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결혼 3년차. 혼전임신으로 결혼했습니다. 

신랑은 초등학교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님 밑에서 자랐고,

그 뒤 방황하여 공부는 뒷전이고 학교도 퇴학 당하고 이래저래 힘들게 졸업했습니다.

 

그냥 사람은 착해요. 착해빠졌어요. 그거 하나는 인정합니다.

물론 결혼하고 안보인던게 보이긴 하지만

연애할땐 몰랐던 부분들이 결혼하고너무 확연히 드러나기 시작했네요.

 

가장 큰 문제는 술입니다.

어릴적 방황하면서 배웠던 술인지 술버릇이 아주 심각하네요.

뭐 사람을 때린다거나 뭔가 던지거나 폭력적으로 변한다던가 그건 아니에요.

아니죠. 아주 간혹가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하죠.

10번중에 1번정도요.

 

무엇보다 술 자제를 못해요.

저 또한 예전부터 술을 즐기고 여자치고 술을 잘 마십니다.

결혼전부터 술자리가 많았고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심각한 사람은 처음이네요.....

알고 결혼한 제 잘못도 큽니다. 물론 혼전임신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이게 지금와서 이렇게 큰 문제가 될지 몰랐네요.

 

술을 마시면 끝을 봐야하고, 물론 다음날 되면 기억을 못합니다.

정신이 붙어 있는 한 술을 더 달라하며 눈은 아주 반이상이 풀리고

얼굴은 터질듯이 빨개진 상태, 말은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

걸음걸이는 이리부딪히고 저리 부딪히고.....

 

남편의 실수로 인해 작년에는 각서까지 받았지만 잠시 그 뿐이었네요.

 

참고로 술버릇을 말하자면,

우선 제 친구들은 제 신랑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이유인 즉슨, 같이 곱창집에서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기분 좋게 취한 그 상황에 이래저리 티격태격 말다툼을 했는데

갑자기 제 신랑이 저를 때린다고 의자를 듭니다.

물론 내리치지 않았지만 곱창집에 있던 사람들 난리나고 직원들까지 다 말리고..

말도 아니었죠. 다음날, 당연히 기억못합니다.

 

최근에도 만취해서 몸도 못가눌 정도로 집에 들어온 신랑 때문에

거의 3주 정도를 냉전상태로 지냈습니다.

저도 이제 더는 말도 하기 싫고 지친 상태라 오히려 그게 더 맘이 편해지더군요.

잠시 조용한가 싶었는데 일이 터졌네요.

신랑이 또 만취해서 난동아닌 난동을 부렸어요.

그리곤 그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아버님과 누나가 올거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전 신랑이 미우니 시댁도 밉습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넘어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에요.

술 먹고 냉전상태에서 아버님 오신다고 하면 또 애기데리고 부랴부랴 나가서

밥 먹고 차 마시고 이래저래 하다보면 또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게 됩니다.

아마 신랑은 이게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그 전날 난동을 부렸던 기억에 이번엔 전 못나간다고 딱 잘라 말했네요.

내가 안나가는 이유를 대던지 아니면 어제 있던 일들 기억해서 다 말하라고요.

신랑이 애기만 데리고 나갔는데,

밥만 먹고 아버님과 누나 데리고 다시 집으로 오네요.

 

누나는 제가 안나온게 못마땅했나 봅니다.

아무리 니들이 싸워도 아버님이 오셨는데 이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이런식입니다. 물론 압니다.

근데 전 지금까지 그렇게 지냈던게 한두번도아니고 정말 저도 너무 지쳐서

그 상태에서 나가면 저도 폭발해 버릴거 같아서 참고 참았던건데

 

결국 서로 둘다 폭발했네요.

 

아버님이 경제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신 건 사실입니다.

신랑이 전문적인 직업도 아니고 기술도 없고 솔직히 말해 능력이 없어요.

지금 사는 집도 아버님이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시누말은 이렇습니다.

자기도 자기 동생이 그런건 대충은 알고 있다. 근데 니 신랑이 아무리 못해도

시댁에서 너희에게 이렇게 도움을 많이 줬고 챙겨주는데 그건 안보이냐.

그걸로 좀 참아줄 수 없겠느냐.

 

하..

 

제가 신랑보고 결혼한거지 무슨 시댁보고 결혼했습니까?

 

신랑이 잘해야 저도 시댁에 더 잘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우러러 나오는데

제가 무슨 천사입니까.

 

그리고 시댁에 두군데 입니다.

오빠의 친어머니가 있기 때문이죠.

이혼하고 누나도 아버님과 살다가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친엄마에게 가서 살았고

딸이라서인지 아버님보다 어머님을 더 두둔하는 편입니다.

 

거기서 또 그 말이 나옵니다.

 

너는 대체 시댁에 뭘 했길래 이러냐.

니가 엄마를 챙기기는 하냐.

거기서 왜 그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시누도 지금까지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한 모양입니다.

 

저희 시어머님,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솔직히 저는 결혼하고 아버님과 새어머님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고,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시어머님이 제 신랑에게 전화로 제 흉을 보는 걸 듣고는

그 뒤부턴 잘해봤자 소용이 없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저에게 전화할땐, 꼭 술 드시고 밤 11시 넘어서 전화하십니다.

횡설수설 하시며 같은말 또 반복하시고..

딸은 이해하겠죠. 근데 며느리가 그걸 어떻게 이해합니까.

진짜 한두번도 아니고,,

 

결국엔 둘이 방에서 심한 말까지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있자니 저도 너무 화가 치밀어 올라서

 

그럼 대체 언니는 아버님한테 뭘했냐.

왜 자식이 부모를 챙기지, 며느리가 챙기길 바라고 있냐.

 

이런 말까지 오가며

 

저는 못된년, 싸가지없는 년이란 소리까지 듣고..... 진짜 막장까지 갔네요.

 

 

결국엔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풀긴 했는데

자기는 자기 엄마도 불쌍하고 어릴때 부터 엄마 떨어져서 지낸 자기 동생도 불쌍하고,

그리고 예전엔 보수적인 아빠가 너무 싫었지만

지금은 혼자돼서 저렇게 있는 아빠도 불쌍하다고 하네요.

 

그걸 다 떠나서,

저는 신랑이 정신만 차리면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결혼이라는게 정말 현실이라는 건 알지만 이건 정말 너무 아닙니다.

신랑과 애기 챙기면서 정말 알뜰살뜰하게 잘 살고 싶지만

신랑이 너무 안도와주네요.

 

전 갈수록 애기한테만 집착하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신랑은 그 일에 대해 아무 말이 없습니다.

궁금하네요.. 신랑은 누나와 제 모습을 보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기의 잘못된 행동의 결과가 이렇다는거에 대해 뭔가 다짐을 했는지..

어제 그 일로 인해 달라지긴 할까요..

 

만약에 또 신랑이 만취상태로 들어오면 전 어쩌죠..

 

지금 출근해서도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별에 별 잡생각만 머릿속을 떠다니네요..

그리고 쫌만참을껄.. 시누랑 그정도까지는 가지 말껄.. 하는 후회에

아직도 가슴속에 뭔 응어리가 진 기분이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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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있어서 놀랐습니다.

소중한 댓글 하나하나 감사히 잘 읽었구요,

많은 생각과 반성도 했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못된앤줄 몰랐어요..

날이 지날수록 제 자신에게 제가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으니까요..

정말 처해진 상황에 따라 사람이 변한다고 하지만 그게 저에게도 속할 말일줄은 몰랐네요.

 

조금의 오해가 있으셔서 조금 덧붙입니다.

물론 시누이와는 그 자리에서 잘 풀었습니다.

신랑과 이혼할 거 아니면 그런 상황에서 보내는게 도리는 아니라는 건 알기에

집에 간다는 시누의 팔목을 잡으며 방에서 다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오해했던 부분에 대해서 잘 풀었구요,

다만 느낀게 한가지 있다면.. 시누가 참 독하고 센 사람인줄만 알았는데

눈물많고 여리더라고요...

그 때문에 서로 언성이 오간거에 대해 제가 많이 반성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시댁에 함부로 대하진 않습니다.

물론 신랑이 미우니 시댁도 밉다고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제 할 도리는 다 했습니다.

시댁에 두군데다 보니 솔직히 친엄마 쪽엔 신경을 덜 썼지만

아버님이 새어머님과 헤어지시고 제사와 명절엔 제가 음식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이런 언성이 오갔고,

저 또한 언성을 높일 생각으로 말한 게 아니라 이제 더이상 저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아서

같이 해결책을 놓고자 해서 아버님과 시누에게 말하는 상황에

시누가 조금은 동생을 감싸는 말이 제게는 가시로 들렸나 봅니다.

 

아버님은 제게 따뜻하시고 잘 대해주십니다.

늘 부족한 아들을 염려하셨기에 잘 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 집에 신경을 많이 쓰십니다.

그 이유로 새어머님과 헤어지셨습니다.

전 결혼한지 얼마 안돼서 그 과정을 다 지켜보았고

새어머님과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아버님이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았고

아버님과 새어머님 사이에서도 많이 힘들었기에 많이 지쳤나 봅니다.

 

 

이런 환경에 신랑이 정신을 못 차리니 저까지도 정신을 놓았나봐요..

아직도 머리가 벙 찌고, 마음에 응어리가 없어지지 않네요.

 

아버님께선 신랑이 술을 과하게 먹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며 다시는 이런일이 있으면 신랑 데리고 병원까지 가본다는 말도 했고

이래저래 그 문제에 대해서는 잘 풀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신랑 몫이겠죠..

그리고 저 또한 어떤 해결책을 찾아야겠죠..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고 댓글을 읽으며 그나마 위로해 봅니다..

많이 반성하고 생각하고 느낍니다.

좋은 말씀, 그리고 따끔한 충고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