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델리에서의 첫 날, 호락호락하지 않다.

붉은 성에서의 연예인 놀이.

 

 

인도, 델리에서의 첫날 밤은 호텔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

아침에 화장실 문이 열린 걸 보고는 방문이 열린 건 줄 알고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더니 10시 반.

인도에서는 호텔 문을 따고 들어와 강도짓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꽤나 쫄아 있었나보다.

 

 

일단 본격적인 여행을 하기에 앞서 빠하르간지에서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가방, 슬리퍼, 자물쇠, 시계 등등..

아직 흥정하는 게 익숙치가 않아서 제 가격에 샀는지 어떤지도 모르겠더라.

 

 

 

인도에 처음 가는 배낭여행자들은 사기꾼의 주요 타깃이 된다.

커다란 배낭을 매고 뉴델리역 인근데서 두리번거린다면 그건 100퍼센트 초보 여행자이므로.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에 말도 안되는 패키지 투어를 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 당할 뻔 했다.

 

 

뉴델리역에서 기차 시간표 책자를 구입하고 2층의 예약센터에 갔다가 한국인 여자애를 만나서 같이 코넛플레이스에 가보기로 했다.

웬 남자가 우리를 안내해주는 척 하더니 옷가게(?)로 데려갔다. 여기가 State Emporium 이라면서..

하지만 이름만 비슷할 뿐 그냥 값비싼 옷이나 스카프 같은 걸 파는 가게였다.

 

 

거기가 어디쯤인지도 모르는 우리는 다시 어리버리 헤매고 있었는데

또 누군가 다가와서 정부가 운영하는 인포센터에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어차피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반신반의하며 따라갔더니 역시나.. 자기 여행사로 데려가더라.

이런데 끌려가면 아차 하는 순간에 비싼 가격으로 이상한 패키지 투어를 신청하게 된다는거ㅎㅎ

실제로 당한 사람도 몇 명 봤다.

우리는 짜증 확 내고 나와버려서 투어 상담조차 받지 못했지만ㅋㅋ

 

 

다행히 지도상의 어디쯤에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아서 주변 구경하고, 지하상가도 가보고..

그러다 Keventer's라는 맛집을 찾아가서 빵이랑 밀크쉐이크를 사먹었는데 이 밀크쉐이크가 완전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한 달 뒤쯤 다시 델리에 왔을 때 또 사먹음ㅋ

 

 

인도에 왔으니 영화나 한 편 볼까 하면서 멀티플렉스처럼 생긴 영화관에 줄 서있다가 좀 비싼 것 같길래 다른 극장을 찾아갔는데 공사중..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붉은 성(Red Fort, 레드포트)으로 향했다.

 

 

 

 

 

붉은 성으로 가는 릭샤를 잡아 탄 게 오후 4시 정도였다.

6시 정도까지 둘러볼 생각으로 급하게 간거였는데 하필 거리에 데모? 같은 걸 하고 있어서 한참을 길에 서 있는 바람에 5시가 되어서야 도착했다.

다행히 그 시간까지도 입장하는 사람들이 많길래 안심하고 우리도 티켓을 끊어서 입장했다.

 

 

 

7년 전 탱탱한 나의 얼굴ㅋㅋ

 

 

 

 

겨울이라 오후 5시에 이미 해는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도 붉은 성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붉은성을 지키고 있는 총 든 군인아저씨.

인도는 기차에도 저런 장총 든 군인 아저씨들이 있어서 든든했다.

 

 

 

인도는 테러 위험 때문에 이런 유적에 들어갈 때마다 소지품 검사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만큼 줄을 서있는거. 

 

 

 

 

위 사진의 게이트는 붉은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다.

 

 

붉은 성은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델리의 가장 대중적인 관광지 중 하나인데

붉은 성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성벽이 붉은 빛을 띠기 때문에 그렇게 불려진다.

 

 

이 성을 지은 사람은 바로 타지마할로 유명한 샤 자한인데 붉은 성이 그의 마지막 건축물이다.

인도 총리의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선언이 이곳에서 이뤄졌을만큼 역사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그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한다. 

 

 

 

사실 너무 오래전 여행이라 성 내부의 여러 장소들까지 세세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하지만 사진으로 보아도 무척 균형잡히고 아름다운 건물이라는 건 느껴진다.

 

 

 

그리고 이 건물이 꽤나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이렇게 인증샷까지 찍었겠지ㅋㅋ

 

 

 

이곳은 각종 보석으로 벽을 치장해두었던 곳인데 당연히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기둥의 조각들이 무척이나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타지마할에서도 비슷한 조각들을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동시대에, 동일인물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라 건축양식이 비슷한가보다.

 

 

 

 

하늘은 점점 노을빛으로 물들어가고 예쁜 구름이 하늘을 장식했다.

 

 

 

 

이렇게 보면 꼭 성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 같다는 느낌도 살짝 든다.

 

 

 

 

여기쯤에서였나.

웬 사립 초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이 소풍을 온 것 같았는데 우리를 보더니 같이 사진을 찍잔다.

말끔한 생김새애 죄다 작은 디카 하나씩은 들고 있는 걸로 봐서는 쫌 사는 집 자제분들인 것 같았다.

 

한 명 같이 찍어주니 다른 한 명이 와서 또 찍자 그러고, 또 한 명, 두 명, 우르르..

잠시 스타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ㅋㅋ

 

 

인도 남자들 중에는 괜히 사진 같이 찍자고 하면서 어깨에 손을 올린다거나 허리를 감싼다거나 하는 등의 수작을 부리는 잡것들이 많은데

더 짜증나는 건 사진을 찍어다가 어디 가서 자기 한국인 여자친구라고 한다든지.. 그런 헛짓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마도) 순수한 마음으로 같이 찍자고 하는 거겠지?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하면 언제라도 기쁜 마음으로 응해주었다.

 

 

 

두껍디 두꺼운 인도 론리플래닛을 굳이 분권도 하지 않고 통째로 들고 다녔던 여행.

책을 훼손(?)하는걸 싫어해서 그렇게 무식하게 다녔었는데 젊었으니 가능했던 것 같다.

나의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저 책은 두 번째 인도여행을 위해 여러 권으로 분권되었다.

 

 

 

붉은 성을 둘러보고 나왔더니 이제 정말 해가 져 하늘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다시 빠하르간지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클럽 인디아라는 식당에 갔다.

가이드북에 나와있어서 갔지만 맛은 뭐 그냥 쏘쏘.

 

 

 

 

그래도 2층 창가에 앉아 혼잡해보이는 빠하르간지의 야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때만 해도 아웃포커싱 하는 법도 몰라서 연습하느라 찍은 사진.

 

 

 

요즘은 인도 여기저기에 유명한 라씨집이 많지만 이때만 해도 빠하르간지의 이 라씨집이 꽤나 유명했다.

바나나 라씨를 파는 집인데 바나나 쥬스가 발효된 느낌이랄까..

 

나는 원래 요거트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한 입 먹고 말았지만 친구는 내가 먹다 남긴 걸 자기가 싸가서 먹었다ㅋㅋ

바나나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바나나 라씨가 단돈 10루피. 우리 돈으로 300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붉은 성 (Red Fort)

개장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입장료: 250루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