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 날 두명이었고 다음날 4명, 그리고 16명.. 3달 후면 10억입니다

악수의 유래가 상대방에게 해칠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서로 맞잡았던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 <컨테이젼>에서는 그 악수가 어찌보면 가장 치명적인 무기였습니다. 때문에 <컨테이젼>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더 서늘한 공포로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하더군요. 일상의 가장 평범한 행위가 가장 위험한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게 만드는 이런 설정은 '그냥 영화니까' 하고 보고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특히 세계적으로 '에볼라'가 창궐해 있는 지금의 현실과도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관계로 불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컨테이젼>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은 단순히 '전염병과 거기서 비롯되는 재난'은 아니었습니다.

견고하고 잘 짜여져있는 것이라고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현대 사회의 모습

'바이러스'로 인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지는 <컨테이젼>

<▲ 영화속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가 됐던 '악수' >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전된 화면속에서 누군가의 기침소리와 'Day-2'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되는 <컨테이전>은 톱스타라고 할 수 있는 '기네스 펠트로우', '맷 데이먼', '주드 로' 등의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입니다. 그리고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 바이러스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이면을 담아내고 있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치사율 30%의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불완전한 사회에 스며들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낳고 그 내면에 꾹꾹 눌러오고 있던 나약하면서도 사악하고 이기적인 본성을 표출시키게 하는데 이렇게 뜻하지 않은 상황을 통해 와르르 무너져버렸던 영화속 현대 사회를 통해 '전염병으로 인해 공황상태로 빠져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냄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견고하고 잘 짜여져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은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였던 작품이었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잘못된 소문들

급속도로 퍼지는 바이러스만큼이나 무서운 것임을..

< ▲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확산시키면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던 인물 '앨런'(주드 로) >

게다가 그 속에 유독 특출난 행동을 보이던 이가 한명있었는데 그는 바로 '주드 로'가 연기한 '앨런'이라는 인물입니다. 이 아비규환의 세상을 대처하는 자세(?)가 좀 남달랐던 그는 인터넷 블로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을 올려서 자신의 잇속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인물로 그가 퍼트리는 온갖 허위 정보들은 '바이러스'만큼 무서운 파급력을 자랑하면서 또 다른 피해를 낳기도 하는데 그는 우리 현실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퍼지는 온갖 소문들, 우리는 최근에도 이미 한차례 경험을 하기도 했었죠. 바로 그런 현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던 <컨테이젼>은 '앨런'을 통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잘못된 소문들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급속도로 퍼지는 바이러스만큼이나 무서운 것임일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떠오르기도 했던 작품 <컨테이젼>

< ▲ 맷 데이먼, 주드 로, 기네스 펠트로우, 마리옹 꼬띠아르, 케이트 윈슬렛 등등 좋은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였습니다 >

이처럼 <아웃 브레이크>와 같은 전염병 재난 영화가 아닌 그 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였고 그를 통해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이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으로 느껴지기도 했던 <컨테이젼>이었지만 영화가 그려내고 있는 '재난 상황'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거기서 파생된 극심한 이기주의, 그리고 그로 인해 패닉상태로 빠져드는 사람들의 모습 등은 여느 재난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군상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전 이 작품에서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백신개발을 위해 수없이 희생되던 실험실의 원숭이들은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시저'였고, 사람들에게 잡아먹히기 위해 농장에서 길러지던 돼지들은 보호소에서 학대받던 유인원들의 모습과 닮아있기도 했던 것인데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그렇게 학대받던 유인원들은 우연한 기회에 지능을 갖추면서 인간세상을 향해 직접 봉기했지만, <컨테이젼>은 그보다 더 무서운 형태의 봉기를 보여준 것이 아니었을까요. 왠지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의 엔딩 크레딧을 그대로 이 영화의 엔딩 크레딧으로 옮겨와도 잘 어울릴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던 작품 <컨테이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