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치며 쏟아지는 빗줄기는 새벽잠을 고스란히 걷어가 버리고 잠시 잊으라는 듯 때론 지우라는 듯 세차게 아주 세차게 퍼붓는다. 그래서 사라질 그리움이라면 그래서 씻겨갈 쓸쓸함이라면 시간은 빗속을 뚫고 아침을 여는데 산등성이를 휘감은 안개는 한낮에 열기를 품고 밤을 끌어안지 못한 이 몸뚱이는 아침이 무겁다. 그렇게 몸부림치며 깊이를 모르게 파고드는 사랑이라면 부셔져 한 줌 흙이 되는 그 날까지 아주 이기적이게 한여름 그 뜨거움으로 살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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