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네모난 세발 자전거

2014.8.6~9.14/70분/대학로자유극장/전체관람가/30,000/8.23.토.3시

네모라서 느리고, 네모라서 답답하고, 네모라서 이해안가는

네모난 우리 아버지 이야기.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슬프기도 한 이 시대 모든 아버지에게 드리는 이야기.

웃픈 네모난 세발 자전거

바퀴가 네모난 세발자전거. 이 자전거가 못구를 거라 의심하지 말라.

당신들 아버지는 모두들 이런 자전거를  굴리며 당신들을 키우셨으니..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노인이 된 나.

일제시대부터 6.25전쟁, 새마을 운동등 역사의 터널 속을 통과해오며

삼대로 이어져온 옹기쟁이의 신념과 인생이 담긴 한 배우의 삼거리 사랑방 이야기..

우리 현대사의 풍파 속에서, 흙이 만들어내는 생명이라는 '옹기항아리'에 대한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이 작품 속, 옹기쟁이의 삶과 오랜 세월 동안 무대를 지키며

살아온 한 배우의 인생이 닮아있는 작품이다.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우리 고유의 색깔과 취향,

그리고 맛과 멋이 제대로 드러난 예술성 높은 걸작 1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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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쟁이의 할아버지는 한학가문에서 자라 천주학을 하고, 박해를 피해 충청도 촌구석으로 피신,

옹기항아리를 만들며 생계를 유지한다. 천주교 공소회장을 맡은 할아버지가 쓴 가훈  "信".

일제강점기, 독립군으로 지원해 만주로 떠나고 아버지의 뜻을 따라 만주로 가던 독쟁이의 아버지는

압록강에서 친일파의 밀고로 붙잡혀 고문으로 반미치광이가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벙어리가 된다.

6.25사변, 독쟁이는 군대에 자원하나 다리를 다쳐 상이군인으로 돌아오지만, 아내와 두 자식은

전쟁 속에 행방불명이 되어 소식이 없고 성치 못한 두 부모님만 기다리고 계신다.

독쟁이는 가난때문에 무작정 상경, 무연고 공동묘지에 루핑판잣집을 짓고 옹기항아리 행상을 한다.

황토 흙의 감촉을 느끼며 비로소 아버지의 불매기 옹기항아리가 가마의 맨 앞에서 강렬하게 타 오르는

센 불을 막아내며 그 불길을 넘겨주는 불 막이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불매기 독이야말로 그 뒤에 있는 자식 같은 수많은 옹기항아리들을 지켜낸다는

아버지의 숙명과 같은 이치라는 깨우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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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연령층이 상당히 폭넓다.  1인극 선택하기 쉽지 않은 극,

염쟁이 유씨의 감동을 기대해본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들기 때문이에요.  시들지 않고 평생~ 피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

"잎도 피기 전에 꽃부터 피우는 진달래 꽃, 그래서 참꽃"

"자는 시간 빼면 사십년도 못 사는 인생~"

축을 읽는 듯 암송하는 조선후기 천주교기도문. 윤심덕의 애처로운 노래.

뜬금없이 치고 나오는 정체모를 노래들. 끊임없이 방문을 드나들며 삼 대를 열연하던 배우.

믿을 신, 바를 정. 믿음과 정신. 자존감. 가치를 논함에 앞 줄에 서 있는 꼿꼿한 단어들이다.

"이런  정신들 앞에선 어떤 무법자도 지리멸렬하는 법이야~" 사라져가는 이런 정신들이 그립다.

좌경천리, 입경만리. 소리가 울리는 탓에, 그리고 아무래도 넘치게 많은 대사와 어려운 한자들,

연세도 있으셔서 발음상의 어려움까지 더해.. 대사의 전달력은 70%정도. 20.30대는 50%정도?

"성벽은 방어도 하지만 함부로 나갈 수 없는 울타리의 역할도 하는 겨~"

그것처럼 사람도 자기가 만든 도가니 안에 갇히는 것.  죽음.

 
(사진: 인터파크)

깨달음의 순간. 옹기를 만드는 과정에 대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그저 고추장, 간장, 된장, 소금 담아 두는 옹기 항아리일 뿐인데..

흙을 체치고 물을 부어 가라앉혔다가 발로 수없이 밟아 반죽을 하고

도자기물레에 올려 빚고 춤을 추는 듯한 손길로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림을 입힌 뒤

일주일동안 소나무로 때는 사천도 이상의 화마를 견디고 나온 옹기.

뒤에 수많은 자식같은 옹기들을 대신해 화마의 터널 앞에 서 강건히 버티는 불매기.

주름 많은 근현대사 속에서 자식과 아내를 지키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고 고문을 받고 사형을 당하고

전쟁에 참전하여 상이군인이 되기도 하고 죽기도 하고

그리고 나서는 가난과 싸워야했던 우리의 불매기독, 아버지들.

자신이 원하던 모양이 아니라 깨뜨려 버리는 행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뒤따른다.

"자식이 못났다고 버려? 다 자기 생김새대로 쓰임새가 있는겨~"

듣고 나니, 도자기 만드시는 예술가분들 펄펄 뛰실 지 몰라도

어쩌면..예술가의 혼 찾기보다는 완벽과 강박에 기인한 행동이 아니었을까..

어쩌면..수요와 공급을 조정하여 더 가치를 높이려는 행동은 아니었을까..하는

무식한 생각까지도 들게 만드는 설득력있는 말이 아닌가.

아버지의 유골을 강에 뿌리고, 어머니 유골을 담았던 옹기에 색동저고리를 입히고,

아내대신인 노란 나비, 아이들 대신인 인형 두 개를 옹기에 넣어 세발 자전거에 싣고

무대를 돌아 바퀴를 밟아 길을 떠난다. 매일 새롭게 자유롭게...

한입뿐,오동통,오동동 애처롭게 부르는 그리운 가족의 이름만이 무대에 남는다.

어르신들이 보신다면 참 공감 많이 하시고 흥도 꽤 나시겠다 싶게 만들었다.

1인극으로 방대한 시간과 여러명의 인물을 표현하려다보니

거의 모든 상황과 배경을 설명하는 투가 되어버려 조금은 지루하다 싶었지만

오랜 시간 무대를 지켜 온 그의 모습이 옹기쟁이와, 불매기독과 닮아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아픈 아버지상. 무릎치게 만드는 귀절들이 많은 것은 닯았다.

할 말이 많을수록 절제하는 것. 나도 지키기 어려운데 누굴 뭐라 하리..

자식과 화해하고 싶은 부모, 부모와 화해하고 싶은 자식에게 추천하는 극이란다.

안타깝게도 이 자식과 부모의 연령대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는 높아야 할 듯.

관객들과 무대에서 사진도 찍어주신다.^^

출입문을 나오니 얼려놓은 비타500과 다른 날짜의 초대권~!

수준 높은 극에 부응할 관객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렇다고 내 수준 높단 것은 아님!

극의 수준이 높다하여 무에 걱정인가.

모르는 말을 기억해두었다가 전국민이 애용하는 검색창을 이용하면 될 것 아닌가?  

맨날 호호깔깔대며 박수치고 맞아맞아 하는 연극보다

이건 뭐지? 저건 뭐지? 진짜 저랬나? 재미지지 아니한가..젊은이들?ㅎㅎㅎ

그런 의미에서 오늘 공연에 왔던 앞 줄 젊은이들에게 쓰담과 박수를~!!!

여하튼 이런 장대한 한 가족의 서사를 써 내신 작,출연의 박정순님도 대단하고

이런 극의 연출을 선택한 젊은 연출가도 대단하다. 대단한 1인극이다.

기획:Door / 제작:극단 광장 / 작:박정순 / 연출:오리라 / 예.감:문석봉  / 출연:박정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