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선의 국모다. 내 비록 너희들 칼날에 쓰러지지만 지하에서 두 눈으로 네 놈들을 지켜볼 것이다”

지난 SBS ‘제중원’에서는 1895년 8월 20일 새벽에 벌어진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그려내 시청자들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자 이제 여우를 잡아오기 바란다”라는 조선주재 일본공사 미우라(김병세 분)의 지휘아래 일본군과 낭인배 등이 경복궁을 기습했다.

명성황후(서이숙 분)는 상궁의 복장을 했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그녀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에 일본인들은 석란(한혜진 분)에게 명성황후가 누구인지 밝히라며 협박했고, 상궁들은 차례로 나와 왕비를 지키기 위해 “내가 중전이다. 날 죽여라”며 죽음을 불사했다. 많은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명성황후는 단호한 목소리로 “내가 조선의 국모다”라며 나타났다.

명성황후는 “슬프고 원통하다. 어쩌다가 나라가 이지경이 됐는가”고 한탄하며, “허나 이 나라 조선은 너희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내 비록 너희들 칼날에 쓰러지지만 지하에서 두 눈으로 네 놈들을 지켜볼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일본 낭인들의 칼에 쓰러졌다. 게다가 일본인들은 나라의 왕비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녀를 끌고 나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로 태우기까지 했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이 일어난 후 일본공사 미우라는 궁궐에 머물러 있다가 사건을 목격한 미국인 구문 다이(Dye W.M), 러시아인 기사 사바틴(Sabatin G.)의 추궁이 있자 영악한 계획을 세웠다. 미우라는 왕비를 죽였다는 소문을 통제하기 위해 한성신보 주필인 구니모토에게 명성황후 시해와 일본이 관련이 없다는 기사를 지속적으로 내보내라 지시했다. 또한 미우라는 와타나베(강남길 분)에게 한 달 동안 조선인을 무료로 진료해주고 왕비가 궐을 버리고 도망갔다는 소문을 퍼뜨리라 지시했다.

많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에서 명성황후 시해를 다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 장면은 언제나 아픔이었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 역시 “명성황후 시해 장면을 보니 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멍해있었습니다. 오늘 생각할 것이 많아졌네요. 독도 문제도 갑자기 생각나네요”, “슬픈 역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제중원’은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 집계결과 지난 회(13.9%)보다 0.1%포인트 소폭 상승한 14.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천경진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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