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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자기가 여든 살이 됐을 때의 얼굴을 내게서 본다. 나는 내가 서른 넷이 됐을 때의 얼굴을 아버지에게서 본다. 오지 않은 미래와 겪지 못한 과거가 마주 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묻는다. 열일곱은 부모가 되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서른넷은 자식을 잃기에 적당한 나이인가 그렇지 않은가' 이상은 이 작품 <두근두근 내인생> 동명의 원작 소설 프롤로그에 적혀져 있는 이야기로 <두근두근 내인생>은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갑자기 부모가 되어버린 '대수'(강동원)와 '미라'(송혜교), 그리고 열일곱의 나이에 '선천성 조로증'으로 인해 신체 나이는 여든 살이 되어버린 아들 '아름'(조성목)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과 이야기의 큰 틀은 동일 한 것이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해보면 원작 소설과 제법 차이가 있었던 <두근두근 내인생>

< ▲ 원작에서 대수는 택시기사가 아닙니다. 택배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오죠.

택시기사로 바뀐 설정 덕분에 아들과 함께 서울 드라이브도 즐겼는데, 그런 장면들이 좋더라구요 >

전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바로 서점에 들러서 원작 도서를 구입했고, 원작 도서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많이들 말씀하신 것처럼 김애란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이 가득 가득 묻어 있었던 소설 '두근두근 내인생'은 정말 재밌고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소설이기도 했었는데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이 담고 있는 이야기의 큰 틀은 소설과 흡사하지만 세세한 부분을 따져본다면 소설과는 제법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대수와 미라의 학창시절에 대한 좀 더 많은 이야기와 '나이키 매장' 에피소드 처럼 소설 속 이야기 가운데 어떤 부분은 빼버렸고, 대수의 직업이 택시 기사로 설정되면서 아들과 함께 택시를 타고 서울 드라이브를 즐기는 장면이나 깜짝 등장했던 '태티서'처럼 영화에만 새롭게 추가되어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름이가 치료를 받으러 다녔던 병원 의사의 비중은 원작과 비교할 수 없이 커져있고, 아름이의 친구가 되줬던 '장씨 할아버지'의 비중 역시 소설보다 크게 느껴지며 7:3 정도로 배분되어 있던 아름이와 부모님의 이야기는 5:5 정도로 균형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더군요. 게다가 '아름'이가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기도 했던 '서하'와 이메일을 주고 받는 장면들은 원작에 비해 영화에선 많이 간추려져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는 영화

신파스러운 이야기지만 결코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 ▲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긴 했지만 작품속 캐릭터로만 생각하자면

송혜교씨와 소설속 '미라'의 이미지는 잘 어울리는 느낌이더라구요 >

하지만 영화나 소설 모두 공통적으로 작품이 품고 있는 '분위기'는 흡사한 것입니다. 시종일관 좋은 선율의 피아노 음악을 듣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김애란 작가의 글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유머'를 통한 약간의 변주를 가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에서는 소설과 마찬가지로 따뜻하면서 잔잔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불치병에 걸려서 하루 하루 죽어가는 아들과 그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이라는 지극히 신파스러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억지 감동을 강요하지 않고 그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무척이나 힘들고 어찌보면 비극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용기를 잃지 않았던 씩씩한, 하지만 가끔은 철이 없어 보이기도 했던 부모님의 모습속에 웃음을 담아내기도 했었구요. 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떼어놓을 수만은 없었던 슬픔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 그리고 나이듦과 젊음, 그리고 가장 빛나는 청춘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

< ▲ 인생을 빠르게 살았던 '아름'이가 전하는 삶에 대한 고찰, '두근두근 내인생' >

17살이라는 나이에 갑자기 부모님이 되어버렸던 대수와 미라, 그 부모의 아들로 태어나 17년을 살았지만 어느덧 부모님보다 훌쩍 늙어버린 아름이. 내면의 나이는 17살 철없는 청소년이었지만 그 내면에 비해 외면의 나이를 훨씬 빨리 먹어갔던 아름이는 내면의 나이 역시 같이 먹어가길 바랬고 그랬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성숙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남들보다 훨씬 빨리 '인생'을 알아가는데, 특히 '언제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기 때문에 살고 싶다고 말하던 아름이의 그 말은 예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봤을때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하게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그토록 갈망한 내일이다' 라고는 말도 있듯이 어쩌면 우리는 하루 하루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그 하루의 시간을 그저 허공에 날려버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처럼 <두근두근 내인생>은 아름이를 통해 우리의 인생, 그리고 나이듦과 젊음, 그리고 가장 빛나는 청춘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매우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결코 특별하게 느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우리네 가족들의 이야기로도 느껴지는 보편적인 이야기

< ▲ 아버지의 입장이 되어서 아버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

그리고 뜻하지 않았던 순간에 너무 일찍 부모님이 되어버렸던 대수와 미라. 17살 시절,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두 사람은 '꿈'을 갖고 있기도 했었지만 아름이를 낳고 부모님이 되면서 그들은 그 꿈을 포기해야했습니다. 그리고 아름이를 위해서 살게되는 그들의 인생은 오로지 아름이만을 위한 '희생'의 연속일 수 밖에 없었구요. 이처럼 두 사람은 그들보다 훨씬 더 철들었던(?) 아름이를 통해 성장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며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들을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 보면서 절절하게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작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대수와 아버지 사이의 그 후반부 에피소드가 상당히 가슴을 울리기도 했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 그리고 우리네 부모님들의 모습인 것이겠죠? 우리의 부모님들은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면서 사셨을런지.. 부모님들은 흔히 "너도 애 낳고 살아 보면 다 알때가 있을거다" 라고도 말씀들을 하시는데 그 말을 예전엔 흘려 들었었지만 결코 흘려서 들을 것이 아닐 것이기도.. 이처럼 <두근두근 내인생>은 2000천만명중에 한명이 걸린다는 불치병을 소재로 하고 있는 매우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인물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가 결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편적으로 느껴지던 영화였기 때문에 좋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