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쪽 10줄에 있는 사랑 제조법 / 이대흠

뚜껑이 열려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화로 가득 차 있어서 화가

삐져나왔을 뿐이야

탓이라는 말과

덕분이라는 말의 거리를 생각했어

시간이 필요 해

뚜껑이 열리면

말랑말랑한 사랑이 나오도록

화 따위는 군불로 삼을 거야

문득 호랑에서 열두 마리의 하이에나 떼가 나와도

방목 중이려니 생각해 줘

지글지글 화를

더 화나게 끓일 거야

대추를 삶듯

생겨나는 화를 불쏘시개 삼고

타는 불 속에 하나씩 하나씩

화를 집어넣어야지

이따금은 미움이나

축축한 슬픔도

그 불길 속에 던져야지

나는 지금 화를 태워 사랑을

끓이는 중이야

쓰레기 태우듯

질투나 집착 같은 것도

불덩이 속에 던져야지

나는 지금 사랑을 제조하는 중이야

시커먼 흙으로 꽃을 빚듯

친절 한 스푼

평화 두 스푼

괄호 열고

욕망 열 스푼, 질투 일곱 스푼

얼른 괄호 닫고

따라해 봐

화를 태워 사랑을 지을 수 있다니까