굴의 각이 커버된다. 렌즈 컬러 역시 화사해야 훨씬 잘 어울린다. 강한 인상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프레임이 둥근 스타일이나 끝이 살짝 올라각 폭스형 선글라스가 적당하다.
 삼각형 얼굴
선글라스 선택에 특히 유의해야 하는 얼굴형이다. 하지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선택한다면 단점을 많이 커버할 수 있다. 보잉 스타일이나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의 오벌형과 내추럴한 컬러를 착용해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양이 눈처럼 생긴 역삼각형 테가 잘 얼울린다. 그와 반대로 모난 모서리를 둥글게 만든 웰링톤 스타일의 선글라스는 피해야 한다.
 둥근 얼굴
특징이 없는 얼굴형이지만 얼굴의 장단점을 쉽게 보완하고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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