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와 프라이팬을 얼마나 사용해야 '이쯤 되면 쓸 만큼 썼다'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사용하면 손상 없이 더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을까. 안전성과 기능성을 고려한 냄비의 수명에 대하여.

찌개든 라면이든 찌그러지고 닳은 양은 냄비에 끓여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 반대로 프라이팬에 코팅이 벗겨진 자리가 3군데가 넘으면 바로 버려야 한다는 사람. 이것은 모두 냄비와 팬의 수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소재에 따라 어떤 냄비는 조금만 손상이 가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출하고, 또 어떤 소재는 아무리 스크래치가 나고 불에 타도 문제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즉, 냄비와 프라이팬은 소재별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좌우된다.

제조 전문가들이 말하는 냄비와 팬의 올바른 사용법

소재에 따라 손상도가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리 용기를 가장 많이 훼손시키는 것은 잘못된 세척 방법과 보관 방법이다. 세척할 때 물의 온도와 수세미의 재질, 사용하지 않을 때 보관 방법, 그리고 조리 도구의 소재에 따라 냄비의 수명은 달라진다. 냄비를 직접 만들고 연구하는 전문가들에게 올바른 사용법을 물었다.

(위에서부터)
법랑, 주물 등 철 성분이 포함된 냄비

철로 만든 냄비는 구연산, 사과산 등 산성 조미료와 만났을 때 냄비 속에 있는 철 성분이 녹아 나와 음식에 스며들게 된다. 산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용출량은 더 많아진다. 특히 냉장 온도인 5℃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도 용출되며, 고온에서 끓일수록 철 성분이 더 많이 나온다. 이런 냄비를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기준치 이상 다량의 철을 섭취할 경우엔 담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테인리스 냄비

유해 성분 배출에 대해서도 가장 안전하고, 식기 세척기를 사용해도 쉽게 손상이 가지 않는 스테인리스 냄비. 한 가지 단점은 물 얼룩이 생긴다는 것이다. 쉽게 지워지지 않는 물 얼룩을 보고 오래됐다고 생각해 버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물 얼룩은 음식 속에 있는 미네랄이나 염류에 의해 생긴 것으로, 몸에는 해가 없다. 물 얼룩이 생긴 냄비에 물과 화이트 와인 혹은 레몬즙을 넣고 고온에 끓이면 빛이 나고 깨끗해진다.

내열 강화 유리 냄비

내열성이 뛰어나 급격한 온도 변화에도 안전하다. 뜨거운 상태에서 곧바로 식기 세척기나 찬물에 넣어도 균열이 생기거나 손상이 가지 않는다. 또한 냉장고에서 꺼내 바로 뜨거운 불에 올려 조리해도 된다. 양념이 많거나 되직한 요리를 할 때 음식이 바닥에 눌어 붙어 세척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거칠게 세척하면 유리 표면이 벗겨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반드시 나일론이나 화학 섬유 소재의 수세미와 연마성이 적은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유리 재질이라 이가 나간 뒤에 열을 가하면 금세 균열이 커질 수 있어 조금이라도 이가 나갔을 땐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 좋다.

눌어 붙지 않는 논스틱 프라이팬

조리할 때 예쁜 빛깔을 내지 못하고, 다른 재질보다 견고하지 못해 스크래치가 자주 난다. 이를 줄이기 위해선 주걱 등 조리 도구 사용에 좀 더 유의해야 한다. 스크래치가 생겨 벗겨진 코팅 조각을 음식과 함께 섭취할 수 있고, 코팅이 벗겨진 곳이 음식과 직접 닿아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묻어 나올 수 있다. 나무나 실리콘으로 만든 조리 도구를 사용하면 코팅에 손상이 가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세라믹 코팅 냄비

코팅 냄비의 성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PFUS, PFOA, APFO와 같은 성분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구입 전에 제조 성분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 냄비를 갖고 있다면 당장 버리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이 성분들이 고온에 닿을 경우 독성 가스를 배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서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