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스릴러 거장의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
★★★★☆
" 할려면 제대로 해야지 "
(정말 제대로 하셨네요 데이빗 핀처 !)
<세븐>의 마지막 장면 그 절규하던 브래드 피트를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삭막한 현실속 죽어가는 현대인의 공허함을 담아내고 있던 <파이트 클럽>을 아시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더 거슬러 올라와서 마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연상시켰던 세 사람이 말하는 세가지 진실과 현대인의 공허한 인간간계를 담아내던 <소셜 네트워크>나 북구의 서늘한 찬바람이 그대로 담겨있는 것 같았던 스릴러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아시나요? 이 훌륭한 작품들은 모두 '스릴러의 거장', 아니 그냥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인데 언제나 대단히 놀라운 흡입력을 자랑하는 이야기를 연출해내는 그가 신작 <나를 찾아줘>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최대한 모르는 채로 봐야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
이야기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영화의 포괄적인 느낌 정도만 이야기하겠습니다
< ▲ 로맨틱했던 첫 만남과 이어지는 사랑, 그리고 결혼 생활 >
<나를 찾아줘>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이 작품은 최대한 모르는 채로 봐야 더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봐야겠다 싶으시다면 줄거리 정도는 봐도 무방하겠지만 그 외에 다른 정보는 일체 멀리하고 그저 영화를 직접 보고 느껴보시는게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인데 뭐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성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겠지만 이 영화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야만 영화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본 리뷰에서는 영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그저 영화 전체의 느낌 정도만 포괄적으로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이 빠질만큼 흡입력 강한 이야기, 그리고 강한 몰입감을 자랑하는 영화
모두가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별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들
< ▲ 그런데 5주년 결혼 기념일에 아내가 갑자기 사라집니다 >
<나를 찾아줘>를 본 후의 첫 느낌은 '진이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영화가 14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영화의 이야기에서 느끼는 흡입력이 엄청난 것이었고, 강하게 몰입해서 영화를 보다보니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피로감까지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그만큼 이야기를 풀어가는 스킬이 상당히 세련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실종 사건'이라는 하나의 큰 축을 바탕으로 이와 관계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거기에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남편이 죽였는가? 아니면 다른 비밀이 있는가?' 라는 궁금증이 영화 초중반을 지배하는 감정이었다면 그 느낌은 조금씩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가 될까'로 변해가게 되는데 이렇게 영화의 분위기가 변해가는 과정에서도 이야기의 '축'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과 관계되는 중심 인물들에 대한 느낌 역시 시시각각으로 변해가게 되기도 한데 종국에 이르면 모두가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구별로는 결코 판단할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로 변해있게 됩니다.
보이는 것이 결코 다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믿을 수 밖에 없는 매스미디어의 위력
< ▲ 이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
그리고 또한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것은 '매스미디어'에 대한 묘사였습니다. 때문에 <제보자>가 연상이 되기도 했는데 <제보자>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엄청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였지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부분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루는 '미디어'이기도 했습니다. 다수의 대중들이 언론의 이야기에 얼마나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그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말이죠. 이것은 <나를 찾아줘>에서도 흡사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를 통해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에 따라 그 사건속 당사자가 '선'이 되거나 '악'이 되는 현실, 무분별하게 파생되고 왜곡되기도 하는 이런 '아니면 말고'식의 언론 행태는 어제 오늘의 것이 아닌데 그런 이기적인 미디어의 횡포는 북미 역시 마찬가지인가 보네요. <나를 찾아줘>는 매스미디어가 갖는 영향력, 일방적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살벌한 현실 그리고 커다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매스미디어의 조작까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에 녹여 놓고 있었습니다.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가고 그 긴장감은 영화의 끝까지 유지가 됩니다.
무척이나 섬뜩하고 파괴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영화의 이야기
< ▲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실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영화의 긴장감 >
하지만 이런 부분을 떠나서 그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과 구조입니다. 파티에서 처음 만난 매력적인 남자와 멋진 하루를 보냈고 그 이후 만남이 이어지면서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됐던 작가 커플 '어메이징' 에이미와 '닉'. 그들의 만남은 로맨틱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은 잠시였고 지옥같은 현실이 되어버린 두 사람의 관계는 심각하게 어긋나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쌓여만 가던 갈등은 결국 5주년 결혼 기념일을 통해 폭발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가 그려지게 되는데 '억울함'을 주장하지만 왠지 못미더워 보이는 남자의 입장과 과거 이야기를 통해 연민을 쌓아가는 여자의 입장, 그리고 사건을 냉철하게 바라보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감정이 개입되기도 하는 경찰의 입장에 그저 어떻게든 자극적으로 포장해보려는 언론의 입장, 그리고 이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제3자의 입장이 모두 뒤섞이면서 차분하게 긴장감을 쌓아가고 이렇게 만들어진 긴장감은 끝까지 유지가 됩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품격이 느껴지는 스릴러,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 ▲ 정말로 '어메이징' 했던 에이미(로자문드 파이크), 직접 보고 느껴보시길 ! >
따라서 이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다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완전한 외부인이었던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러울 수 없었습니다. 훌륭한 각본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그들의 이야기들이 전부 다 그럴싸하게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처럼 처음부터 이야기에 강하게 몰입할 수 밖에 만들었던 영화는 끝까지 그 힘을 유지하고 진득하게 이어나가는데, 완전한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을만한 큰 한방은 없었지만 점층적으로 차분하게 쌓아가는 영화의 이야기는 끝까지 보고 나면 무척이나 섬뜩하고 파괴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영화가 끝이나고 난 뒤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영화, 이것이 바로 거장 데이빗 핀처 감독의 스릴러고 그의 연출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작과 끝이 같은 영화이지만 그게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던 영화 <나를 찾아줘>, 궁금하시다면 직접 느껴보시기를 ! 식상한 반전으로 얼룩진 영화보다 이런 영화가 정말 스릴러의 품격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