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북 고르는 기준-타입별 맞춤 도서를 만나봐
다슬 2016.04.14 19:27:37
두 달에 한번 꼴로 여행을 다니는 여행 마니아 K양. 그녀가 처음 홀로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여행 가이드북이었다. 숙소, 유적지, 맛집 등 기본 여행 정보와 동선에 맞춘 버스 노선까지 세세하게 써있는 책을 캐리어에 넣고 호기롭게 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책은 캐리어 속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그녀가 고려하지 못한 건 여행의 목적이 ‘휴식’에 있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식이나 연애 타입이 있듯, 여행에도 내 성향에 맞는 ‘타입’이란 게 존재한다. 돈을 모아 떠나는 럭셔리 여행과 배낭 하나 들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 중에서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 이에 맞춰 최근 여행 도서는 과거처럼 ‘기본적인 사항’만을 담고 있지 않다. 여행자의 특성에 맞춘 감성적인 에세이부터, 마니아적 도서, 인문학과 결합된 여행 도서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자신이 그 지역 가장 유명한 곳을 찾는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인지, 아니면 지도에도 없는 장소를 발굴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는 스타일인지에 따라 도서 선택은 달라진다. 작게는 가격, 먹거리, 구경하는 장소에 따라 여행지 선택의 기준은 천차만별인 것처럼 말이다. 개개인의 여행 타입에 따라 여행에서 추구하는 것 전부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몸속 깊은 곳에 숨은 여행 욕구를 샘솟게 하는 타입별 도서는 무엇이 있을까.
Tip - 방랑객? 유랑자? 내 여행 타입은 무엇
재미로 보는 ‘대한항공 대국민 여행 타입 테스트’지난 2014년, 대한항공은 ‘누구나 저마다의 여행지가 있다’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TV CF와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 리서치 그룹 이드솔루션(ID Solution)과 함께 개인 여행 타입에 맞춰 여행지를 선정할 수 있는 심리테스트를 마련했다. 홈페이지(mytravel.koreanair.com)의 11단계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어떤 여행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A타입게으르지만 합리적인 방랑객 세월에 의해 검증된 것과 오래되고 유서 깊은 것에 끌리는 타입으로 정해진 코스의 여유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C타입까다롭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유랑자 기존에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을 찾는 편이다. 남들이 늘 다니던 길 대신 처음 보는 길을 선택하는 스타일로, 계획된 일정보다는 자유롭게 여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D타입호기심 넘치는 지구별 여행자 정해진 코스의 정해진 즐거움보다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즐거워한다. 뭔가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깜짝깜짝 벌어지는 그런 여행을 기대하는 타입.
M타입구름 가듯 달 가듯 변덕쟁이 나그네 사회적으로 가장 ‘정상’에 가까운 성품을 지닌 유형.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남들이 늘 다니던 길을 선호하고, 주로 마음을 못 정하고 갈팡질팡 하는 경우가 많은 편.
S타입학구파 타입의 센스만점 모험가 평소 착실하고 얌전하지만 가슴 어딘가에 들끓는 열정이 도사리고 있다. 세월에 의해 검증된 것을 선호하고, 정적인 곳보다 동적인 곳을 선호하는 편.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인터파크 투어에서 ‘2015년 인기 여행지’를 조사한 결과 1위는 도쿄, 2위는 오사카, 3위는 홍콩, 4위는 방콕이었다. 도쿄는 2012년부터 줄곧 1위를 기록했으며, 특히 오사카의 경우 1년만에 3계단 급상승했다. 이는 엔화 약세로 실질적인 여행비용이 줄어들고, 항공사들의 경쟁으로 인한 항공운임 인하, 그리고 근거리 국제선을 확대하는 LCC의 노선전략과 맞아 떨어지며 최근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클로즈업 오사카> 유재우, 손미경 저/ 에디터 펴냄 ◀
‘빨간책’이라는 애칭이 더욱 익숙한 도서 <클로즈업 오사카>가 2016~2017년 전면 개정판으로 나왔다. 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오사카 전역을 샅샅이 훑으며 발굴해낸 정보만을 엄선했다. 오랜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 문화 유산, 놓쳐서는 안될 베스트 스폿,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포인트, 저렴한 한인 민박시설, 그 밖에도 최근 변경된 현지의 가격 정보와 새로운 핫플레이스 소개까지 알짜 팁으로 가득하다. 물론 ‘식도락의 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오사카의 소문난 맛집 정보도 충분하다.
▶마니아적 취향을 담아내다
<시드니!> 무라카미 하루키 저/ 비채 펴냄 ◀
기존 번역본에서 누락, 축약된 100여 매의 원고를 추가해 최근 출간된 책이다. 올림픽 열풍이 분 2000년, 시드니행 비행기에 오른 ‘특별취재원’ 무라카미 하루키. 23일 동안 시드니를 다니며 매일 400자 원고지 30매씩, 하루키가 써내려 간 올림픽 관전기 및 여행 에세이를 한데 모았다. 소설가 하루키에게 익숙하든, 처음이든 이 책을 한번 만나보자. “기분 좋게 땀을 흘렸다. 다 뛰고 호텔로 돌아오니, ‘오늘 시합 나가세요?’ 하고 도어맨이 물었다. 설마요.” 이처럼 하루키 특유의 감성을 한층 생생하게 살려낸 문장이 여행기의 맛을 더한다.
서정적 시선의 감성 여행 에세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감성 여행자’의 고전 도서다. 책 속에 윌리엄 워즈워스, 빈센트 반 고흐 등 친숙한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등장시켜, 여행에 끌리게 되는 심리와 여행 도중 지나치는 장소들이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뒤를 잇는 책을 만나고 싶다면 다음 책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병률 여행 컬렉션> 이병률 저/ 달 펴냄 ◀
여행 에세이 장르의 지평을 연 이병률 여행산문집 3종세트 도서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읽는 이에게 때로는 연서로, 때로는 청춘열서가 되기도 한다. 여행지에서의 식도락 정보는 다른 여행서와 비슷하게 느낄지 몰라도 저자의 경험과 이를 서술한 표현력은 ‘어떤 여행이 이상적인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특히 무겁지 않은 책의 부피가 매력적이다. 오늘도 여행을 머뭇거리는 사람들의 등을 살포시 밀어준다.
▶<오늘 이 길, 맑음> 정지영 저/ 미호 펴냄 ◀
해외 유명 여행지에 가지 않더라도 당장 지갑 하나만 들고 떠날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들이 있다. 서울의 20개 지하철역 주변을 ‘느리게 산책하기’가 이 책이 주는 감성이자, 재미이다. 조금 느려도 천천히 함께 가는 행복한 지하철 여행.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이 책은 기분 좋은 길을 안내한다. 저자의 일상부터 옛 추억, 오늘의 고민, 미래의 다짐 등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보행 약자들이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소(휠체어로 갈 수 있는 장소, 엘리베이터가 있는 장소, 바닥이 고른 길 등)들을 알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의 여행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여행자라면
▶<여행자의 인문학> 문갑식 저/ 다산 3.0 펴냄◀
‘왜 유럽을 여행해야 하는 것일까?’ 막연한 로망만을 품고 있는 유럽여행에 신선한 의문을 제기하는 여행서다. 사유의 원천이 된 유럽. 한번쯤 떠나봐야 할 유럽여행에 대한 감성에 인문학의 지성을 더했다. 독자는 인문학 고전의 무대가 된 여행지를 찾고, 작품 속 인물을 깊게 이해하게 되는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자살한 오베르쉬르 우아즈의 밀밭, 마담 보바리의 욕망이 느껴지는 루앙, 인상주의 화가들이 사랑한 노르망디 해변의 에메랄드 빛 바다 등을 만나보노라면 이 책이 인문학 도서인지, 여행 도서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그래도 딱히 상관은 없다. 여행자를 꿈꾸게 한다는 데는 매한가지다.
▶<게스트하우스 FRANCE> 민혜련 저/ 홍익출판사 펴냄 ◀
이 책은 ‘내 인생의 전환점은 프랑스 여행의 전후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와 젊음이 공존하는 파리,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을 무스티에-생트-마리, 1000년의 시간을 간직한 도시 콜마르 등 프랑스 곳곳을 200% 즐기는 방법이 서술돼 있다. 혹자는 프랑스의 작은 중세마을에 한 달쯤 머물면서 우아하고, 섹시하게 여행을 즐기는 법을 깨달을지도. 프랑스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와인 발효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이 책에 대한 신뢰감을 더한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포토파크, 대한항공, 에디터, 달, 미호, 비채, 다산 3.0, 홍익출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