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 인 더 문라이트> 아름답고 낭만적인 '사랑' 이라는 마법
★★★☆
" 이 세상에는 신의 의지이든 아니든
어떤 마법이 존재 하는 것은 분명하다 "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에서 '바르셀로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파리' 그리고 <로마 위드 러브>의 '로마'까지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돌면서 특유의 위트 가득 담겨 있는 낭만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던 우디 앨런 감독. 그런데 작년에 보여줬던 <블루 재스민>은 유럽 시리즈와는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작품이자 상당히 냉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었던 것인데 <블루 재스민>을 통해 '케이트 블란쳇'은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다시 '유럽 시리즈'로 돌아간 것으로 느껴지는 작품이로군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이성적인 인물 '스탠리'(콜린 퍼스)
< ▲ 유럽을 사로잡고 있던 최고의 스타 마술사 '웨이링수',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은 영국인 '스탠리'(콜런 퍼스)입니다 >
영화의 배경인 1928년, 유럽을 사로잡고 있는 최고의 스타 마술사로 명성 높았던 중국인 마술사 '웨이링수'(콜린 퍼스). 사실 그는 감쪽같이 변장하고 있었던 영국인 '스탠리'였었는데 그는 어떤 믿을 수 없는 일이든 트릭이 존재하는 법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 것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이성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상당히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확고한 주관을 가진 인물이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좁은 세상의 틀'에 갖혀 있는 것 같았던 스탠리의 삶은 그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쭉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이더군요. 그가 어린 시절 천문대에서 바라봤던 밤하늘은 보통의 사람들처럼 아름다운 별이 가득 메우고 있었던 아름답고 더 넓은 세상으로 보였던 것이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을 주는 미지의 세상,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일 뿐이었으니까요.
정반대되는 여인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를 만나게 되는 스탠리,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
< ▲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절대 믿지 않았던 '스탠리'가 만나게 되는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 >
이랬던 스탠리가 '심령술사'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던 '소피'(엠마 스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영적인 진동'을 통해 죽은 사람의 영혼과 소통하고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만 보고 그가 살아온 과거의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곤 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소피, 하지만 이런 소피의 심령술은 스탠리의 입장에선 절대로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트릭을 밝혀내기 위해 '남부 프랑스'로 향하게 되는데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이 상극과도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그리고 이후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것이기도 한데, 그래도 역시 이렇게 '반대'되는 성향의 사람이 만나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네요.
결코 논리적으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숨길 수도 없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마법같은 감정, '사랑'에 대한 예찬으로도 보였던 영화
< ▲ 처음에는 그저 '소피'에게 냉소적인 시선만 보냈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급변하는데..
하지만 그런 변화 속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
" 첫눈에 반하는 사랑 그게 얼마나 마법 같은 것인지.. "
너무나도 확고했기 때문에 일종의 신념이 되어버렸던 주관의 틀에 자신을 가둬놓고 있었고, 언제나 '감성'보다는 '이성'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기 때문에 스탠리의 삶은 무미건조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여인 소피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그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조금씩 맛보고 자신이 몰랐던 다른 삶이 있음을 조금씩 깨달아가며 급기야 '소피'에게 조금씩 이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스탠리는 그런 자신의 변화를 결코 쉽게 수용할 수는 없었죠. 그의 일생을 지배하고 있었던 신념대로 생각한다면 소피는 절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결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으며 그의 곁에는 '이성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약혼자가 존재하고 있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스탠리는 약혼자와 함께 하면서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소피에게서 느끼게 되고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조금씩 깨달아갑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를 통해 사랑의 감정이란 결코 논리적으로 따지거나 이성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트릭'을 이용하여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감정임을 이야기 하는데 이처럼 <매직 인 더 문라이트>는 '스탠리'를 통해서 그려내는 마법과도 같은 사랑에 대한 예찬으로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감독의 최근 작품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한 위트 !
그리고 매력적이었던 배우 엠마 스톤과 콜린 퍼스 !
< ▲ 매력적인 두 배우, 그리고 낭만적인 이야기, 아름다운 남부 프랑스의 경치 >
하지만 최근의 그의 작품들에 비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살아있긴 하지만 <미드나잇 인 파리>나 <로마 위드 러브>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했고 <블루 재스민>과 같은 깊이있는 이야기로 느껴지지도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영화의 중심이 되고 있던 '스탠리'의 변화가 조금은 급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어리둥절함을 안겨주기도 하는데 이런 아쉬움이 있었긴 하지만 남부 프랑스의 아름다운 경치와 어우러지는 매력적인 배우 콜린 퍼스와 엠마 스톤의 조합,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느껴지는 영화였었습니다. 다만 '마술사'와 '심령술사'라는 특별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이 보여줄 '특별한 로맨스'를 기대하신다면 그 기대에 완전히 부합할 수 있을 영화로는 느껴지지 않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