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생일이었습니다. 

남자친구가 생일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고 알아서 준비하나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작년에도 생일선물 센스가 없었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에 직접 지정도 하고 점점 선물고르는 게 나아져서

(그리고 사실상 금액이 작은 편은 아니었기에, 큰 금액 아래 별 필요없는 물건을 이것저것 잔뜩 샀더라구요)

그 뒤로 잘 지냈습니다.

문제의 생일입니다.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나타나자마자 카카오톡 어피치 쇼핑백을 내밉니다. 생일선물이랍니다.

처음에는 귀여운 가방이네 하고 아무생각없이 열어보았습니다.

언젠가 엔젤리너스에서 무심코 진열된 머그세트를 보고 어머 귀엽네~하고 넘겼던 머그세트와

카카오톡 어피치 노트 2개, 칫솔, 미니언즈 추파춥스, 딸기우유였습니다.

핑크색 에디션이랍니다. 처음에는 귀엽고 나름 신경썼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기분이 상합니다. 다 합쳐도 3만원이 겨우 넘을 구성들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선물을 할 때는 제대로 해주자 스타일입니다.

저렴하더라도 백화점 브랜드였고, 비메이커더라도 금액이 좀 나가는 걸로 제대로 된 것을 사주는 편입니다.

제 생일보다 늦은 그에게 조금 가격이 나가지만 맨날 노래를 부르는 PC방의자(중역의자, 푹신푹신한 의자)를 사주기로 맘먹었습니다.

20대 초반 대학생도 아니고, 우리는 성인 20대 중후반 직장인입니다.

맨날 있는 날도 아니고 1년에 1번뿐인 생일인데,,, 이렇게 챙겼어야 했나 마음이 점점 상해오고 상처가 됩니다.

내가 이거밖에 안되는 여자인가 생각이 듭니다.

명품가방을 바란 것도 아니고 10만원 안팎의 선물은 우리 나이대 하지 않나요?

학생수준의 선물을 받고 행복해야 하는 척 한다는 게 너무 슬픕니다.

찜해두었던 의자를 지우고 그 가격대에 맞춰서 사주려고 하는 내 모습이 너무 싫습니다.

포부있게 해주고 싶은데 매번 이렇게 싼가격으로 후려쳐서 보답하는 그에게 솔직하게 말해볼까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저도 그에게 정말 좋은 선물 사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