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탐닉하는 어쿠스틱 여행자들에게 시간이 멈춘 도시는 마냥 사랑스럽다. JR코쿠라역에서 완행열차에 오른다. 꾸벅꾸벅 졸다보니 열차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바다의 끝자락에 멈춘다. 플랫폼에 발을 내딛던 순간 시침은 한 세기 전으로 회귀한다. 한 세기전 유행하던 네오르네상스 양식의 소박한 목조 역사에는 옛 향기가 멤돈다. 여행자는 시간여행을 떠난다.

모지코는 현재 큐슈의 변방이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근대 시절에는 큐슈의 관문이었다. 지금이야 혼슈와 큐슈를 이어주던 대교가 있었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람과 물자들이 배를 통해 모지코로 넘어와 큐슈 각지로 향했다. 당시 JR큐슈의 본사(현 철도박물관)가 이곳에 설립된 것만 봐도 당시 모지코의 위상은 그야말로 도도했다. 하지만 건축과 교통과학의 발달은 큐슈의 중심을 후쿠오카로 재편시켰고, 모지코의 시간은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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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코는 간절한 진심이 느껴진다. 시간이 멈춘 도시를 개발하려던 정부의 의지를 꺾어버린 주민들의 진심... 그 간절함이 현재 모지코에 RETRO란 수식어를 붙여줬다. 함께 걷는 이의 손을 잡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을 거닌다. 꼬옥 잡은 손은 그와 그녀의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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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코는 누구에게나 RETRO다. 추억의 향연들이 바닷물에 아롱거린다. 바람의 속삭임, 카메라의 찰칵이는 셔터소리, 잔잔한 오르골의 숨소리... 모지코의 밤은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펼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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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전 역사가 생생하게 숨 쉬는JR모지코역 JR門司港驛 (일본 최초 국가중요문화재 기차역)

기차역은 여행지의 첫 감성을 마주한다. 간이목조역에는 한 세기 전 역사가 생생하다. 1914년 당시 유행하던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건립되었다. 사무실, 대합실은 물론 직원들의 복장마저 당시 모습 그대로다.

난 이곳 플랫폼을 거닐며 100년 전 열차여행을 멋대로 회상한다. 지금은 JR큐슈의 변방역이지만, 당시에는 큐슈의 시작이었다. 여정을 앞둔 이들은 설렘으로 기차를 기다린다. 섬세한 두근거림이 곧 추억이기에 주민들은 추억 속 기차역을 사랑했다. 1970년 모지항 신개발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봉착했지만 주민들은 열렬히 반대했다. 추억을 보존코자 했던 사랑 덕분에 1988년 기차역으론 최초로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에 등재되었다.

■ 구 모지미쯔이클럽舊門司三井俱樂部          현재 일본 최대 재벌가중 하나인 미쯔이물산三井物産은 모지코를 무역사업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이곳은 1921년 미쯔이물산의 귀빈 접대와 경영진 숙소로 건립되었다. 내부는 화려했던 잔영들이 남아있다. 당시 무역이 활발했다는 근거다. 2층에는 아인슈타인 부부가 묵고 간 방도 있다. 어린 시절 난 여행 소설을 읽을 때 고풍스러운 방에서의 하루를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  price | 1층 무료, 2층 성인 100円, 어린이 50円       open | 09:00~17:0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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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오사카상선 舊大阪商船          큐슈 벳부온천의 폭발적인 대인기는 모지코에 여객터미널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당시 큐슈와 오사카의 관광운항 회사였던 오사카상선(大阪商船, 현재 미쯔이 그룹과 병합)이 1917년 건립한 여객터미널이다. 

과거에는 큐슈와 간사이를 운송사업으로 연결했지만, 현재는 예술로 교류 중이다. 고베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와타세 세이조(渡瀨政造)의 바다의 갤러리(海のギャラリ-)가 2층에서 상설 전시 중이다. 와타세 세이조란 이름은 익숙하지 않아도 그의 작품들을 보면 '아~ 이 작품이 그의 작품이었구나~'란 생각이 들만큼 친숙하다.

​㉾ price | 1층 무료, 2층 바다의 갤러리 성인 100円, 어린이 50円       open | 09:00~17:00 연중무휴

■ 구 모지세관 舊門司稅關           19세기 초 큐슈 무역의 중심이었기에 1912년 건축된 세관. 빨간 벽돌 건물은 Retro를 듬뿍 담았다. 1층은 다목적홀 겸 휴식공간이다. 2층 다락방 분위기의 전망대는 블루윙모지의 최적의 조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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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우호기념도서관 國際友好記念圖書館          중국 대련과의 국제항로가 지속적으로 연결되자 국제우호 15주년을 기념하며 대련 동청철도東靑鐵道 본사 건물을 똑같이 건축했다. (의외로 모지코 레트로 건물 중에서 유일한 신축건물이다.) 

동청철도는 제국주의시절 러시아제정이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청나라와 함께 건설했다. 하지만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러시아로부터 탈환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일본의 중국대륙 진출은 본격화되었다. 

중국 대련은 장춘과 함께 일본 중국 진출의 교두보였다. 비록 중국이지만 현재까지도 일제시대 건축물들이 도시에 가득하다. 그 많은 건물 중 우호 상징기념으로 러시아로부터 탈환한 이 건물이 적합했던 걸까? 지식이 짧아 잘 모르겠지만 왠지 불편한 진실이다. (참고로 이 건물을 대련에서 보고 싶다면 러시아거리로 향하자. 개인적으로 가본 결과 정말 쌍둥이다.) 

■ 레트로전망대レトロ展望臺          연인들이 모지코에 오면 꼭 찾는 명소가 2곳이 있다면 블루윙모지와 전망대다. 31층 전망대는 모지코 레트로의 야경 명소. 정작 레트로 분위기를 훼손시킨 민폐 철골로 평가받고 있다. (나도 한 표~!!) 시모노세키의 초고층빌딩 가이쿄유메타워를 바다를 두며 오랜 연인을 바라보듯 마주 본다. 왠지 모지코와 시모노세키 사이에 바로 아래 소개할 블루윙모지가 다리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맞다. 아차! 이 둘 사이에는 칸몬대교가 있었지...

​㉾ price | 성인 300円, 어린이 150円       open | 10:00~21:3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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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 윙 모지 BLUE WING MOJI          하루에 6번 (10시, 11시, 13시, 14시, 15시, 16시) 다리가 오르고 내리는 도개교. 각각 맞은 편에 서 있던 연인들은 다리가 내려오면 반가운 마음으로 달려가 서로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햇빛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는 낭만적인 배경무대이 된다. 그래서 연인의 다리, 연인의 성지로 불린다. 이미 부부가 된 우리에게는 무의미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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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몬대교 關門大橋          모지코와 시모노세키를 이어주는 전체 길이 1,068m의 대형 현수교. 본래 다리 아래 혼슈와 큐슈를 이어주는 칸몬지하터널이 있었다. 하지만 교통량이 증대되자 항상 교통 침체에 시달려야 했다. 새로운 대안으로 1958년 당시로써는 최첨단 과학기술로 완공했다. 완공후 칸몬지하터널은 상징적인 의미로 남겨두었는데, 바다 아래를 걸어서 큐슈에서 혼슈로 넘어가는데 15분이면 가능하다. 다만 안전을 고려해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만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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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초로 바나나가 들어온 감성 듬쁙 쇼핑몰, 모지코레트로 해협플라자 門司港レトロ海プラザ

모지코의 명물인 바나나빵과 야키카레를 만날 수 있다. 서양세계에서 바나나가 일본 최초로 유입된 곳이다. 그래서 모지코하면 바나나다. 바나나를 재료로 한 바나나빵, 바나나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바나나스위트들을 맛볼 수 있다. 더불어 바나나맨 동상과 사진 촬영은 센스!!! 그외 오르골 전문점, 앤틱골동품 등 낭만상점으로 가득하다.

1950년대 조그마한 식당에서 만들어 낸 야키카레焼きカレー는 모지코 대표음식이 되었다. 오븐에 담은 카레 덮밥 위에 리조또처럼 치즈, 계란을 올려놓고 살짝 구워낸다. 방금 나온 따스함에 치즈는 카레 속으로 스며들고, 카레의 향과 어우러져 부드러운 식감을 뽐낸다. 현재 모지코에 약 30여개의 야키카레 전문점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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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몬해협뮤지엄 関門海峡ミュージアム          레트로 모지코를 산책하면 무역항으로 번성했던 당시의 모습이 자연스레 상상된다. 그렇다면 칸몬해협뮤지엄으로 향하자!! 개항역사의 거리를 실.물로 재현했다. 비록 짧은 거리지만 첨단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소음은 물론 시간대에 맞게 조명까지 조절되니  과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 풍취에 취해 카메라 셔터는 자꾸만 누르게 되고... 그리고 놓쳐서 안될 곳이 건물 5층 전망대!! 전망대에 나오면 칸몬해협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이 시원하고 가슴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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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큐슈의 총본산, 큐슈철도기념관九州鐵道記念館

1세기 전 JR모지코역와 함께 설립된 큐슈철도 주식회사의 본사는 현재 철도기념관이다. 본관, 야외차량 전시관, 철도공원으로 구성되었다. 야외차량 전시관은 Gekko, Nichirin 등 큐슈를 누비던 기념비적인 할아버지 열차들이 깔끔한 상태로 전시 중이다. 열차매니아인 필자는 이 열차들 앞에 두고 숙연해졌다. 대부분 내부관람이 가능해, 어린 시절 기차에 열광하던 추억을 회상했다.

구 JR큐슈철도 주식회사 본관은 JR큐슈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JR큐슈가 뛰어온 인생을 마치 오랜 앨범과 일기장을 보듯 다양한 자료들과 함게 만날 수 있다. 더군다나 JR큐슈의 대표열차인 쯔바메, 카모메, 소닉, 유후인노모리를 탑승 후 방문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기차운전 시뮬레이션도 즐길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매 시간 정각에 펼쳐지는 <큐슈철도의 대파노라마> 큐슈지형과 흡사하게 제작된 미니어처 월드에 직원의 소개에 따라 큐슈를 대표 열차들이 주행한다.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큐슈횡단특급의 스위치백까지 구현했다. 또한 밤낮 표현까지 완벽해서, 밤이 되면 역사 야경은 물론 미니어쳐 열차들도 라이트를 켠다. (우와~~)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가까이서 보겠노라 달려드니, 철도원을 꿈꿨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아른거린다. (감동~) 비록 철도원은 되지 못했지만 코레일기자로 그 꿈을 대신했다.

본관 옆 철도공원에서는 미니어쳐 철도를 직접 운행할 수 있다. 소닉, 유후인노모리의 아기버전 열차들이 작은 선로를 따라 느린 걸음을 재촉한다. 아이들이 아니면 이용하지 않을 것 같지만 성인들이 더 많다. 좁은 탑승공간에 웅크려서 운전 중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니 일본은 진정 철도덕후왕국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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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ice | 성인 300円, 중학생 이하 150円       open | 09:00~17:00 매월 2째주 수요일 휴무       hp | www.k-rhm.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