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두 바퀴로 굴러간다

한 해의 계획을 점검해보게 되는 3월입니다. 연초에 새해 계획을 세웠던 분들 중에서는 거창하게 일으켰던 마음(作心, 작심)이 삼일만에 끝난 분들도 있을 테고, 좀 더 마음 기둥이 단단했던 분들 중에는 아직까지 그 결심을 유지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새해에 세우는 여러 계획들 가운데 특히 건강과 관련된 결심은 특히 오래 지속하는 것이 힘들 지 모릅니다. 그 이유는 건강은 곧 습관이라는 양분을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잘 묵혀 둔 거름과 같아서 오랜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4층, 5층에 사무실이 있는 분들은 한 일주일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보세요. 그 다음부터는 발길이 저절로 계단을 향하게 될 겁니다. 또 고혈압이 걱정되어 싱겁게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면 서서히 간을 줄여서 딱 일주일만 저염식을 실천해보세요. 혀란 녀석은 참으로 간사한데요, 그 짧은 일주일 만에 몇 십년 동안 굳어져왔던 입맛이 달라져, 짠 음식을 먹게 되면 금새 짜다고 느끼게 될 겁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동하는 습관만 바꿔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출퇴근 길 한 정류장 전에 내려서 걷기,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산책하기 등 시간은 쪼개어 쓰기 나름입니다. 사실 인간은 걷지 않는 것보다는 걷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종족입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걸어다닌 시간이 훨씬 더 오래 됐기 때문이죠. 걷기는 우리의 유전자 속에 이미 각인되어 있는 친구와도 같아서 한번 길들이게 되면 오랫동안 입어서 내 몸에 꼭 맞춰진 해묵은 옷처럼 편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무릇 건강은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갑니다. 바퀴 하나가 앞서 말한 대로 습관의 바퀴라면, 또 다른 하나는 관심의 바퀴입니다. 우리 몸이 보내는 사소한 시그널을 무시하지 않고 포착해 내는 것, 몸 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키우는 것, 내 몸을 혹사시키거나 혹은 너무 사랑하지 않고 적당하게 돌보는 것 등이 모두 관심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저는 저녁때 자기 전에 항상 제 다리와 발을 주물러주면서 “이 노구를 끌고 다니느라 고생했다.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할께”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렇게 나를 이루는 내 몸 부위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사소한 신호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발에 생긴 작은 상처 하나도 큰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당뇨병 환자나, 한번 암을 앓아 항상 재발의 위험에 놓여 있는 암환자들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섬세한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40~50대 중년 남성들 역시 이 점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사회적인 성취나, 물질적인 가치에만 매몰되어 자신의 몸 돌보는 일에 소홀하다가 큰 병을 앓고 허망하게 세상과 작별하는 경우를 왕왕 보아 왔기 때문입니다.

몸의 신호를 포착하는 것 못지 않게 마음이 내는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신의 건강은 흔히 몸의 건강에 비해 간과되기 쉬운데요, 마음이 몸을 지배하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진리입니다. 오래 된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마음의 감기쯤으로 방치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복장에서 열불 터지는 일이 많아서 생기는 ‘화병’도 한국인의 고질병쯤으로 치부하지 말고, 폭발하기 전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계획을 세우고, 점검하고, 다시 세울까 말까를 고민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포기하게 되고…. 해마다 반복되는 공허한 리추얼이 지겨우신가요? 올 한해 적어도 건강 분야만큼은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습관’과 ‘관심’ 두 가지 키워드를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글: 힐리언스 선마을 이시형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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